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시점에서 농촌 재생과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핵심역량으로 ‘가교형’ 사회적 자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사회적 자본은 결속형(bonding)과 가교형(bridging)으로 분류된다. 결속형은 흔히 ‘유유상종’의 표현처럼 비슷한 배경과 관심사를 가진 사람 들 사이의 강한 유대와 관계망을 의미한다. 반면 가교형은 서로 다른 배경과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 사이의 비록 강한 유대는 아니더라도 서로 존중하고 신뢰하는 관계망을 뜻 한다. 결속형 사회적 자본은 낙후된 지역 주민들이 생존을 위해 그럭저럭 상호의존적인 삶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하 지만 결속형의 강한 내부 결속과 연대는 종 종 외부인에 대한 강한 배타성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배타성의 극복에 초점을 두는 유형이 가교형이다. 가교형 사회적 자본은 다른 사회적 배경 또는 관심사를 가진 구성원들이 폭넓은 관계망을 구축하고 이를 활용해 자원의 접근성과 활용기회를 확대해 나갈 것을 강조한다. 특정 지역이나 집단이 “그럭저럭 살아가는 것”(getting by)이 아니라 남들보다 “앞서 나가기”(getting ahead) 위해서는 결속형보다도 가교형 사회적 자본형성이 필수적이다. 농촌지역의 현실을 들여다보자. 농촌지역의 급격한 인구감소의 완충작용을 하면서 지역발전의 자산으로까지 기대할 수 있는 현상이 도시민의 귀농·귀촌이다. 농촌 원주민과 귀농·귀촌인의 관계는 어떨까? 자신의 땅에 경계를 짓고 이웃과 거리를 두는 귀농 귀촌인의 이기적인 태도, 원주민과 정부로 부터 바라기만 하는 태도, 농촌에 와서도 도시생활방식을 고집하면서 마을의 관습이나 위계질서를 무시하는 태도, 무분별한 개발로 마을의 분위기를 해치는 태도, 모든 일을 법적으로 해결하려는 태도, 원주민과 어울리지 않고 자신들끼리만 어울리는 태도, 영 농방식에 대한 의견충돌 등 원주민의 입장에서 귀농·귀촌인과 벽을 쌓는 이유는 셀 수 없이 많다. 귀농·귀촌인에게 갈등유발자는 오히려 농촌의 원주민이다. 원주민의 텃세뿐만 아니라 귀농·귀촌인을 도시에서 실패하고 내려온 사 람으로 인식하는 태도, 귀농귀촌인의 일에 사사건건 간섭하는 태도는 가까이 하기에 너무 먼 원주민으로 만든다. 농촌 원주민과 귀 농귀촌인 이 갈등의 귀책사유를 상대방에게서 찾으면서 집단 내부 결속은 강화될지 모 르지만 지역사회의 내분과 알력을 키우면서 비생산적인 소모전이 지속된다. 사회적 자본을 가장 쉽게 이해하는 방법은 마을공동체와 연계해 생각하는 것이다. 마을 공동체는 주민들 사이의 좋은 유대관계, 즉 신뢰와 호혜의 관계망을 전제로 한다. 마을 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한 핵심자산은 사회적 자본인 것이다. 예로부터 농촌지역은 도시지역에 비해 지역공동체의 성격이 비교적 온전히 보전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사회적 자본의 결속형과 가교형의 분류는 우리로 하여금 농촌지역의 공동체 성격을 좀 더 세밀 하게 들여다보도록 만든다. 농촌 재생을 위해서는 더 이상 비슷한 전통과 배경을 가진 주민들이 강한 유대와 소 속감을 가지고 서로를 의지하면 살아가는 결 속형 사회적 자본만으로는 부족하다. 농촌의 진화를 위해서는 다양한 사회적 배경을 가진 주민들이 함께 관여하면서 폭넓은 관계형성을 통해 자원과 정보의 접근성을 확대하는 가교형 사회적 자본 형성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시절 보릿고개를 넘기 위한 새마을운동의 처방은 내부 결속형 사회 적 자본에 의존하는 것이었다. 농촌지역의 소멸이라는 또 다른 도전을 앞에 두고 새마을운동의 공동체정신은 가교형 사회적 자본을 지향하는 것이 돼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