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9일은 한글날이다. 세계의 언 어학자들에게 독창적이고 과학적인 문자라는 찬사를 받는 한글. 날마다 듣고 쓰는 우리말과 글이지만, 과연 우리는 한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 을까? 한글이 언제 어떻게 탄생되었 는지 알아보고, 외래어와 비속어에 신음하는 우리 한글을 소중하게 여 기는 계기를 마련해보자.<편집자 주>
‘한글’이라는 명칭은 1910년대에 주시경 선생을 비롯한 한글학자들이 쓰기 시작한 말이다. ‘한’이란 ‘크다’라는 뜻 으로 한글은 ‘큰 글’을 의미하지만, 넓게는 ‘으뜸가는 글’, ‘하나밖에 없는 글’이라는 뜻도 담겨있다. 한글, 정확히 말해 ‘훈민정음’은 그 우수성을 일찍이 인정받아 국보 70호로 지정됐고, 1997년에는 유네스코 세계기 록유산으로도 등재됐다. 1443년(세종 25년) ‘훈민정음(訓民正音)’이라는 이름으로 창제된 한글은 세종대왕이 백성들의 문자 생활의 불편함을 딱하게 여겨 만든 애민정신(愛民精神)의 산물이다. 28개의 자모음으로 이루어진 한글은 5백여 년 전에 만들어졌지만, 현대 언어학의 관점에서도 손색이 없으며, 당시의 성리학 적 세계관과도 부합한 심오한 철학을 담고 있다. 한글은 언어의 한 음절을 초성, 중성, 종성으로 구분한 최초의 문자이다. 비슷한 소리를 나타내는 자음이나 모음은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어서 과학적 원리를 갖고 있다고 평가된다. 한글은 한국어를 적는 완벽한 문자인 동시에 언어사적으로 길이 빛날 독창성과 과학적 원리를 갖고 있어, 세계의 언어학자들에게 찬사를 받고 있다. 훈민정음은 초창기 양반들의 반대에 부딪쳐 ‘부녀자와 상것들이 쓰는 문자’라는 인식이 팽배했으나, 점차 쉽게 익히는 국민이 늘어 훈민정음의 우수성이 드러나면서 한글 창제 450년 후인 갑오경장 때부터는 국문으로 공식 인정받 았다. 한글날을 처음 기념한 것은 1926년 음력 9월 29일 지정된 ‘가갸날’이었다. 당시 일제 식민치하에 억압된 삶을 살던 우리 국민을 위해 한글학자들은 민족정신을 되살리기 위해 한글날을 제정해 기념하고자 했다. ‘가갸날’이라는 이름은 당시 ‘한글’이라는 말이 보편화되지 않았고, 한글을 배울때 ‘가갸거겨…’하는 식으로 배웠기 때문에 붙여졌다. ‘가갸날’은 1928년 ‘한글날’로 이름이 바뀌었고, 날짜도 여러 번의 변경 끝에 1945년 광복후에야 비로소 10월 9일로 확정됐다.
국립한글박물관, 자음모음 놀이터 국립한글박물관은 2014년 10월 9일 문을 열었다. 모음 글 자의 배경이 된 하늘, 사람, 땅을 형상화한 3층 건물에 전시실과 한글놀이터, 기념품점, 카페, 도서관이 고루 자리한다. 박물관 주 전시실은 2층에 있는 상설전시실이다. ‘한글이 걸어온 길’을 주제로 한글 창제 원리를 설명하고, 그에 따라 나타난 변화와 한글이 국어로 정착되기까지 과정을 다양한 자료와 전시물을 이용해 흥미롭게 꾸며놓았다. 발음기관과 ‘천·지·인’의 모양을 각각 본뜬 기본 자음 (ㄱㄴㅁㅅㅇ) 5개는 획을 추가해 17자가 되고, 기본 모 음(ㆍㅡㅣ) 3개는 서로 합해 11자로 한글 28자를 완성 했다. 한글이 없던 시대 우리말의 표기법부터 훈민정음 반포 이후 한글이 널리 퍼지게 되는 과정, 한글이 조선시대 사회 문화 전반에 가져온 변화, 일제강점기에 접어들며 한글 사용이 금지됐지만 주시경 선생을 비롯한 국어학자들의 끈질긴 노력으로 우리말과 한글을 지켜낸 감동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3층 기획전시실은 11월 30일까지 ‘교과서 속의 동화’ 주제로 진행되고 있다. 전시실 맞은편에 있는 한글놀이터는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다. 한글 체험학습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데 놀면서 한글 원리도 깨치고 한글을 이용한 다양한 표현을 체험해볼 수 있다. 공간은 ‘쉬운 한글’, ‘예쁜 한글’,‘한글 숲에 놀러와!’로 구성돼 있다. ‘쉬운 한글’ 코너는 자음과 모음을 알아보고 이 둘을 합해 글자 만드는 과정을 체험해 보는 공간이다. 자음은 소리를 닮은 글자인데 입모양과 목구멍의 모습을 보고 자연스럽게 자음을 유추해보는 전시 앞에서 직접 입모양도 만들어보고 발음도 해보도록 도와주면 아이들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 온몸으로 한글을 만들어보는 ‘몸으로 쓰는 한글’도 재미있다. 같은 층에 자리한 한글배움터는 외국인이나 다문화 주민을 위해 마련한 체험학습 공간으로, 한글의 구성 원리를 통해 쉽게 한글을 익히고, 한 걸음 더 나아가 한글에 담긴 한 국문화도 알아볼 수 있다. 국립한글박물관은 사전예약이 필수다. 2층 상설전시장은 현재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하기 위해 대대적인 보수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12월 초까지 운영이 중단된 상태이고, 3층 한글놀이터도 사전예약에 한해서 입장이 가능하다.새말(신조어)를 쉬운 우리말로 치팅데이 → 먹요일 치팅데이’는 예능 먹방(먹는 방송)에서 주로 쓰는 말이다. 식단 조절을 하는 동안 정채진 식단을 따르지 않고 자신이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먹는 날을 뜻한다. ‘속인다’는 뜻의 치팅(Cheating)과 ‘날’이라는 뜻 의 데이(Day)를 합성했다. 바른 영어로는 ‘치트 데 이(cheat day)’. 국립국어원은 치팅 데이를 ‘먹요일’ 로 다듬었다. 음식을 ‘먹는다’와 ‘요일’을 붙여 지었 는데, 누리꾼(네티즌)들로부터 참신하다는 평을 받 고 있다. 판데믹 → 세계적유행 미디어가 전하는 코로나19 소식에는 팬데믹(Pandemic)과 에피데믹(Epidemic), 엔데믹(Endemin), 코로나 블루, 코로나 레드, 코로나 블랙, 코로나 쇼크, 부스터 샷 같은 전문용어가 많이 나온다. 팬데믹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선포한 감염병 6단계 중 최고 경고 등급이다. 에피데믹은 감염병이 한 나라나 대륙 등 비교적 넓은 지역에서 빠르게 번지는 팬데믹 전 단계(5단계)이고, 엔데믹은 특정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풍 토병을 이르는 말이다. 국립국어원은 팬데믹을 ‘(감염병) 세계적 유행’으로, 에피데믹을 ‘(감염병) 유행’으로, 엔데믹은 ‘(감 염병) 주기적 유행’으로 다듬었다. 또한, 코로나 블루를 ‘코로나 우울’, 코로나 레드는 ‘코로나 분노’, 코로나 블랙은 ‘코로나 절망’, 코로나 쇼크는 ‘코로 나 충격’으로 바꿔 쓸 것을 권한다. 백신 효과를 높이기 위해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추가로 접종하는 것을 일컫는 부스터 샷은 ‘추가 접종’으로 다듬었다. 홈루덴스족 → 집놀이족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로 ‘홈루덴스족 (Home Ludens族)’이 늘고 있다. ‘집’을 뜻하 는 홈(Home)과 ‘놀이’를 뜻하는 라틴어 루덴스(Ludens)를 합성한 말로 ‘바깥에서 활동하기 보다는 집에서 놀이와 취미를 즐기며 휴식을 취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국립국어원은 ‘홈루덴스족’을 ‘집놀이족’으로 다듬었다. 언텍트 → 비대면 ‘직접 만나지 않고 비즈니스나 서비스를 받을수 있는 형태’를 이르는 ‘언택트(Untact)’ 도 코로나19로 인해 생겨난 말이다. ‘언택트 수업’, ‘언택트 마케팅’ 등으로 쓰이는 이 말은 사적 모임 제한과 집합 금지로 비대면·비접촉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생겨났다. 접촉을 뜻하는 ‘콘택트(Contact)’에 부정을 뜻하 는 ‘언(Un)’을 더한 합성어로 ‘비대면’, ‘비접촉’이 란 뜻이다. 언택트(Untact)에 온라인을 뜻하는 ‘온(On)’을 더한 ‘온택트’도 있다. 온라인을 통해 소통하는 것 을 일컫는다. ‘온택트’는 ‘영상·화상’ 대면‘으로 바꿔 쓰면 알아듣기 쉬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