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친절한 금자씨> 대사 중 ‘너나 잘하세요’라는 말이 유행한 적 있다. 교도소에서 출소하는 금자씨는 전도사가 착하게 살라며 건네준 두부를 엎어버린다. 싸늘하게 무표정으로 던지는 대사가 바로 ‘너나 잘하세요’다. 죄 없이 옥살이하고 나오는 사람에게 전도사가 보여준 불편한 간섭에 대해 절묘한 반격을 가하는 장면이었다.자신의 몫도 제대로 감당 못하면서 이런저런 간섭을 일삼는 사람들에게 딱 맞는 말이다. 요즘 나 자신이 이런 말을 듣고 있는 것은 아닌가 걱정할 때가 있다. ‘젊은 세대들이 업무에 대한 책임감은 낮고 권리의식은 높다’는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이 말을 듣는 청년들이 ‘너나 잘하세요’라 할 듯하다. 생존 불안을 느끼는 청년들이 선택한 ‘보람보다 즐거움’, ‘독립적인 개인’을 중시하는 문화가 잘못은 아니다. 다를 수는 있어도 틀린 것이 아니다. 강요가 아니라 자발적 참여를 만드는 재미있는 직장을 만들어갈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고 있는지 반성하게 된다.평생교육계에도 비슷한 문제가 있다. 우리 국민은 타인으로서 독립시켜야 할 자식 교육 걱정만 하고 정작 필요한 자신의 역량개발, 행복한 삶을 만들어갈 평생교육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 평생교육 종사자들은 이를 걱정하곤 한다. 그렇지만, 평생교육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낮은 것 또한 교육계의 잘못이 크다. 절실하게 배워야 할 사람일수록 학습의 시간과 기회가 없다. 교육계가 배우고 싶지만 배울 수 없는 사람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기 위한 여건을 만들지 못한 것을 먼저 반성해야 한다. 법에는 누구나 배울 수 있는 권리가 있고 학습 휴가를 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꿈같은 이야기다.단적으로 국민교육을 책임지는 교육부 예산을 살펴보면 평생교육 관련 예산은 76조 원 중에 1조 원으로 1.3%밖에 되지 않는다. 유·초·중등교육 58조 원, 고등교육 11조 원에 비하면 평생교육에 대한 공공 투자는 너무나도 빈약하다. 인생의 75%를 차지하는 학령기 이후 시기의 평생교육에 대한 정부의 투자를 제대로 만들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 평생학습에 대한 낮은 참여를 탓하기 전에 이런 불균형을 바로 잡는 실천을 해야 ‘너나 잘하세요’ 소리를 듣지 않을 수 있으리라.새마을운동도 한국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나갈 주역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기 위해선 스스로의 학습과 훈련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새마을운동이 근대화의 기수로서 역할을 감당했던 시절에도 제일 먼저 했던 일이 학습과 훈련에 참여하는 일이었다.이런 학습조직 전략이 적극적으로 추진된 덕분에 오늘날의 새마을운동이 가능했다. 지금도 현대적 공동체운동으로서 새마을운동이 국민의 참여와 협력을 이끌어내는 데 필요한 과제의 중심에 계속 배우고 혁신하는 노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런 노력이 없는 새마을운동은 ‘너나 잘하세요’라는 눈총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지속 가능한 공동체 운동을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가 필요하지만 스스로 배움과 창조의 기회를 만들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 될 수밖에 없다. 똑같은 일이지만 서로 권면하고 깨닫는 과정이 있는 지역 사업은 성공하고 발전하지만 이런 과정이 없는 사업은 실패하기 마련이다. 외형은 그럴듯하지만, 참여자의 성장이 없기 때문이다. 지도자 교육이나 훈련에 관심을 두지 않고 당장 처리할 일에만 급급해하면 운동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다른 지역의 선진 사례 탐방도 학습이 아닌 관광이 돼버려서는 안 된다. 배운 것을 주민 전체에 공유하는 노력, 사업에 반영하는 노력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새마을운동을 늘 배우고 익히는 조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바로 우리의 책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