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정세를 들여다보면 크고 작은 국가 간 충돌에 전 세계가 극심한 혼란에 빠진 게 아니냐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활화산처럼 팽팽해진 국가 간 긴장감이 극에 달한 느낌이다. 그 모든 혼란의 중심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한 미국이 있다. 미국이 어떤 나라인가. 소련이 붕괴한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강력한 군사력과 식량을 무기로 전 세계의 질서를 좌지우지하던 세계에서 유일한 초강대국이 아니었던가. 이 시기는 ‘팍스 아메리카(Pax A mericana·미국 주도의 질서)’를 외치던 시기였다. 미국 스스로도 ‘세계의 경찰국가’를 자처하곤 했다. 비록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미국이 더는 세계 경찰국가 역할을 못하겠다!”고 충격파를 던지긴 했지만. 어쨌든 미국이 바뀌기 시작한 건 이라크 전쟁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 이후부터다. 또 하나의 계기는 중국이라는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이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는 의미의 ‘도광양회’를 외교방침으로 지켜오던 중국이 ‘세계 2대 강국’을 표방하면서 미국의 심기를 건드린 셈이 됐다. 냉전 시대(The Cold War)의 전통적 적대국이었던 소련을 굴복시키고, 감히 맞서 겨룰 국가가 없던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중국은 ‘눈엣가시’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중국은 또 어떤 나라인가. 미국과 일본, 유럽 등 선진국들의 기술을 베껴 경제적 부를 축적하는 방식으로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 된 나라다. 막대한 무역흑자로 엄청난 달러를 벌어들였지만, 현재와 같은 방식으론 영원한 2인자밖에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중국이 내세운 게 바로 최첨단 산업 육성책인 ‘중국 제조 2025’ 전략이다. 그러지 않아도 중국을 경계하던 미국의 분통을 터뜨리게 한 게 바로 ‘중국 제조 2025’ 전략이라 하겠다. 최근 벌어진 중국의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 미국의 구글·퀄컴·인텔 등 IT업체들이 갈라선 것도 양국 간의 ‘대리전’인 셈이다.미국이 ‘잠재적 적’으로 설정한 나라가 중국 뿐만은 아니다. 중동지역에선 이란과 대척점에 서서 금방이라도 한 방 날릴 것처럼 ‘전쟁의 공포’를 조성하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그 외에도 남미에선 정치적 혼란에 빠져 있는 베네수엘라를 두고 러시아와 대립하는가 하면 우호적이었던 유럽지역 국가들과의 관계도 예전과 크게 달라졌다.작금의 상황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새로운 냉전의 시대가 도래한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일부 외신에서 미국과 중국 간 패권 다툼을 놓고 이 용어를 쓴 게 의미심장하다. 새로운 냉전은 다가올 미래의 세계 질서를 재편하기 위한 주도권 싸움이라 하겠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이라 일컬어지는 미래의 패권을 장악하려면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싸움이다.인류 역사를 보면 국가 간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는 게 진리다. 실리 앞에선 언제든지 친구도 적으로, 적도 친구가 될 수 있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미래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되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려면 우리의 현실을 냉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돌파했다. 가진 것이라곤 뛰어난 두뇌와 근면성 외에는 변변한 천연자원 하나 없이 이뤄낸 우리의 자랑거리다. 하지만 여기에 만족하고 앉아 있기엔 최근 국제적 흐름이 너무 엄혹하기만 하다. 경제적으론 과거 일본처럼 ‘저성장의 늪’에 빠진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요소들도 곳곳에 널려 있다.한 마디로 현재 우리가 누리는 경제적 번영이나 평화는 언제 깨질지 모르는 유리판 같은 것이다. 미래는 준비하고, 대응하는 사람의 몫이다. 또 현자(賢者)는 위기와 혼란 속에서 오히려 기회를 만들어낸다. 우리에겐 1960년대 전쟁의 후유증을 딛고, ‘새마을운동 정신’을 바탕으로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선 강인한 정신력과 저력이 있지 않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