크게보기 작게보기
페이스북
시대를 이끈 새마을운동, 탄소중립사회 견인차 될것
특별 대담 - 염홍철 새마을운동중앙회장
2021년 04월 15일 16시 58분 입력

지난달 26일 박기호 아그로플러스 본부장(전 한국경제 선임기자)이 염홍철 새마을운동중앙회장을 중앙회 집무실에서 만났다. 새마을운동의 방향과 핵심과제를 비롯해 한국판 그린뉴딜 정책에서의 새마을운동의 역할에 대해 직접 들어본다.<편집자 주>


[대담 = 박기호 아그로플러스 본부장]

 

 

 박기호 본부장(이하 박기호) : 새마을운동은 지난해로 50주년을 맞았습니다. 새마을운동중앙회장으로 취임 후 새마을운동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가 있으신지요.

 

염홍철 중앙회장(이하 염홍철) : 제게 새마을운동은 낯설지 않습니다. 대전시장을 하면서 새마을운동 단체들과 긴밀한 협조를 했기 때문입니다. 지역의 어려운 일을 도맡아 온 새마을지도자들의 노고를 지켜보면서 새마을운동의 중요성을 더욱 실감했지요.   

현재 취임 한 달이 채 안됐지만 효율성을 높이는 조직개편을 통해 중앙 및 시도 조직을 체계화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중앙회의 운동 구호와 현장의 실천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는 점도 느꼈습니다. 운동의 구호가 모호하고 추상적인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만들어놓은 프레임에 갇혀버리기 때문입니다.  

 

박기호 : 새마을운동 콘셉트, 목표, 실행 등에서 리포지셔닝(재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염홍철 : 저는 새마을운동의 본질은 인간에 내재한 선한 본성을 끌어내어 ‘나’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민운동은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일반성’이 중요하지요. 특정한 이념이나 사상이 개입해서는 안 됩니다. 종교단체나 이념집단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새마을운동의 목표나 실행은 공익성을 전제로 모두가 상식적으로 이해가 돼야 한다고 봅니다.      

활동 목표를 더욱 구체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평화나 생명살림이라고만 하면 어떤 실천을 해야 하는가가 분명하지 않습니다. 너무 추상적이고 구체성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에너지 줄이기라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가를 제시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매뉴얼을 만들고자 합니다. 다만 창의성이나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사업이 획일화되지 않도록 유의해야만 합니다. 제시하는 매뉴얼은 어디까지나 예시에 불과하므로 지역 실정에 맞게 수정‧보완하면 됩니다.

 

박기호 : 생명, 평화, 공경, 지구촌이라는 새마을운동의 대전환은 그대로 유지되는지요? 

 

염홍철 : 생명, 평화, 공경이라는 운동의 방향은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가치이기 때문에 계승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다만, 근면, 자조, 협동이라는 새마을정신은 그 정체성을 유지하고,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를 새마을운동에 접목시키는 것이지요. 따라서 ‘대전환 운동’이라는 표현에 걸맞게 내실화에 힘쓰겠습니다.

 

‘생명’은 현재 세계적으로 연대하는 탄소중립에 초점을 맞추고, ‘평화’는 남북평화뿐만 아니라 사회적 갈등 해소라는 측면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는 탈북민과 외국인 근로자에게 따뜻한 위로와 도움을 주고, 지역갈등, 세대갈등을 해소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겠습니다. 지역갈등은 예를 들어 경남부녀회와 전남부녀회가 합동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으로 얼마든지 해소 가능합니다. 이같이 구체적이고, 손에 잡힐 수 있는 운동을 해야 합니다. 

‘공경’은 범위를 확대하여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데에 초점을 둘 것입니다. 여기에는 신뢰, 배려, 나눔이라는 ‘사회적 자본’ 확충을 포함하여 ‘좋은 마을 만들기 사업’을 전국적으로 추진하겠습니다. 이것은 ‘협동’이라는 새마을운동의 전통적인 활동에도 부합한다고 생각합니다. 

 

 

 

 

박기호 : 취임 1개월 맞으셨는데 향후 3년간 실행하실 계획의 우선순위를 꼽아주신다면? 

 

염홍철 : 앞으로 3년간 ‘생명’을 주축으로 한 탄소중립, ‘평화’를 중심으로 갈등 해소를 위한 중점사업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공경’ 자체의 뜻은 좋습니다만 저는 공경보다는 신뢰, 배려, 나눔과 같은 ‘사회적 자본’의 확충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4월 8일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와 새마을은 한국판 뉴딜 성공을 위해 공동선언을 합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탄소중립운동을 새마을과 함께 손잡고 추진하겠다는 것에 우리가 이제 화답하는 것입니다. 사회적 자본을 확대하기 위한 사업으로 좋은 마을 만들기 사업을 앞으로 3년간 추진하고자 합니다. 

기업과 협력 사업으로 추진해도 좋겠지요. 좋은 마을 만들기 사업을 전국적으로 전개하는데 기업과 함께 한다면 좋을 것이고, 국고사업으로도 추진하고 싶습니다. 필요하다면 기업 설득을 위해 직접 뛰겠습니다. 50년 역사를 지닌, 2백만 명이 참여하는 운동인데도 새마을운동이 아직 있습니까 하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3년 동안 확실하게 기반을 튼튼하게 만들고자 합니다. 

 

박기호 : 새마을운동 주체들의 외연 확장도 필요해 보입니다. 귀촌, 귀농, 귀어한 분들, 외국인 근로자분들과 상생협력을 통해 신뢰기반을 구축하지 않으면 지역사회 상호작용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들이 귀농‧귀촌 시 현지 주민들과의 갈등문제, 사고‧문화‧생활방식의 차이로 인한 접근의 어려움 등이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의 새마을지도자들과 연계해 방법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염홍철 : 맞는 말씀입니다. 귀촌한 분들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들이 새마을운동에 동참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지요. 아마 생명이나 평화운동에는 젊은 세대들도 공감하리라 생각합니다. 귀농‧귀촌‧귀어하는 젊은 세대들을 돕고, 그들이 겪는 문제를 완화시키는 역할이 무엇일지,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을 찾겠습니다. 

그레타 툰베리(편집자주: 스웨덴의 18세 환경운동가)와 같은 10대 청소년들이 ‘나도 백 살까지 살고 싶어요’라는 구호를 외치며 기후위기에 대응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10대 청소년들의 요구와 열망에도 귀를 기울여 새마을이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을 개발하겠습니다. 세대 간의 갈등으로 벌어진 부분을 이어주는 접착제 같은 역할을 하는 새마을이 되겠습니다. 

 

박기호 : 사회적 농업, 케어 팜, 스마트 팜 등 새로운 유형들과 새마을운동을 어떻게 조화시켜 나가실 계획이신지요?

 

염홍철 : 사회적 기업이나 사회적 농업 즉, 사회적 경제와 새마을운동은 관련이 많지요. 행정안전부는 지난 달 지구촌새마을과를 신설했는데, 거기에 사회적 경제 업무가 포함돼 있습니다. 결국은 공동체 생태계를 구성하고 확대하는 일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박기호 : 명분과 실질이 함께 하는 사업을 한다면 충분히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봅니다. 새마을에 대한 향수가 사회 속에서, 지역 속에서 분명히 존재합니다. 지구촌새마을과가 새롭게 구성됐다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입니다. 해외협력사업에 대해서도 의견을 말씀해주시죠.

 

염홍철 : 해외협력사업으로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코리아라는 브랜드와 새마을운동입니다. 그동안은 형식과 구호에 그친 것이 너무 많습니다. 관료들의 실적주의, 획일주의가 문제입니다. 

중앙회는 지구촌새마을 11개국에 협력관을 임명했습니다. 소속감과 주인의식을 심어주고, 각국에 새마을정신을 전파하기 위해 새마을회조직을 설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각 국가의 교과서에 지역개발모범사례로 한국의 새마을운동이 소개되는 것입니다.

해외협력사업은 주로 인프라 위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이대로 지속적으로 추구하되, 새마을운동글로벌리그(SGL)는 새마을정신을 전파하기 위한 거점으로 활동을 전개해야 합니다. 

새마을운동이라는 브랜드를 사용하는 정부 기관의 해외 사업은 중앙회 연수원에서 교육을 이수해야만 하는 것으로 추진하고자 합니다. 코이카를 비롯해 새마을 이름을 걸고 활동하는 단체들은 모두 중앙회에 와서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공모사업이라 안된다고 하지만 교육 이수를 조건으로 넣으면 되지 않을까요?

 

 

 

 

박기호 : 해외 봉사 나갈 때도 국내에서 교육을 받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차이가 크다고 봅니다. 새마을회원, 새마을운동의 대전환, 연수원 활용, 지자체와의 연대 등 이에 대한 회장님의 고민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시죠. 

 

염홍철 : 코로나19로 인해 지난해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대면 교육도 인원을 적게 구성하는 대신 강좌수를 늘리는 방안, 양질의 수업을 위한 강사 충원 방안 등이 있습니다. 전국 평생교육진흥원이 있는 17개 시도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그곳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추진할 예정입니다. 

각 교육청과도 협력해 유치원생들을 대상으로 직접 보고, 느끼고 체험하는 연수원 숲 체험 프로그램을 추진하려고 합니다. 교육이 중요합니다. 연수원 숙소를 적극 활용해 교육을 활성화하고자 합니다.

지자체와의 연대를 위해 시도 지사들에게 새마을에 대한 관심을 부탁했습니다. 지속적인 협력을 해나가겠습니다. 

재정문제는 자산을 1%라도 더 늘려 안정적인 재원 확보와 재정 운영을 하고자 합니다. 회비, 재정, 구판사업 등 안정성과 자율성, 공익적 기능을 확보해 추진해 나가고자 합니다. 

 

박기호 : 한국판 그린뉴딜 정책에서 새마을운동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염홍철 : 그린뉴딜정책을 우리는 생명살림운동이라고 부르지요. 그린뉴딜정책의 핵심은 ‘탄소중립’인데, 새마을운동이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나무 심기, 농촌 태양광발전 건설, 화석연료를 사용해 생산한 상품과 에너지 줄이기 등 무엇보다 우리 삶의 방식부터 변화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우리 새마을가족들은 솔선수범하며 동시에 국민이 동참하도록 홍보를 강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박기호 : 마지막으로 여쭙겠습니다. 새마을운동중앙회를 운영하면서 강조하고 싶은 점, 새마을지도자와 회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으신 말씀 부탁드립니다. 

 

염홍철 : 새마을운동의 목표는 시작 당시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잘 살아보자’입니다. 예전에는 경제적으로 잘 살아보자는 것이었으나 지금은 정신적으로 잘 살아보자는 것입니다. 예전 당시 국가 목표가 경제적 선진국이었다면 지금의 목표는 사회‧문화적 선진국입니다. 새마을운동은 이에 맞춰 영광된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할 사명이 있습니다. 새마을지도자와 회원들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정리=이현주 기자 hjlee@|사진=안희선 기자 dream@
 

 염홍철(廉弘喆) 새마을운동중앙회장 

 

<학  력>

1964년  대전공업고등학교 졸업

1972년  경희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

1974년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행정학 석사)

1981년  중앙대학교 대학원(정치학 박사)

 

<공직경력>

1988년~1993년  대통령비서실 정무비서관    

1990년~1991년  남북고위급회담 예비회담 대표 

1993년~1995년  제4대 대전광역시장 (임명직)

1996년~1998년  한국공항공단 이사장   

2002년~2006년  제8대 대전광역시장 (민선)

2006년~2007년  제7대 대통령직속 중소기업특별위원회 위원장(장관급)

2010년~2014년  제10대 대전광역시장 (민선)


 


 


박기호 아그로플러스 본부장 news@saemaul.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