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톨스토이는 단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는 깨달음을 전해준다. 그것은 “모든 인간은 자기만을 생각하고 걱정한다고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에 의해 살아가는 것”임을 의미한다. 사람은 더불어 사는 존재자다. 자기 개인은 행복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의 불행을 지켜봐야 하는 한, 결코 진정으로 행복할 수 없는 것이 우리네 인간이다.그래서 인간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그것을 이겨내는 힘은 언제나 함께 손잡는 연대(solidarity)에서 나왔다. 고난에 맞서는 인간들의 아름다운 연대에 관한 얘기들은 많다. 카뮈의 『페스트』는 전염병에 맞선 인간들의 의지와 연대의 연대기다. 오랑 시에 페스트가 확산되면서 의사 리유, 그의 동지 타루, 기자 랑베르 등 목숨을 걸고 페스트와 싸운 사람들의 노력으로 시민은 페스트로부터 해방을 맞게 된다. 인간애에 기초한 인간들의 아름다운 연대가 행복을 가져다줌을 말해주는 소설이다.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을 지켜만 보고 있던 무능한 정부와는 달리, 의료인들은 자신의 목숨을 걸고 페스트와 싸운다. 소설의 마지막, 주인공인 의사 리유가 동료 랑베르에게 말한다. “이 모든 일은 영웅주의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그것은 단지 성실성의 문제입니다. 아마 비웃음을 자아낼 만한 생각일지도 모르나, 페스트와 싸우는 유일한 방법은 성실성입니다.” “성실성이 대체 뭐지요?”라고 랑베르가 묻자, 리유는 이렇게 말한다. “내 경우로 말하면, 그것은 자기가 맡은 직분을 완수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목숨을 걸고 페스트 퇴치의 선봉에 섰던 의사 리유는 자기의 직분에 대한 성실성을 그렇게 강조했다. 인간들은 그렇게 성실하게 서로 돕고 연대함으로써 함께 사는 길을 모색해왔다. 지구촌새마을운동 또한 오늘을 사는 세계 인류가 더 나은 삶을 공유하기 위한 숭고한 연대다. 한국의 새마을운동은 원조 수원국에서 공여국으로의 전환을 경험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 과정에서 큰 역할을 했던 것으로 평가받는다. 1970년대 새마을운동의 정치적 배경에 대한 해석과는 별개로, 새마을운동은 개발도상국의 발전을 위한 의미 있는 모델로 평가받아 왔다. 실제로 새마을운동 기록물은 한국 농촌근대화의 성공담으로, 자발적 주민참여에 대한 증거로 보존가치와 활용가치를 인정받아 지난 2013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이제 한국의 새마을운동 경험은 다른 개발도상국들의 지속 가능한 농촌개발모델로 주목받고 있다.오는 11월26일부터 30일까지 한국에서 지구촌새마을지도자 대회가 열린다. 지구촌 각국의 새마을지도자들은 한해의 평가와 함께 국가별 활동 내용을 발표하여 공유하게 된다. 우리는 이 대회를 통해 세계 각국이 새마을운동의 경험을 어떻게 창조적으로 계승하여 결국 자신들의 힘으로 지역사회를 발전시켜 가고 있는가를 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지구촌새마을운동은 단순히 한국의 경험을 수직적으로 이식시키는 방법으로 확산될 수는 없다. 새마을운동의 시작은 한국에서 이루어졌지만, 그 모델을 각자의 환경과 실정에 맞게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각국 현지 지도자들과 주민들의 몫이다.새마을운동의 3대 정신 가운데 하나가 ‘자조’이다. 이는 누구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힘으로 자기 마을과 사회를 발전시켜 나간다는 의미이다. 지구촌의 새마을 지도자들은 한국의 모델을 참고하되, 어떻게 하면 자신들의 사회에 적합한 새마을운동 방식을 만들어내느냐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을 해야 할 일이다.한국의 새마을운동 지도자들도 우리의 경험을 그대로 이식시켜주면 된다는 수직적 발상에서 벗어나, 결국은 다른 나라들의 노력을 옆에서 돕는다는 자세로 대하는 것이 바른 자세이다. 이번 지구촌 새마을 지도자 대회가 인류애에 입각한 연대를 위한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