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 아니라 신년래불사신년(新年來不似新年)이다. 신축년 새해 분위기는 좀처럼 느끼기 어렵다. 크리스마스만 기다려온 성탄 트리와 장식전구들이 아예 빛조차 못 보더니 신년 덕담도 매한가지 처지다. 시간은 연속이다. 무한하게 이어진다. 인간이 거기에 마디를 만들었다. 년, 월, 일, 시다. 마디마디마다 뒤를 되돌아보고, 장래를 작심하기 위해서일 거다. 마디가 어떤지 미리 볼 수 있다면 작심을 성사시키기에 더할 나위가 없다. 마디의 끝과 시작 즈음에 점과 예언과 사주풀이와 전망 등이 쏟아지는 이유다. 미리 보기의 성패는 연륜, 경험, 데이터, 각종 분석 등을 얼마나 아우르느냐가 결정짓는다. 산업화, 세계화, 디지털화는 마디를 구성하는 인자들의 변화를 가속화시켰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미리 보기는 더욱 중요해진다.이코노미스트는 1843년 9월 창간된 영국의 유력 시사주간지다. 전 세계 증시를 이끄는 뉴욕 월가나 글로벌 금융시장의 메카인 런던 시티에서 일하는 전문가는 물론 정치적·사회적 주요 인사들이라면 꼭 봐야 한다는 바로 그 잡지다. 이코노미스트는 매년 세계 전망을 책으로 따로 발간한다. 2020년은 코로나19로 세계는 단절되고, 디지털혁명은 가속화됐다. 미중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2021년의 불확실성은 더욱 높아졌고, 그런 만큼 이코노미스트의 ‘2021 세계경제대전망(The World in 2021)’도 관심이 쏠렸다.이 책은 서문에서 새해를 전망해보는 데 필요한 단초들을 제시했다. ‘주목해야 할 10가지 트렌드’가 그것이다. 10가지 트렌드의 시작과 현재를 파악하고, 앞으로 어떨지를 유추하면 올해 전망에 자연스럽게 다가설 수 있다.1. 백신을 둘러싼 투쟁이다. 초점은 백신 개발에서 배포로 이동할 것이다. 순위, 부작용, 수송 등 배포를 둘러싼 다양한 문제들은 올해의 성패를 규정지을 가능성이 크다. 2. 불균일한 경기 회복이다. 위기 상황에서 강한 대기업과 그렇지 못한 중소기업의 격차는 극명해졌다. 격차는 어떻게 변하고, 어떻게 해소할 지도 변수다. 3. 새로운 세계 질서의 형성이다. 미국 이미지를 땅바닥까지 떨어뜨린 트럼프의 뒤를 이은 바이든 대통령. 그가 취할 행보 하나하나는 지구촌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4. 미중 간 긴장 심화다. G1과 G2의 상반된 움직임 사이에 낀 나라들은 균형 잡기를 강요당할 것이다. 균형을 잃는 순간 세계 질서 밖으로 튕겨 나갈 수 있다. 5. 최전방에 놓인 기업들이다. 코로나19는 발생 확률은 낮지만, 영향력이 큰 재난이다. 기후변화도 마찬가지다. CO₂를 수반하는 생산 활동을 업으로 하는 기업에는 기후변화와 사회 정의를 위한 행동에 나서라는 안팎의 요구가 빗발칠 것이다. 6. 기술발전 이후의 변화다.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IT(정보통신기술)는 화상회의, 원격근무 등을 일상화시켰다. 일상의 변화 여부는 올해를 규정하는 주요현상의 하나가 될 것이다. 7. 덜 자유로운 세상이다. 감염 우려와 방역의 어려움으로 관광은 국내 여행 위주로 변했다. 항공사, 호텔 체인, 해외 유학생에 의존하는 대학은 어떻게 될 것인가. 8. 기후변화 대응 기회다. 각국 정부는 경제 회복과 코로나19 대응 차원에서 환경친화적 경기 회복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은 물론 신사업의 기회가 함께 열릴 수 있다. 9. 데자뷔의 해다. 코로나19는 올해 극복되거나 극복 과정에 있을 것이지만 미뤄진 행사를 모두 치르진 못할 수 있다.10. 다른 위험에 대한 경보다. 무시됐던 위험이 현실화한 것이 코로나19다. 내성이 강해지고 있는 항생물질, 핵 테러 등에 대한 진지한 정책적 대응이 촉구되는 원년이 될 수 있다.한국에선 올해 전망에 넣어야 할 큰 변수가 하나 더 있다. 서울특별시장과 부산광역시장 보궐선거다. 분열과 대립이 두드러질지, 통합과 수렴의 길로 나아갈지…. ‘2021 세계경제대전망’의 일부분을 인용해 본다. ‘1백 년 만에 한 번 찾아온 팬데믹은 혁신주의 시대처럼 경제·사회를 극적으로 재설정하는 기회를 만들어 냈다. 그것을 거머쥘 만큼 용감한지 아닌지가 2021년에 중대한 문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