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면, 자조, 협동이 진부한 개 념이라는 일부의 지적이 있음을 감안할 때 석학 이광형 총장의 말씀은 의미가 있습니다. 이광형 총장님은 70년대 초 경제적으로 어려웠을 때 근면, 자조, 협동이라는 새 마을 정신이 필요했지만, 성과주의가 팽 배해 구성원 간의 신뢰가 무너지고 승자 독식 구조가 심화되어 사회 전체가 무한 경쟁의 압박에 노출되어 있는 지금에도 70년대 초 못지않게 근면, 자조, 협동 정 신의 확산이 필요하다고 본 것입니다. 그 말을 들으면서 ‘자기의 성’을 쌓는 사람 은 반드시 파멸한다는 철학자 야스퍼스 의 말이 생각이 났습니다. 우리나라에 국 한된 현상은 아니지만, 현대 사회의 가장 절박한 문제는 공동체의식의 결여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공정과 배려보다는 배 제와 독식이라는 병리현상이 나타날 때 단기적으로는 정책적 처방이 필요하겠지 만, 장기적으로는 문화와 관행을 바꿔야 합니다. 한국인은 새마을 정신 중 하나인 ‘근면’ 에 ‘빨리빨리’습관이 합쳐져 ‘일 몰입’과 ‘속도경영’을 동시에 할 수 있었으며, 이 것이 시공간적 압축성장을 이뤄낼 수 있 었습니다. 과거의 이러한 실리주의적 생 활태도는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되었지만, 지금은 이러한 태도가 주 민 간 신뢰를 무너뜨렸지 요. 그런데 새마을 정신에 는 근면 못지않게 ‘협동’ 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협 동은 공동체의식과 맞닿 아 있습니다. 70년대는 공동체 발전을 위한 ‘물적’ 자본의 확충이 목표였다 면, 지금은 사회 구성원의 신뢰, 배려, 관용을 바탕 으로 한 ‘사회적’ 자본의 확충이 목표여 야 합니다. 이미 스웨덴, 핀란드, 그리고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의 성공사례에서 알 수 있듯 이 높은 복지수준을 유지하면서도 유럽 최고의 경제적 성과를 이룰 수 있었던 바탕은 바로 사회적 자본의 확충에 있었습 니다. 사회적 자본의 확충을 위해서는 정 부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시민사회의 역량을 강화하여 공동체의식을 확대해야 합니다. 아직 미흡하지만 그래도 우리 사 회가 이 정도 발전하고 경제적으로 선진 국에 진입할 수 있었던 것은 새마을운동 이 50년 동안 지속적으로 건강한 공동체 를 형성할 수 있도록 ‘더불어 사는’ 프로 그램을 마을별로 섬세하게 추진한 결과가 크게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끈끈한 연대의식을 가진 공동체 들은 범죄율, 사망률, 부정부패가 낮아지 고 정부도 더 효율적으로 진화한다는 것 이 많은 연구에서 입증되었습니다.
최근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서 우리 나라를 선진국 그룹으로 지위를 변경한 것이 경제적 측면을 강조한 것이라면, 앞 으로 새마을운동은 사회적 자본 확충을 통해 사회문화적 선진국으로 확고히 자 리 잡는 토대를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사회적 자본이 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