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0일! 한해의 반이 지나간다. 아침 5시 30분에 일어나다. 지난 반년을 돌아보다. 잘한 것은 별로 없고 잘못한 것은 많다. 심신수련에 소홀했다. 공부도 많이 부족했다. 특히 쓰레기를 줄이지 못한 것은 스스로 생각해도 큰 불만이다. 나 자신의 문제, 각종 관행, 생활 문화, 제도 등이 겹쳐 갈수록 쓰레기 천지이다. 제일 심각한 생활상의 쓰레기는 각종 비닐 포장재와 플라스틱이다. 하반기에는 우리 집의 생활 쓰레기를 50% 정도 줄이기로 결심하다.아주 잘한 것은 없고 그럭저럭 잘한 것은 두 가지인 것 같다. 해마다 하는 일이지만, 올해도 나무심기를 말하고 나무를 심었다. 예로부터 한평생 나무 3천개를 심으면 극락에 간다고 했다. 옛 선조의 지혜이다. 요새는 나무를 심으면 돈이 된다고 강조한다. 생명을 아끼고 사랑하는 이들은 나무를 심는 것이 지구 생명을 구하는 것이라고 진지하게 설득하고 외친다. 나는 지금까지 나무를 약 2만 그루 정도는 심은 것 같으니, 극락 갈 때(천당도 좋다) 5~6명을 더 받아달라고 해도 될 듯하다. 죽을 때까지 나무를 계속 심어 극락 입장 때 몇 사람을 더 동행하도록 할 생각이다. 그 다음은 다른 사람들, 이웃들의 얘기를 들으려고 노력한 점이다. 경청은 못되고 듣고 말하는 정도는 된 것 같다. 경청은 ‘자기를 낮추어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라 한다. 참으로 말을 잘하는 사람은 ‘말을 잘 듣는 사람’이라고 했다. 손님들 세 명과 함께 오이, 토마토, 앵두와 우유 한잔으로 아침식사, 아침식사라는 말보다는 아침밥 또는 아침공양이라는 말이 더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밥을 안 먹으면 죽는다. 나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 다른 생명을 먹어야 한다. 생명이 생명을 먹는 것이니, 좀 더 깊이 생각하면 생명이 생명을 모시는 행위이다. 그래서 밥은 생명이다. 그래서 밥은 하늘이다. 그러기에 밥은 고맙게 먹어야 한다. 아니 고맙게 모셔야 한다. 그러기에 밥은 다 먹어야 한다. 음식물 쓰레기가 나올 수가 없다. 그러기에 밥은 나누어 먹어야 한다. 생명이 서로 연결되어 있듯이, 하늘을 혼자 가질 수 없듯이, 밥은 나눠야 한다. 밥을 독차지하려거나 지나치게 많이 가지려 해 ‘탈’이 나는 것이다. 일하지 않는 사람은 먹지도 말라!오랜만에 방과 마루 청소를 한다. 화장실 청소를 하다가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어쩔 줄 몰라 하는 귀뚜라미를 보다. 잘 몰아가서 밖으로 내보내 주다. 마루 청소를 하다 책장 위에 길게 퍼져 있는 뱀을 발견하다. 꼬리를 들어 밖으로 내가면서 눈대중으로 가늠하니 한 60~70cm는 되는 것 같다. 이곳은 비료, 농약을 안 하고 자연이나 유기농업으로 일관하니 눈에 띄는 변화가 있다. 3년이 지나니 반딧불이 수십 마리가 떼 지어 날아다닌다. 봄비가 제대로 오는 해는 이백 마리 이상으로 늘어난다. 7년이 되니 청구렁이와 먹구렁이가 여러 마리 눈에 띈다. 이렇게 되다 보니 이제는 책장까지 뱀이 들어오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몇 년 전부터 들쥐와 집쥐 개체 수가 많이 줄었다. 아마도 뱀이 늘어난 것과 연관이 있는 성 싶다. 우리나라 전체 예산의 1.5% 정도인 6~7조 원을 해마다 유기농업에 투입하여 5년만 지나면 놀라운 변화를 실감하게 될 것이다. 전국 1백여만 농가 1백70여만 정보(ha)의 농토에서 온갖 화학물질 독성이 빠져나가고 ‘땅의 생명력’이 살아나기 시작한다. 모든 농토뿐만 아니라 전 국토에서 놀라운 생명복원을 만나게 될 것이다. 3만6천5백여 마을에 반딧불이가 살아난다. 3만5천여 개울에 온갖 물고기 살아난다. 온갖 미생물과 벌레가 살아나고, 그동안 못 보던 온갖 새와 작은 짐승들이 나타난다. 땅과 물이 살아나니 밥상이 살아난다. 밥상이 살아나니 대한민국 국민의 몸과 마음이 살아난다. 국가 예산이란 이런 데에 이렇게 쓰는 것이다. 1년 예산이 4백29조인데, 뭇 생명을 살리는 토대인 전 농토의 유기농업화에 6~7조원 투입하는 것은 정책결단만 하면 된다. 버릇처럼 작년 대비 몇 % 올리고 내리고 해 봤자 세상이 바뀌고 사람이 바뀌지 않는다. 우리 운동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봉사활동을 엄청나게 많이 해 왔다. 이제 봉사활동의 토대 위에 생명살림운동을 확실하게 강화하기 위해 구체적 실천 활동과 정책제안활동을 결합하자. 참여, 봉사, 대안이 함께 가야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하반기에는 우리의 모든 단위 조직에서 ‘생명을 살려내기 위해’ 구체적인 조사와 정책 준비부터 집중적으로 실천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