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취임식을 마치고 곧바로 17건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 중 하나로 2019년에 트럼프 정부가 탈퇴했던 파리기후 협약에 재가입했다. 미국이 복귀한 기후협약은 병들어 가는 지구생태계를 되살리고,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에 대처하려는 세계적인 프로젝트다. 재난은 예고 없이 일어나지 않는다. 자연이 보내는 많은 예고를 무시해 온 인간만이 ‘예고 없는 재난’이라는 억지를 부린다. 기후재앙도 마찬가지다. 지구는 이상기후와 기후재난이라는 예고를 지속적으로 보내왔다.
지금은 인류가 이루어 낸 ‘문명’의 민낯을 돌아볼 때다. 고고학자들에 의하면, 인류가 수렵과 채집을 통해 자연으로부터 주린 배를 채우는 단계에서 더 나아가 야생동물을 가축화하고 작물을 경작하면서 문명이 출발했다. 자연과 인간 이외의 생명체를 인간의 욕구에 맞게 길들이고 착취하는 과정이 문명의 발달사다. 자율주행 자동차며 인공지능을 이용한 온갖 이기를 양산하는 현대의 문명은 오래전 문명의 태동기로부터 얼마나 멀리 와 있는 것인가. 그 거리는 아마도 측량할 수 없을 만큼 멀고 멀다.
하지만, 인간 이외의 생명은 하찮은 것이며 언제든 대체 가능하므로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려면 이용과 착취를 무한정 허용해도 된다는 지나친 인간중심주의적 관점은 그 먼 옛날이나 지금이나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이러한 생각을 바꾸지 않는 한 인간과 자연의 건강한 공존은 헛된 희망에 머물고 말 터이다.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 중 「곡정필담」에는 ‘모든 사물과 생명체의 기원은 먼지로부터 시작된다’는 글이 있다. 연암의 글을 요약하면 먼지가 응결해서 흙, 모래, 돌이 되고 먼지가 맺혀 금속이 되고 번영하여 나무가 되고, 먼지에 기온이 차면 벌레가 되고, 사람도 그 벌레의 한 종족이다. 연암은 자연과 인간이 한 뿌리에서 출발한 공동의 운명체라는 인식을 간략하고 실감나게 호소하고 있다.
돌이켜 보면, 지난 1년간 온 세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경제와 사회적 삶의 모든 영역을 옥죄는 코로나19도 결국 인간이 자연을 도구화하고 지구에 사는 다른 생명체를 짓밟아 온 대가다. 지구 상의 생명체에게 그들의 자리와 살아갈 몫을 주지 않고, 생태계를 파괴한 대가다. 자연과 인간이 한 뿌리를 갖는다는 연암의 인식이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된다.
암울한 소식이지만 세계의 저명한 학자들은 병든 생태계의 반격이 이번의 코로나 바이러스에서 멈추지 않을 것이란 섬뜩한 경고를 쏟아내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미국을 비롯한 몇몇 국가에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일부 국가에서 접종이 시작됐다. 치료제도 생산되고 있다. 그렇지만, 이 세계적 재난이 언제쯤 확실하게 통제돼 일상적인 삶을 되찾게 될지는 아직도 가늠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백신을 접종해 면역률을 높이고, 치료제를 개발해 사망자를 줄이는 것은 이미 발생한 재난을 수습하는 대응책일 뿐이다. 우리가 생태계를 보전하고, 지구 상의 다른 생명체와 공존하는 길을 찾지 않는다면, 자연의 복수는 끝없이 이어질 것이다. 자연생태계는 인간과 모든 생명체가 자연스레 어울려 조화를 이룰 때에만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
이제는 공감을 넘어서 직접 행동으로 실천해야 할 때다. 새마을운동중앙회는 이미 2018년부터 생명, 평화, 공경을 기치로 하여 새마을운동 대전환을 선언했고, 기후위기와 생명의 위기를 극복하자는 생명살림국민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이 운동은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이전에 출발하였지만, 코로나19 이후를 준비하는데 시의적절하며 필수적인 적극적 대응이란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고 방역에 협조해 온 우리 국민의 노력이 한 걸음 더 나아가 기후위기를 되돌리고 병든 생태계를 되살릴 때, 효과적으로 코로나19를 넘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생명살림을 위한 운동의 한 걸음 한 걸음이 지구의 기후와 환경의 문제에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것을 믿으면서 우리의 작은 걸음을 이어나가기를 기대하며, 2021년이 지날 때 코로나19의 종식을 선언하는 감격의 순간이 오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