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낮 최고기온 이 33도를 웃돌면 폭염으로 분류하는데, 7월 들어 26일까지 서울은 9.0일이었다. 8월을 포 함하면 1991~2020년 6~8월 평균치 8.7일을 훨 씬 웃돌 거다. 올해 7월은 142년 기상 관측역 사상 가장 더웠다고 한다. 미국 국립해양대 기청(NOAA)에 따르면 세계 평균기온은 16.73도로 종전 기록(2016년 7월)보다 0.01℃ 높다. 마스크까지 쓰고 다녔으니 체감 더위 는 오죽했으랴. 절기가 처서(23일)로 접어들 면서 더위는 확 잦아들었다. 아침저녁으로 창문을 타고 불어오는 바람이 선듯하다. ‘모 기 입이 비뚤어진다’는 처서 속담이 어색하 지 않다. 절기는 어김없이 오고 간다. 코로나19도 왔다가 가는 것이리라. 수많은 대재앙 속에서도 인류가 지금까지 생존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 반증이다. 치료제가 개발 돼 극복하던, 백신 접종 이후 집단면역을 통 해 감기처럼 더불어 살아가던, 코로나는 과 거에 묻힐 것이다. 해마다 돌고 도는 24절기를 어떻게 맞이할 지는 선대에서 후대로 이어지는 경험칙으로 안다. 코로나19는 사정이 다르다. 시공간의 물리적 단절과 방역조치로 빚어진 사회적 단 절은 미증유의 ‘포스트 코로나’ 현상들을 가 져올 것이다. 준비하는 자만이 단절을 뛰어 넘고, 단층의 폭을 좁힐 수 있다. 중요한 포인트는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준 비다. 감염 속도가 빠른 코로나19는 비대면 ‘언택트 경제’를 확산시켰다. 격리·봉쇄 조치 이후 본격화됐다는 의미로 ‘격리 경제’로도 불린다. ICT(정보통신기술)가 발달하지 않은 시대에 코로나19가 창궐했다면 어땠을까. 세 계 경제의 상당 부분은 멈춰 섰을 것이다. 네 트워크의 시대, 모바일의 시대에 비대면·비 접촉은 ‘생활의 이커머스화’를 앞당겼다. 코 로나19에도 기업의 실적이 더욱 좋아진 배경 이다. 비대면 상황이 첨단 ICT의 경제적 효 과를 본격 발현한 결과다.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 코스피 상장 12월 결산 법인들은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1961 조원의 매출을 거뒀다. 전년 대비 3.7% 감소 한 수치다. 그러나 수익성은 좋아졌다. 영업 이익은 107조 원으로 3.2%, 순이익은 63조 원으로 18.15%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는 더 좋다. 연결 매출은 작년보다 17.5% 많은 1080 조 5835억 원이었다. 상반기에 1000조 원을 넘어선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영업이익과 순이익 증가율은 각각 118.7%, 245.5%였다. 비대면·비접촉 상황에서도 ‘어닝 서프라이 즈’를 거뒀다면? 대규모 감원이나 무인화로 도 기업 활동이 충분하다는 얘기가 아닌가. 그렇다면 일자리는 어디서 어떻게 만들 것인 가. 대선 정국에서 이런 이슈가 불거지길 희 망한다. “예산의 용처를 제로베이스는 아니 어도 50% 수준에서 전면 재검토하자. 여기 서 확보한 재원을 포스트 코로나 예산으로 배정하자.” 정치사회적 ‘신뢰 인프라 구축’도 우선순 위에 둘만하다. 코로나19 발생→K 방역 우 수성 홍보→신규 확진자 2000명 돌파→신속 접종 추진→백신 확보 불확실성→거듭된 접 종 연기 등의 흐름에서 신뢰 기반은 뒤엉켰 다. 정책 불신과 정치 염증으로 확산했다. 대통령 선거 국면에서 상승작용을 일으킬 것이 뻔하다. SNS처럼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을 벌이기 좋은 곳이 또 있던가. SNS(사회적 관계망 서비스)에서 번지는 ‘벌 거벗은 뉴스와 페이크 뉴스’는 어떻게 정제 할 것인가. 강요된 삶의 여유에서 파생되는 문제들도 대비해야 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저녁이 있는 삶’을 강요했다.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 러워지긴 했지만, 평생을 직장에서 일해 온 은퇴 가장들을 어떻게 온전히 가정에 안착시 킬 것인지는 과제다. 비대면은 소외·고독·고 립을 증폭시킬 수 있다. 고독사에 노출된 저 소득 고령층, 소외 정도 심해진 사회적 약자, 패배감·상실감으로 극단적 선택에 내몰린 사 람들…. 사회통합과 갈등 해소 차원에서 이 들을 어루만져줄 정책적 배려도 필요하다. 코로나19도 또한 지나갈 터이다. 그러나 빨리 과거가 되도록, 충격은 덜하도록 지혜 를 발휘해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맞이는 아무리 서두른다고 해도 결코 빠르지 않은 과제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