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의 쓰레기 분리수거는 필자 몫이다. 어느덧 20년 넘게 손에 익은 습관. 그런데도 막상 분리수거일인 매주 토·일요일이면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재활용 쓰레기를 크게 플라스틱, 비닐, 종이 세 종류로 나누고 스티로폼, 유리, 금속류 등으로까지 세분하다 보면 몇십 분은커녕 얼추 1시간 남짓 걸리기도 해서다. 맥주·생수 페트병, 식품 포장재용 플라스틱, 형형색색의 비닐봉지, 크고 작은 컵라면 용기, 테이프를 꼬리처럼 늘어뜨린 택배 상자, 음료수 캔…. 대관절 이게 다 무엇이더냐!실상 여느 가정도 별반 다르지 않을 터. ‘배달 천국’ 대한민국에선 치킨이나 피자 하나만 시켜도 ‘종이-비닐-플라스틱 3종 세트’가 재활용품 분류의 소소한 재미(?)를 너끈히 더해주지 않는가. 자기 집 아닌 야외에선 분류는 고사하고 뒤처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나들이객으로 북적이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선 얼마 전 시민이 챙겨 온 간식과 시킨 배달 음식에서 나온 쓰레기더미가 한 달째 1백20톤이나 방치됐다는 뉴스마저 보도되기도 했다.지난 4월 전 세계를 강타한 이른바 ‘중국발(發) 쓰레기 대란’은 우리나라에서도 엄청난 혼란을 불렀다. 세계의 재활용 처리장 구실을 하던 중국의 폐자재 수입 중단 결정으로 한국 재활용 업체의 수출길이 막혔고, 국내 재활용 쓰레기 가격은 폭락했다. 그간 수거한 재활용 쓰레기를 중국에 내다 판 수익을 통해 사실상 이익이 거의 나지 않는 비닐·스티로폼 등의 품목에서 발생한 적자를 감수해왔던 재활용 업체들은 급기야 공동주택을 상대로 대대적인 수거 거부에 나섰다. 이에 우리 정부는 지난 5월 10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내놨다. 제조·생산 단계부터 재활용의무대상 품목을 확대하고, 과대포장 억제와 1회용품 사용량 줄이기에 힘쓰며, 올바른 분리배출 방법을 집중 홍보(가이드라인 보급)하는 등 생산자, 소비자,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각자의 역할을 강화하는 게 그 골자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50% 감축하고, 현행 34.4%인 재활용률도 70%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문제는 이런 대책이 좀처럼 생활 전반에서 체화되지 않는 데 있다. 비록 이번 ‘쓰레기 대란’의 영향으로 플라스틱을 대신한 실리콘 밀폐용기, 일회용 포장재 사용을 줄이는 에코백과 머그잔 등 친환경 제품의 소비가 최근 들어 급증한다지만, 다른 한편에선 여전히 1회용품이 차고 넘친다. 과대포장도 판친다. 이는 나쁜 습관의 일상화 탓이기도 하다. ‘쓰레기 대란’을 단순한 분리수거 문제로만 국한해선 안 되는 이유는 환경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중국의 폐자재 금수(禁輸) 조치에 따라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각국은 전 세계에서 밀려드는 재활용 쓰레기 처리에 몸살을 앓는다.경쟁적으로 수입된 폐기물의 재활용엔 한계가 있으니 자연히 일부만 재활용되고 나머지는 소각·매립되거나 바다에까지 불법적으로 버려진다. 특히 폐 플라스틱은 해양오염의 주범인 동시에 해양생태계마저 교란한다. 해류와 자외선에 의해 5㎜ 이하부터 nm(1나노미터=10억분의 1m) 크기까지 잘디잔 미세플라스틱(Micro plastics)으로 변하면서 어패류 등 해양생물의 체내로 흘러드는 것이다. 그것이 먹이사슬을 거쳐 고스란히 우리 식탁으로 되돌아온다고 생각해보라!재활용 폐기물 문제는 정부 정책만으론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우리나라가 1995년 전국 단위로는 세계 최초로 쓰레기 종량제를 도입했음에도 실제 재활용률은 아직껏 30~40%에 불과하다는 현실이 이를 단적으로 방증한다. ‘쓰레기 대란’이 ‘환경재앙’이란 불행으로 증폭되지 않게 하려고 지금 우리에게 무엇보다 절실한 건 1회용품 사용 줄이기와 철저한 쓰레기 분리수거를 습관화하는 것이다. 좋은 습관, 100% 재활용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