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참전 에티오피아 생존용사에게 손 편지며느리 도움으로 삐뚤빼뚤 알파벳 1백38통 완성 참전용사 가족, 최 이사에게 이메일로 감사 인사
최 이사는 지난달 23일 한국전쟁 70주년을 앞두고 한국전쟁 참전 에티오피아 용사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생존용사와 그 유가족에게 마스크를 전달하는 ‘6037 캠페인’에 참여했다. ‘6037 캠페인’은 지난 4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중 1명이 마스크가 없어서 수건을 쓰고 있는 사진 한 장이 계기가 됐다. 백선기 칠곡군수가 누리소통망(SNS)에서 “70년 전, 전쟁에 참전한 에티오피아 젊은이들이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켰다”며 “지금 에티오피아는 코로나19로 더 큰 어려움에 부닥쳐 있다. 검사 키트와 마스크조차 없다. 이제 우리도 마음을 모아 6037개의 마스크를 보내려고 한다”고 캠페인 취지를 설명했다.‘6037’은 당시 한국전쟁에 참전한 에티오피아 용사들의 숫자이다. 에티오피아 용사는 2백53번의 전투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며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경북 칠곡군부녀회(회장 장춘화)도 ‘6037 캠페인’에 동참하고 뜻을 모아 면 마스크 제작에 나섰다. 최삼자 이사는 면 마스크를 에티오피아로 보낼 때 참전용사들에게 감사의 편지도 함께 보내면 좋겠다고 생각해 손편지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영어를 모르는 최 이사는 한글로 편지를 쓰고 미국 텍사스주립대학교에서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며느리 권지영 교수에게 번역을 맡겼다. 그렇게 번역된 영어 편지를 보고 최 이사는 그림을 그리듯 영문 편지를 썼다고. 생면부지의 한국전쟁 참전 노병 1백38명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손편지를 완성하는데 꼬박 일주일이 걸렸다.최 이사는 “손이 팅팅 붓고 어깨도 아프고 힘도 들고 한 통 완성하기도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처음엔 알파벳도 그림 그리듯 따라 그렸지만, 50여 통을 넘게 쓰니 단어가 눈에 들어오고 필체도 안정됐다. 90여 통 넘게 쓸 때쯤에는 문장을 외우게 됐다”며 뿌듯함을 내비쳤다.편지에는 참전용사의 희생과 헌신을 잊지 않겠다는 감사의 마음과 필터 교체형 면 마스크 사용법이 적혀 있다. 최 이사는 “동봉한 필터를 매일 바꿔서 사용하시고 늘 건강하시고 코로나19를 이겨내십시오. 행복하십시오. 사랑합니다”라고 썼다.최삼자 이사의 특별한 손편지는 주한 에티오피아 대사관을 거쳐 6월 25일 도착 예정으로 에티오피아에 발송돼 참전용사에게 전달된다. 지난 1일 최 이사에게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현충일을 앞두고 에티오피아 한국전쟁 참전용사 가족이 최 이사에게 감사 편지를 보낸 것이다. 캐나다 오타와에 사는 에티오피아 출신 캐나다인 카사씨는 최 이사의 손편지 소식을 뉴스로 접하고 “친형과 어머님의 지인이 한국전쟁 참전용사”라며 “에티오피아 참전용사의 희생을 잊지 않고 정성껏 편지를 써준 최 할머니가 고맙고, 돌아가신 큰 형 생각에 눈물을 흘렸다”며 감사 이메일을 전달했다. 경북 칠곡군은 캐나다 한국대사관에서 카사의 편지를 받아 한국어로 번역한 다음 최 이사에게 전달했다.최삼자 이사는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번영과 행복은 참전용사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앞으로 우리의 우정이 변치 않고 영원히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응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