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석유나 석탄 같은 화석연료의 유 한성과 환경에 대한 악영향을 잘 알고 있는 과학자들은 이를 대체할 재생에너 지를 개발해오고 있다. 전기에너지와 수 소에너지로 가는 자동차를 만들어 냈고 태양열이나 풍력을 이용해 에너지를 생 산하는 기술을 찾아냈다. 이렇듯 지구의 자원과 환경을 보존하는 방향으로 발전 하고 있는 과학은 ‘미래는 결코 암울하 지만은 않을 거’라는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인 연구와 그 성과 만으로 미래의 지구환경과 인간의 삶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접을 수는 없다. 환 경의 문제는 우리가 에너지를 절약하고 플라스틱 용품을 덜 쓰는 것만으로 개선 될 단순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매 년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올 여름의, 또 겨 울의 날씨는 얼마나 우리의 예상을 벗어 나 ‘역대급’이란 수식어를 역대급으로 자 주 입에 올리게 될 것인가. 세계적으로 뉴스가 되고 있는 미국 서 부의 산불은 고온건조한 강풍 못지않게 말라죽은 나무들이 불쏘시개 역할을 하 기 때문이라고 한다. 미국만이 아니다. 시베리아, 그리스, 터키의 산불로 집을 버리고 피난을 떠나고 있는 사람들이 늘 어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은 자 연재해가 아닌 인간에 대한 자연의 선전 포고로 보아야 한다. 국토의 대부분이 산 악지형인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자연발화 로 인한 산불이 증가하고 있다. 기후변화와 이로 인한 자연재해에 우 리는 언제까지 말 그대로 ‘강 건너 불구 경’을 하고 있을 것인가. 얼마 전 신문에서 아르헨티나의 부자 동네인 노르델타에 출몰하는 대형 설치 류 카피바라의 사진이 실린 것을 보았다. 환경단체들에 의하면 이 지역은 원래 카피바라의 서식지인 습지였다고 한다. 고급주택을 짓기 위해 카피바라가 자신 의 땅에서 내몰린 것이다. 1m에 달하는 작지 않은 몸집 탓일까. 근사한 저택의 대문 앞에 모여 서 있는 카피바라의 모 습은 자신들의 땅을 불법점거하고 있는 인간들에게 우리 땅을 되돌려 달라고 항 의하는 시위대처럼 보였다. 외부인의 출 입을 막는 게이트가 설치된 이 부촌의 주민들은 (당연히) 무단으로 들어와 단 지 안을 돌아다니는 카피바라에게 총을 쏘기도 한다니, 도시의 개발붐에 밀려서 삶의 터전에서 쫓겨난 도시빈곤층의 모 습이 겹쳐져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지구의 생물종 가운데 유일하게 천적 이 없는 종이 인간이라고 한다. 그러나 바로 그 강점이 스스로를 멸종시킬 수 있는 치명적 약점이 될 수 있다. 인간의 끝없는 탐욕을 채우기 위해 자연을 침범 하고 파괴하고 많은 식물종과 동물종을 멸종으로 몰아넣은 결과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기후변화와 자연재해이기 때 문이다. 우리는 속도를 줄일 필요도 없 고 멈출 일도 없으니 브레이크는 필요 없다며, 이를 떼어낸 자동차를 타고 있 다. 브레이크 없이 달리는 자동차가 전 속력으로 내달린다면 그 결과는 너무나 뻔하다. 더 이상 자연을 인간의 욕심을 위한 착취의 대상으로 대해서는 안 된다. 더 좋은 곳에 집 짓고 살자고 산을 깎고 나 무를 베고 말 못하는 동물들을 몰아내서 는 안 된다. 보다 편리한 생활만을 요구 하며, 오염과 환경파괴를 일으킬 물질을 남용하는 우리의 삶의 방식도 그대로 두 어서는 안된다. 우리가 자연에 겨누는 칼날이 역대급 홍수와 가뭄과 산불이 돼 인간 세상을 덮치고 있다. 낙타가 돌아오는 지구, 카 피바라가 제 땅을 요구하는 지구, 자연 재난으로 황폐해진 지구에선 인간도 더 이상 살 수 없을 것이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