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곳곳이 코로나19 변이바이러스의 재확산, 극심한홍수, 폭염과 산불이라는 기후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폭염으로 대형 산불이 발생해서울 3배 면적(약1980㎢, 8월 8일 기준)이 불에 탔다.
그리스에서는 섭씨 50도를 웃도는 폭염에 일주일 동안154곳에서 산불이 발생해 수천 명이 급히 배를 타고 대피하기도 했다.
브라질에서는 때아닌 폭설로 커피와 사탕수수 농장들이 큰 타격을 입어 커피와 설탕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과연 이것을 기후변화의 문제로만볼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은 1988년 공동으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nternationalPanel on Climate Change; 이하 IPCC)를 설립해 기후변화를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이것을 담은 평가보고서를 주기적으로 발간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과학자 234명이 평가보고서작성에 참여하고 있으며, 지난 1992년 유엔기후변화협약에서 1차 평가보고서가 채택된 이후 파리협정까지 모두5차에 걸쳐 평가보고서가 나왔다.
IPCC 보고서는 그동안 주요 기후변화 대응 국제협력의 근거로 활용됐으며, 이런 공헌을 인정받아 2007년 노벨평화상을 받기도 했다.
지난 8월 9일 IPCC가 제6차 평가보고서 제1실무그룹보고서를 승인·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지구가 점점 더 뜨거워지면서 어떤 일이벌어지고 있으며, 그 원인은 무엇인지에 대해 과학적 근거를 제 시해 우리가 살아가면서 당연하게 존재하는 자연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며 지구 생태계의 균형이 깨지면 지구 위의 모든 생명체가 살아가기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경고를 담고 있다.
이번 6차 보고서는 8년 전 발표된 5차 평가보고서 이후과학발전에 따른 최신 연구를 담았다는 측면에서 더욱 유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IPCC 제6차 평가보고서 제1실무그룹 보고서
이번에 승인된 보고서의 이름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는먼저 IPCC의 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IPCC는 3개의실무그룹(Working Group)과 한 개의 테스크포스(TaskForce)로 구성돼 있다.
제1실무그룹은 과학적 근거, 제2실무그룹은 기후변화적응, 영향, 취약성, 제3실무그룹은 기후변화 완화와 감축등에 대해 연구한다.
이 3개의 실무그룹과 관련된 평가보고서(AR), 특별보고서(SR), 방법론보고서(MR) 3가지가있고, 평가보고서와 특별보고서를 아울러서 종합보고서라고 한다.
즉 이번에 승인된 보고서는 제1실무그룹의 평가보고서이며, 기후변화의 과학적 근거와 이와 관련된 내용이 담겨 있다.
제2실무그룹, 제3실무그룹 보고서와 종합보고서는 각각 내년 2월, 3월, 9월에 차례로 발간될 예정이다.
위 보고서들은 유엔기후변화협약, 파리협정과 같은 중요한 국제사회 협의의 장에서 근거로 활용된다는 점에서매우 의미가 크다.
특히 이번 제6차 평가보고서 역시 올해 11월 영국에서 개최될 유엔기후변화협약 제26차 당사국총회(COP26)와 2023년에 시행할 첫 파리협정의 이행점검에서 과학적 근거로 활용될 예정이다.
현재의 기후위기와 원인
이번 보고서는 지난 5차 평가보고서 발간 이후 새롭게관측된 사실과 진보된 기술을 이용한 기후변화 결과를 제시했다.
인간이 대기, 해양, 토지의 온난화 현상에 영향을미친 것은 명백하다.
인간 활동으로 인해 광범위하고 급격한 변화가 대기, 해양, 빙권(극지방과 고산 빙하지대),생물권에서 발생했다.
산업화 이전(1850~1900년) 대비 2011~2020년의 전 지구지표면 온도는 1.09도 상승했다.
지난 평가보고서에서 밝힌 2003~2012년의 전 지구 지표면 온도가 0.78도 상승한 것에 비하면 높은 온도 상승이다.
지난 5년 동안, 즉2016~2020년의 기온은 1850년 이후 가장 높았다.2019년 주요 온실가스 농도는 이산화탄소(CO₂)410ppm, 메탄(CH4) 1866ppb, 아산화질소(N₂O) 332ppb로집계됐다.
이 중 이산화탄소 농도(410ppm)는 최소 200만년간 전례 없는 수치를 기록했다.
해수면 상승과 얼음 유실 속도가 더욱 가속화됐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그린란드 평균 빙상 유실 속도가1992~1999년 기간 대비 약 6배 상승했다.
전 지구 평균 해수면은 1901~2018년 사이 0.2m 상승했고, 해수면 평균 상승 속도는 1901~1971년 사이에는 1.3mm/년이나 2006~2018년 사이에는 3.7mm/년으로 약 2.85배 증가했다.기상이변 현상들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으며, 인간 활동이 원인이라는 증거도 점점 더 쌓여가고 있다.
인간 활동으로 발생한 온실가스가 최근의 이례적인 폭우, 가뭄,열대 태풍 및 복합적인 극한 기상현상(폭염, 가뭄, 산불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증가가 더욱 명확해졌다고보고서는 밝힌다.
앞으로 예상되는 기후변화는?
온실가스를 배출할수록 지구 온도는 더 오르고, 그럴수록 지구의 기후시스템에는 이상이 생겨 기후는 더욱 나빠지게 된다.
보고서는 지구온도가 상승할수록 폭염이나 가뭄, 폭우, 홍수 등 극단의 날씨가 더욱더 잦아지고 심해질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눈과 빙하 유실, 해수면 상승,해양 산성화, 해양 온난화, 해양 산소 고갈 등의 문제도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5도 상승 시에도 기상관측에서 전례 없는 극한의 기후현상이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0.5도 추가 상승할 때마다 기상이변 현상의 빈도와 강도는 심해질 것이다.
폭염의 빈도와 강도는 1.5도 선을 유지하더라도 강화되고 빈번해질 것으로 예상되며, 2도 상승 시에는 1.5도 대비 최소 두 배, 3도 상승에서는 4배로늘어나게 될 전망이다.
현재 각국 정부의 감축 목표 발표를 종합해보면 지구 온도는 3도 정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감축이 빠르게 이뤄져도 2050년이 오기 전 북극 빙하가9월 중 한 번 이상 거의 녹아 없어지는 일이 나타날 것이다.
다만 1.5도 목표를 달성하면 21세기 후반에는 지금의반 정도로 줄어든 북극해 얼음이 남아 있다가 완만한 회복이 시작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서는 전망했다.
매우 우려되는 점은 장기적인 변화 가운데 일부는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도 불구하고 멈출 수 없다는 것이다. 빙하 유실과 해양 온난화, 해수면 상승, 심해 산성화는 앞으로도 계속 진행될 것이다.
하지만 변화의 규모나 속도는앞으로 우리가 배출하는 온실가의 양에 따라 큰 영향을받게 된다.
가능한 미래 기후
보고서는 새로운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를 기반으로미래 기후변화도 전망했다.
산업화 이전 대비 2081년~2100년의 전 지구 지표면 온도는 온실가스를 가장 적게 배출하는 시나리오일 때 1.0~1.8도로 전망됐다.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시나리오일 때 3.3~5.7도 상승한다.
1995년~2014년 대비 2100년까지의 전 지구 평균 해수면은 온실가스를 가장 적게 배출하는 시나리오일 때0.28~0.55m 상승한다.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시나리오일 때 0.63~1.01m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보고서는 미래 기후변화 억제 부분은 탄소중립을 통한누적 이산화탄소 배출량 제한과 메탄 등 다른 온실가스배출에 대한 강력한 감축만이 온난화를 억제할 수 있음을강조하고 있다.
또한, 인간 활동에 의해 누적된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지구 온난화 사이에는 명백한 관계가 있다는것을 재확인하고, 탄소중립 도달이 지구 온난화를 안정화하기 위한 전제조건임을 밝혔다.
여름철 어디를 가도 시원한 에어컨이 가동되는 곳에 있다면 보고서의 경고가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당장 선풍기조차 사용할 수 없거나 전기가 부족한 나라에서살고 있다면 어떨까. 인간보다 훨씬 작은 동식물 생명체는 기후변화를 더욱더 민감하게 받아들인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에 따르면 지구에 서식하는 물고기는 1981년 이후부터 10년마다 섭씨 0.18도씩의 온도 상승을 겪고 있다고 한다.
해양 온도의 빠른 상승은 물고기 같은 생명체가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진화의 시간이 점점 부족해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기후변화의 가장 큰 피해자는 동식물을 포함해 기후변화의 책임이 가장 적은 사람이다.
이대로 간다면 미래세대를 포함한 전 지구 생명이 피해자가 될지도 모른다.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할 이보다 더 분명한 이유가 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