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많은 지혜와 교훈을 주는 달라이 라마의 평생 화두는 ‘행복’과 ‘용서’입니다. 달라이 라마의 곁에는 항상 긍정심리학 분야의 선구자인 하워드 커틀러와 물리학을 전공한 빅터 챈이 있었습니다. 커틀러와는 행복에 관한 두 권의 책을 공동 집필했고, 빅터 챈과는 용서에 관한 책을 공동 집필했습니다. 달라이 라마가 고대 동양의 지혜를 대표한다면 커틀러와 빅터 챈은 각각 서양의 정신의학과 물리학을 전공한 과학자입니다. 동양의 사상과 서양의 과학이 만나 우리에게 최고의 지혜를 선물한 것입니다.
달라이 라마가 쓴 책들의 제목이 ‘행복’ 또는 ‘용서’지만 그의 강연과 대담을 깊이 들여다보면 ‘우리는 모두 같은 존재’라는 전제 아래, ‘나’에서 ‘우리’로 이동해야 한다는 공동체 의식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는 현대 사회에서는 ‘행복’의 핵심 역할을 하는 공동체 의식이 사라지고, 사회적인 고립감이 늘어나고 있으며, 사람들 사이에 연결감의 결핍이 진행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하면서, 때문에 앞으로 해결해야 할 가장 절박한 문제는 사회 구성원들 간의 접촉 부족과 공동체 의식의 결여라고 결론짓고 있습니다. 이것은 바로 우리나라에서 성공하여 세계로 확산한 ‘새마을운동’의 동기이기도 합니다.
달라이 라마와 그의 동료들이 자신들의 저서에서, 하버드대학 정치학 교수 로버트 D. 퍼트넘의 ‘사회적 자본’을 거론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퍼트넘은 사회 구성원 간의 신뢰와 유대가 사라지는 현상에 대한 경고와 더불어 대안을 제시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퍼트넘 교수와 달라이 라마 같은 동서양 석학들의 공통된 견해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또한 사회 변화의 실마리를 ‘사회적 자본’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자본’이란 사회 구성원의 신뢰와 관용과 배려를 바탕으로 공동의 목적을 효율적으로 달성하게 하는 사회적 역량을 뜻합니다. 스웨덴, 핀란드 등을 비롯한 북유럽 국가의 성공 사례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들 국가가 높은 복지수준을 유지하면서도 유럽 최고의 경제적 성과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재정건전성과 강한 제조업 기반과 같은 정책적 측면도 중요했지만, 다른 국가들과 차별되는 풍부한 ‘사회적 자본’이 가장 주효했다고 평가하고 있지요.
지금 우리나라는 경제적 선진국은 달성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신뢰와 공동체 의식이 강조되는 사회적 자본의 지수는 현저히 떨어져 있는 게 사실입니다. 따라서 사회‧문화적으로 선진국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새마을운동은 초기 물적 자본 축적에 집중하던 운동을 생명, 평화, 공경이라는 사회적 자본 축적으로 대전환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새마을운동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세상의 의미 있는 변화는 항상 일반 대중에게서 시작된다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의미 있는 변화’가 우리나라 방방곡곡에서 새마을운동과 함께 봄꽃처럼 피어나기를 꿈꾸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