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지인들과의 만남의 자리를 피하던 중, 얼마 전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분과 전화 통화를 하게 됐다. 마지막으로 본 게 거의 5~6년인 것으로 기억되는 분인데 내친김에 저녁식사 약속을 잡았다. 특별한 목적이 있어서도 아니었다. 단지 만난 지가 오래돼 얼굴이나 한 번 보자는 게 전부였다. 사실 최근 들어 이런 종류의 전화가 부쩍 많아졌다. 다들 단절된 인간관계 속에서 개인적 외로움을 커진 게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란 생각이 문득 들었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인위적인 사회관계 단절이 1년 반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학교와 직장, 소그룹 단위의 친목 모임 등 공동체 집단의 기능도 원활히 돌아가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그 속에서 느끼는 개인적 소외감과 단절 현상도 장기화되는 추세다. 그로 인한 사회적 스트레스도 극한적 상황까지 치닫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 이후 우울증이 심화됐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특히 콜센터 직원 등 비대면 업무에 종사하는 이들 중에 그런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이들이 겪는 코로나 우울증은 물론 사회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적을 불문하고, 코로나19로 일상생활이 사라진 현대 사회의 공통적인 현상으로서, 수면 위로 드러나는 현상이다. 이들이 털어놓은 고충 중의 하나는 “이젠 지겹다”, “온라인 수업은 더는 못하겠다”, “인내심에 한계가 왔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건 청소년들의 인터넷과 스마트폰 의존도가 심화됐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야외 활동이 줄어들다 보니 스마트 기기 의존도가 높아진 탓이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지난 3월 29일부터 한 달가량 전국 초등학교 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학생 127만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스마트 기기 ‘과 의존 위험’으로 진단된 청소년이 무려 22만8800명이나 됐다.
과의존 위험군이란 일상생활에서 심각한 장애를 겪고 금단 현상을 보이는 등 자기 조절이 어려운 ‘주의 사용자군’을 의미한다. 과의존 위험군으로 분류된 학생은 지난해보다 4.4%나 증가했다고 한다. 이는 코로나19로 온라인 수업이 활성화하면서 인터넷, 컴퓨터 이용률이 증가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분석됐다.
인간은 서로 어울려 살아야만 하는 ‘사회적 존재’다. 우리의 행복과 불행, 사랑과 증오, 기쁨과 슬픔 같은 온갖 희로애락이 인간관계에서 생겨나고 결정된다.
개개인을 한 명씩 따져 보면 하나의 작은 우주라고 할 만큼 오묘하고 복잡한 존재다. 따라서 개인과 개인의 어울림 속에 펼쳐지는 인간관계야말로 삶의 가장 중요한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싫든 좋든 간에 사회적 관계를 통해서 형성되는 경험과 상황의 변화에 따라 인격과 개성이 형성되고, 삶의 본질적인 문제들이 해결 가능하다. 즉 어떤 인간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느냐가 바로 그 사람의 삶과 인생의 내용인 셈이다.
친구와 동료, 교사, 이성으로부터 사랑과 존경, 인정을 받을 때 우리는 뿌듯함과 함께 행복감에 젖는다. 사랑, 동료, 가족애는 인간관계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경험들이다. 하지만 평범한 일상 속에서 가능했던 이런 일들이 자취를 감추면서 ‘코로나 우울증’이 생겨난 것이다.
시작이 있으면 언젠가는 결말도 있기 마련이다. 코로나19 백신 보급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코로나19 상황이 종료될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는 요즘이다. 코로나 상황은 끝나가지만, 이를 통해 우리는 잊어선 안 될 소중한 경험을 얻었다. 악수하고 어깨를 다독거리는, 인간적인 접촉이 너무나 소중하다는 사실이다. 이제 행복한 삶의 바탕이 되는 성숙한 인간관계를 위해 우리가 취사선택해야 할 삶의 실천과 방향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소모적인 다툼과 갈등, 이기적인 욕망으로 인생을 허비하기에는 너무나 소중한 인생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