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한강의 기적을 이룬 나라다. 1960년 일 인당 소득 80달러에 못 미쳐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보다 가난한 나라가 일 인당 소득 3만 달러를 넘어서며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 되었다. 틀림없는 얘기다. 하지만, 1960년대 이후의 경제적 성장만을 부각시켜 대한민국의 빛나는 역사적 전통을 깡그리 무시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1960년에 우리가 비록 아프리카 국가, 동남아 국가보다 가난하였지만, 우리는 오랫동안 질서 있는 정치체제를 유지해 왔고, 이를 뒷받침한 높은 수준의 문화를 갖고 있었다. 1960년 당시의 높은 교육열이 말해 주듯이 대한민국은 비록 가난하지만, 문화적으로는 이미 깨우친 근대화한 나라였다. 경제적 기적을 강조하기 위해서 후진국이었다고 의도적으로 내세운다면, 우리 선조가 이룩한 세계 수준의 여러 업적을 스스로 깎아내리는 어리석은 일이다. 1970년대에 제창된 근면, 자조, 협동이라는 새마을정신도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정부의 선도와 도움으로, 그리고 이에 호응한 농촌의 적극적 노력으로 농촌이 근대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의 농민은 다른 후진국의 농민과 달리 도시에서 전개되는 산업화 현장을 잘 알고 있었고, 농촌의 근대화를 위한 정신적 준비도 되어 있었다. 이 때문에 새마을운동은 쉽게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었다. 새마을정신은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낯선 정신과 명령이 아니라, 우리의 역사 전통 속에 깊이 뿌리를 내린 정신이다. 그 정신의 잠재력이 산업화 시대에 발휘되어 농촌의 변모를 이끌어 온 것이다. 역사는 대한민국의 2018년을 평화의 원년으로 기록할 것이다. 이젠 분단의 정치를 끝내야 하고, 경제만이 제일이라는 왜곡되었던 가치관에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분단 하에 남북대결의 적대적인 상태에서 ‘하면 된다’는 헝그리 정신으로 경제성장에만 몰두했던 시대는 갔다. 경제성장과 굶주림에서의 탈출을 제일 과제로 한 시대는 지났다. 새마을운동이 지향할 가치로 생명, 평화, 공경을 정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생물학적 생존을 넘어서 산업근대화에 성공한 이후 보다 보편적 가치를 지향해야 하는데, 새마을운동의 방향을 새롭게 정립한 일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새로운 가치 중 생명과 평화는 내년에 100주년을 맞이할 3·1운동의 정신이기도 하다. 3·1운동은 우리 민족의 거대한 깨우침을 표현한 역사적 사건이면서, 또한 당시 제국주의의 군화발 아래 신음하던 식민지 국민이 범민족적으로 항의와 자존의 목소리를 처음으로 낸 세계사적 사건이다. 온 대중의 참여, 공존과 비폭력을 실현한 3·1운동은 바로 생명과 평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것이 3·1운동 정신이 국내적으로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큰 울림을 갖게 된 이유다. 3·1운동의 생명과 평화 정신의 뿌리는 한편 우리 민족이 오랫동안 이상으로 삼은 홍익인간의 정신이다.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기 위한 사상은 생명에의 존중과 평화를 밑바탕으로 하지 않고서는 가능하지 않다. 이제 새마을운동은 홍익인간의 정신과 3·1운동의 정신을 이어받아 새로운 시대, 평화 시대의 정신을 몸으로 실천하는 운동이어야 한다. 2018년 11월 남과 북이 비무장지대의 경비초소를 철거한 사건이 웅변적으로 말해 주듯이, 비무장지대는 말 그대로 무장세력이 없어져 평화가 찾아오고, 한때 적대세력이던 남북이 평화를 꿈꾸며 공존하고, 지뢰밭이 아니라 새 생명이 자라는 터전이 될 것이다. 한반도의 번영을 위해서 생명과 평화의 정신이 멀리 드넓게 펼쳐져야 한다. 2018년이 저물어간다.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으며, 사회의 저변을 형성하고 있는 자영업자나 비정규직 취업자의 삶은 불안정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2018년 남북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거대한 첫걸음이 시작되었다. 한반도에 찾아온 생명과 평화, 공존의 정신은 정치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모든 면에 빛을 밝히고, 따스함을 전할 것이다. 2018년 평화의 원년, 생명과 평화, 공경의 정신이 어둡고 추운 구석구석을 밝히고 덥혀주는 새마을을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