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서 경제를 걱정하는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이 세계를 덮친 이후, 그 걱정은 극에 달하고 있지요. 당연히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닙니다. 그런데 다른 나라들이 겪는 경제적 어려움과는 별개로 특히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문제가 있습니다. 1인당 GDP도 올라가고 봉급도 줄어들지 않았는데도 생활이 힘들어진다고 느끼는 것은, 첫째로 우리 사회의 질적 변화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지요.
1인당 GDP가 3만 달러가 넘어서면 사회가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변합니다. 각 부문이 민주화되고, 개개인에 적용되는 인권 수준도 높아지지요. 과거에는 관행으로 통용되던 불합리한 행태들이 사회문제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정경유착으로 떼돈을 벌 수도 없게 되고, 세금은 가히 폭탄 수준입니다. 과거에는 봉급 이외의 수입이 꽤 있었는데 이제는 그럴 수 없게 되었지요. 이것은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경험한 일들입니다. 우리나라에도 그런 시대가 도래했건만 많은 사람은 그것을 실감하지 못하고, 자꾸 옛날보다 어렵다고 불평만 하는 것이지요.
둘째로, 이러한 사회의 질적 변화와는 별도로 우리 사회의 사치와 과소비는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은 코로나로 상황이 많이 바뀌었지만, 부도 위기에 있는 기업인들도 주말에는 골프장에 나가고, 연휴에는 공항이 북새통을 이룹니다.
음식점은 고급일수록 예약이 밀려 있고 손님이 넘쳐납니다. 이런 곳에서 모임을 하고 음식을 먹으면서도 요즘 생활이 어려워졌다고 세상 탓을 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지요.
미국에서는 대학교수를 기준으로 한다면, 점심때에 우리처럼 정식이나 비싼 음식을 먹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주로 값싼 샌드위치나 햄버거로 점심을 먹지요. 양주 가격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저렴한데도 불구하고 고급 위스키를 마시지 않습니다.
와인도 고작 3~5달러 정도를 마시지요. 왜 그럴까요? 물론 검소한 생활이 습관화 되어 있고, 사실상 돈이 없어서이기도 합니다. 봉급 말고는 다른 수입이 없으니 비싼 식사나 고급술을 마실 여유가 없는 것이지요. 이에 비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직도 사치와 과소비의 장면을 자주 목격할 수 있습니다.
새마을의 3대 정신은 근면, 자조, 협동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좀 ‘진부한’ 개념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진부하다는 것은 ‘오래되었으나 지금은 쓸모가 없는 것’을 말하는데, 과연 새마을 정신은 지금 쓸모가 없을까요?
오래되었지만 시대정신에 맞는 덕목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보물 같은 존재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특히 오늘의 주제와 관련하여 근면은 이 시대가 요구하는 가장 필요한 덕목이지요.
알뜰하고, 절약하고, 부지런한 것이 근면이라고 한다면, 풍요의 환상에 빠진 사람들에게는 근면이 진부한 개념이겠지만,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지구온난화를 겪고 있는 현시점에서 아껴 쓰고, 줄여 쓰고, 열심히 일하는 근면은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식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