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은 시대상이나 각국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다. 너무 많거나, 너무 적어도 화근이 된다. 이러한 인구 문제는 영국 성공회 목사이자 고전파 경제학자인 맬더스가 1798년 ‘인구론’을 발표한 이후 항상 경제학이나 사회학의 흥미로운 주제 중 하나로다뤄져 왔다. 이제는 틀린 것으로 드러났지만, 그의 ‘인구론’은 당시 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사회적 빈곤이 인구의 증가에 의한 결과이기에 출산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맬더스의 주장은 식량은 산술 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빈곤이 발생한 다는 것. 이는 당시의 사회 분위기와는전혀 동떨어진 ‘파멸적 예언’에 가까웠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어느 나라에서나‘인구=부’였고, 출산 장려정책이 자연스러웠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국 정부는 자녀가 8명 이상인 가정에 ‘다자녀 장려금’까지 줄 정도였다. 하지만, 맬더스의 이론을 뒷받침해주는 최악의 역사적 사건이 있었으니, 바로 맬더스 사후 10년 뒤에 벌어진 ‘아일랜드 대기근’이다. 당시 영국의 지배하에 있던 아일랜드는 밀, 옥수수 등의 작물을 영국에 실어 보내는 대신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감자를 주식으로 삼아 연명해야 했다. 그런데 아일랜드에 감자가 재배되기 시작한 17세기 초 2백만 명이던 인구가 18세기 중반 8백만 명으로 불어난다. 그 때 대재앙이 시작된다. 1845년 감자 역병인 ‘잎마름병’이 속수무책으로 퍼지면서 모든 감자가 뿌리째 썩어간 것이다. 대기근 기간에 1백10만 명이 굶어 죽거나 영양부족에 따른 각종 질병으로 사망하고, 굶주림을 피해 신대륙으로 피신한 이민자가 1백80만 명에 달했다. 알고 보면 존 F. 케네디 대통령도 아일랜드 이민자의 후손이다. 결과론적으로 맬더스의 주장은 틀린 것으로 판명됐다. 우선 공급 측면에선 품종개량과 비료 및 농기구 발달 등으로 폭발적인 식량 증산이 이뤄졌다. 인구 증가 역시 그의 예언처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지 않았다. 또 한가지 맬더스가 간과한것은 각국의 인구 변천이 사회적 단계에 따라 서로 다르게 전개된다는 점이었다. 산업화 이전 1단계에선 출생률과 사망률이 모두 높아 인구 증가가 두드러지지않는다. 산업화에 들어서는 2단계는 출생률이 높지만, 사망률이 떨어져 인구가 급증한다. 3단계는 도시화, 여성의 사회 진출 등으로 출생률과 사망률이 모두 하락한다. 어느 정도 경제성장이 이뤄진 4단계에선 출산 기피 현상이 벌어져 인구가정체하거나 감소하게 된다. 이러한 경제·사회적 인구변천 진행 단계에 우리 사회를 맞춰볼 때 3단계를 지나 4단계에 접어들지 않았나 싶다. 세계1위 수준의 초 저출산율에 고령화 현상 때문에 일부 지방에선 ‘소멸의 위기’를 맞는 현실을 봐도 그러하다. 한국 고용정보원의 분석·발표 자료를 보면 전국 시·군·구 및 읍·면·동 10곳 중 4곳이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로 소멸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일부 언론에선 ‘민족 소멸’을 걱정하는 제목을 달기도 해 주목받았다. 지난해 말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선 우리 사회의 ‘슬픈 자화상’이다. 출산율을 높이려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각종 정책적 처방을 동원하는 등 발버둥을 치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좋은 묘책은 없는 게 우리의 딱한 현실이다. 새마을운동중앙회가 ‘한 자녀 더 갖기 운동’을 펼친 것도 저출산의 심각성과 위기의식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해 출산과 양육의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였다.저출산 문제에 관해선 ‘백방이 무효’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사회 구성원 모두의 지혜를 총동원해서 풀어야 할 우리 시대의 과제다. 현 상황에서 그나마 현실성 있는 대책을 꼽자면 청년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심어주는 것일 게다. 그 중 하나가 대한민국 모든 청년이 안정된 일자리를 갖도록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청년 실업문제 해결 없이 그 어떤 대책도 허망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