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간에 걸쳐 코로나19로 인해 인간사회의 일상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양상도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
국내는 대표적으로 재택근무, 비대면 수업 등 직장 근무에서나 학교의 수업에서나 집단생활에서의 감염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인해 가능한 한 사람들의 접촉이 기피되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됐으며, 경제생활에서도 상당한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였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상호 접촉을 꺼리게 되고 인간의 심성에 내재된 접촉 욕구를 자제하게 됨으로써 야기되는 고립감, 우울증 등의 심리적인 부정적 현상도 수반하게 됐다.
인간의 건강과 생명의 안전을 지키려는 불가피한 조치로 받아들이면서도 하루빨리 백신이 개발돼 정상적인 생활로 복귀하기를 염원하게 되었다. 통상적으로는 10년 이상이나 걸린다는 백신이 전 지구적인 인간 생존의 위기에 처해 국제적인 관심과 경쟁에 힘입어 애초 예상보다 빨리 백신 접종이 가능한 시기가 도래했다.
국내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국가들이 빗장을 걸어 잠그고 국가 간의 통행을 제한하는 조처를 함으로써 종래의 세계화 현상으로 인한 국경 없는 자유무역체제가 둔화되고 국제정치, 경제체제도 그 양상이 달라졌다.
국가 간의 협력과 교통을 통한 문제의 해결과 상호이해의 증진을 지향하는 국제적 보편주의보다는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국가중심체제를 공고히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경향을 보여주게 됐다. 원래 국제사회는 국내사회와 달리 중앙의 권력기관이 없으므로 국가 중심의 이익이 상호 교차하는 관계로 이루어져 있기는 하다. 현대에 들어 이러한 국가의 이익을 조정 통제하는 국제기구의 역할이 점증하고 강대국의 권력정치에 일정한 통제장치로 작용해 온 측면에서 보면 보편적 질서확립을 위한 국제적 노력의 결실이 나타난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현상은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뿐 아니라 대륙별 지역 차원에서 노력이 동시에 진행돼 이뤄진 성과이다. 이러한 세계화의 모습이 코로나로 인해 제동이 걸리게 됐다.
가장 대표적인 현상이 코로나 통제를 위해 개인의 자유 영역이 줄어들면서 사회 전반에 걸친 국가의 관여 확대로 인한 민주주의와 자유시장질서의 퇴조, 중국의 부상과 위협에 대응한 미국의 견제와 이로 인한 양측간의 대결, 코로나 문제에 대한 중국의 책임론 제기와 이로 인한 국가 간의 갈등양상 등을 볼 수 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국제회의 참가를 통한 분쟁과 갈등의 조정과 해결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화상 회의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다. 매년 9월 연례적으로 개최되는 유엔총회에 각국의 정상이 직접 참석하는 방식을 대신해 화상으로 연설하는 새로운 모습의 국제회의가 자리 잡고 있다. 유엔 이외에도 APEC(아시아 태평양경제협의체),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등에서도 이러한 상황을 볼 수 있다.
이는 물론 국가의 대표들이 대면하여 문제를 협의하는 만큼 효율적인 회의의 운용방식이 아니지만, 앞으로 이런 화상회의를 통한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외국의 전문가를 초청한 세미나, 국제회의 등에서도 화상회의가 일상적인 모습으로 정착하는 현상이 코로나19 이후의 국제사회의 모습으로 나아갈 것이다.
2021년에 전 세계적으로 백신의 보급이 확대되고 코로나 이전과 같은 생활로 점차 돌아갈 것으로 염원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코로나로 인해 바뀐 생활의 패턴 중에서 일부는 새로운 삶의 모습으로 자리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관계에서는 여전히 미국과 중국 간의 대립이 지속되고 국가중심의 국제사회가 지속될 것이다.
한편으로 국가 간의 협력을 통한 국제문제의 해결 노력이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 국가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지구적인 문제인 기후변화와 환경보호, 전염병, 국제개발, 인권문제, 자유무역을 통한 국제경제의 활성화, 핵무기 통제, 테러 등 분쟁과 위기의 대처를 위한 협력이 더욱 절실하게 요청된다. 한국도 중견국으로서 이러한 국제문제의 해결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역할이 국제사회에서 기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