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방송에 ‘요소수 사태’란 표현이 등장하는 모양새가 심상치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요소수 대란’으로 초고속 ‘승격’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는’것이리라 애써 위안 삼았다. 우리 사회에 ‘대란’이라는 단어가 익숙하게 등장한 터였으니 말이다. 지적 호기심이 발동했다. 어찌된 일인지는 짚어 보고 넘어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예상을 훨씬 웃도는 ‘심각하고 복잡하고 거대한’ 문제들이 자리 잡고 있다는 우려를 떨쳐버릴 수 없다. 요소수는 디젤차 배출 가스의 일종인 질소 산화물을 줄여주는 촉매제다. 질소산화물은 대기오염을 가져오고 암을 유발하는 물질로 알려졌다. 그래서 디젤을 연료로 쓰는 버스와 트럭 등은 배출가스 저감장치(SCR)를 의무적으로 달아야 한다. 이 장치에 넣는 것이 바로 요소수다. 국내 디젤차량의 60%는 SCR을 장착하고 있다. 국제 기준이나 국내법상 요소수를 넣지 않으면 디젤차 운행은 불가능 하다. 요소수 대란이 계속되면 물류는 물론 산업 전반에도 치명적 타격이 불가피할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렇게 중요한 존재인데, 어째서 공급 대책은 아예 없었던 걸까. 나비의 날갯짓이 지구 다른 한 편에서 태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나비효과와는 조금 다르다. 원인과 결과가 확연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달 15일부터 요소 수출을 막기 시작했다. 호주와의 석탄 전쟁으로 요소 공 장을 돌릴 에너지가 부족해졌다는 이유에서다. 중국의 이런 움직임은 바야흐로 한국에 메가톤급 폭탄을 떨어뜨리고 있다. 요소수에 대한 중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서다. 한국이 올해 1~9월 수입한 산업용 요소의 97.6%는 중국산이다. 어쩌다 이런 지경으로 내몰렸을까. 2011년 이후 한국내 요소 생산설비가 사라진 탓이다. 국내 업체들은 중국의 요소수 저가 공세를 버티지 못하고 대부분 문을 닫고 말았다. 요소수 대란이 주는 시그널은 분명하다. 타인, 다른 기업, 다른 나라와의 협력을 통한 효율 추구는 한계를 갖는다는 점이다. 한국 사회에서 효율에 대한 ‘집착’은 1998년 IMF 사태 이후 가격 경쟁력이라는 명분과 함께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대세로 자리 잡았다. 인건비는 인력 구조조정으로, 부품단가는 국내외 아웃소싱 방식으로 효율성을 높여왔 다. 한국 내 요소 생산 기반의 와해는 이런 흐름의 연장선으로 여겨진다. 효율성이 절대 진리로 작용하지 않는 영역 이 존재한다. 국방이 그렇고, 식량과 자원 등이 그러하다. 이들 영역에서 효율만 찾다가는 국가 존립을 위태롭게 만들 가능성이 상존한다. 해외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필수 재화도 마찬가지다. 수출국은 언제든 수입국에게 휘두를 수 있는 무기로 사용할 수 있어 서다. 우리는 이미 두 차례 경험한 바 있다. 중국은 2016~2017년 한국의 ‘사드 배치’에 대해 희토류 수출중단 카드를 썼고, 일본은 2019년 극일·반일 분위기 속에서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을 규제로 압박했다. 지금 범정부 차원에서 요소수 대란에 대한 다양한 대책들이 모색되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 어떻게든 해결될 것이다. 그렇지 않다고 전제하는 순간 대규모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그렇다. 문제는 요소수와 유사한 존재들이 여전히 많다는 것이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수입품 1만2586개 중 특정국가 비율이 80%를 넘는 품목은 3941개(31.3%)에 이 른다. IT(정보기술)와 운송수단의 발달, 세계화로 국가 간 교역은 확대일로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경제 패권 경쟁은 제품 및 기업 경 쟁력을 국가 차원에서 다뤄야 할 필요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제2, 제3, 제4의 요소수 대란은 언제든 다시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자원과 핵심소재가 무기로 변한 상황 앞에서 개인이나 기업은 속수무책이다. 우리 사회에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n개의 요소수’ 는 국가 차원에서 해법을 찾아야 마땅하다. 바로 국가 경영을 통해서다. ‘희토류’와 ‘반 도체 핵심소재’에 이어 ‘요소수’도 대란을 빚고 있는데 대책은커녕 교훈조차 얻지 못했다면 이를 어찌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