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조직에든 리더가 존재한다. 회사에는 단지 최고경영자만 리더가 아니다. 팀에서는 팀장이 리더고, 부에서는 부장이 리더다. 이들 리더가 각각의 분야에서 제 역할을 잘해야 회사도 발전한다.
리더도 직위에 의해 자연스레 갑(甲)과 을(乙)의 관계가 형성된다. 경우에 따라 갑이 을이 되기도 하고 을이 갑이 되기도 한다. 이를 피상적으로만 봐 단순히 권력자는 갑, 피권력자는 을이라고 인식하고 갑의 위치에 있는 경우 리더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리더(leader)라는 말의 참뜻과는 거리가 먼 내용이다.
리더(leader)의 어원은 ‘여행하다’는 의미의 단어(lead)에서 나온 말이다. 리더십 전문가인 존 맥스웰은 “여행을 할 때는 안내자가 필요하고 그 안내자의 역할이 바로 리더의 역할”이라고 설명한다.
그래서인지 리더의 어원에는 ‘먼지를 뒤집어쓰는 사람’이란 뜻도 있다. 먼지 자욱한 현실을 직시하며 기꺼이 먼저 먼지를 뒤집어쓰고 미래를 향해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는 사람이 리더라는 얘기다.
‘참다’, ‘고통을 받다’, ‘견디다’란 뜻을 가진 독일 고어에서 어원을 찾는 학자도 있다. 어떤 것이든 리더의 역할이 그만큼 쉽지 않다는 의미다.
혹자는 ‘나를 따르라’와 ‘돌격 앞으로’란 명령에 따라 참 리더와 가짜 리더를 구분하기도 한다. ‘돌격 앞으로’는 전형적인 떠넘기기 식의 비겁한 리더의 전형이고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 ‘나를 따르라’며 먼저 나서는 리더가 참 리더의 표본이라는 것이다. 리더의 어원인 ‘먼지를 뒤집어쓰는 사람’과도 맥이 통한다.
참 리더의 대표 사례로 이스라엘 군이 자주 언급된다. 이스라엘 군에선 지휘관이 항상 맨 앞장을 선다고 한다. ‘나를 따르라’는 명령만 있을 뿐 ‘돌격 앞으로’란 명령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이집트는 1차 중동전쟁 때 막강한 화력과 병력에도 이스라엘에 패했는데 그 이유는 바로 이집트군 장교들이 ‘돌격 앞으로’를 명령해놓고 정작 자신들은 제일 먼저 도망갔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물론 이집트군만 그랬던 것은 아니다. 우리 선조도 그랬다. 임진왜란 때 일본이 쳐들어온다는 전조가 있었는데도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았다. 더구나 부산에 왜군이 나타나자 육해군 최전방 사령관이 모두 도망가면서 20여 일 만에 한양이 점령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과거 나라를 다스리는 최고의 리더였던 군주(君主)의 영어표현 ‘로드(lord)’의 어원도 리더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lord는 고대 영어 ‘loaf-guardian(빵을 구해오는 사람)’에서 유래했다. 일국의 군주가 백성에게 먹을 것을 제공하지 못하면 군주의 자리를 내놓아야 한다는 얘기다.
재미있는 것은 회사의 영어표현인 ‘company’도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com’은 함께라는 뜻이며 ‘pan’은 라틴어로 빵을 의미한다. 즉 company는 빵을 같이 나눠 먹고 살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 만든 조직인 것이다.
회사를 뜻하는 다른 말 ‘corporation’의 ‘corpor’는 라틴어로 body 또는 단결을 의미한다. 경영자와 사원이 단결해서 경영을 해 나가는 것이 회사, 즉 corporation이다.
이들 어원을 종합하면 리더는 기꺼이 먼지를 뒤집어쓰고 새로운 길을 개척해 빵을 구해와 함께 나눠먹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쉽지 않은 자리다. 고통도 참고 견뎌내야 한다. 물론 기업경영만의 문제는 아니다. 정치세계에서 리더가 미치는 영향은 더 큰 만큼 책임이 더 막중할 수밖에 없다.
올해도 수많은 기업에서 최고경영자와 임원이 교체됐고 정치권에서는 4월 재·보궐 선거를 통해 새로운 리더가 등장했다. 내년에는 대선을 거쳐 국가 리더가 탄생한다. 이들 리더들이 권력 확보의 기쁨에 취하지만 말고 먼저 ‘먼지를 뒤집어쓰는 사람’이라는 뜻의 묵직한 리더의 의미를 가슴에 새겼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