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진안군 천선미 씨]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농사 천선미 씨는 농촌으로 오기 전부터 이미 마음은 농촌에 살고 있었다. 크고 묵직한 아파트 사이를 벗어나 집 앞에 물이 흐르고 마당에는 고추, 상추를 심어 자급자족하는 일. 어릴 때부터 선미 씨의 꿈은 농부였던 것. 천선미 씨는 “중학교 1학년 때 짝꿍의 꿈이 어부라고 하기에 내 꿈은 농부라고 장난스럽게 말했다. 친구들이 대학진로를 고민할 시기에도 ‘나는 농부가 되어야지’”라고 생각했다고.선미 씨의 꿈은 한국농수산대학에 합격하면서 더 큰 밑그림을 그렸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당연한 게 아니냐고 반문하는 선미 씨의 삶은 자연스레 농촌으로 이어졌다. 대학에서는 농업만 배운 게 아니었다. 인생의 짝이 된 남편 역시 같은 대학에서 선미 씨와 같은 꿈을 꾸는 청년이었다. 천 씨는 “남편은 복학한 과 선배였는데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졸업 후 어떤 일을 같이할지 고민했다. 대학의 마지막 학기를 마칠 무렵 서로의 부모님들께 ‘함께 시골에 들어가 농사를 짓고 싶습니다’고 선전포고를 했다”라고 말했다. 졸업 후 선미 씨와 남편은 1년 동안 귀농 지역을 찾아 돌아다녔고, 진안에 정착했다. 초보 농부, 꿈을 키우다 그녀가 진안에 정착하게 된 이유는 도시와의 접근성 때문이었다. 농촌의 부족한 문화시설과 병원 등 일상에서 필요한 공간이 가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진안은 전주까지 40분이면 간다. 특히 대학에서 사과재배를 전공으로 했기 때문에 사과재배가 가능한 지역 중 진안이 교통편이 가장 좋았다. 부모님이 진안에서 주말농장을 하셨기 때문에 낯설지 않은 공간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이미 대학 2학년 때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사과시험장에서 10개월간의 현장실습을 마쳤고, 남편 역시 사과재배를 함께 공부했다. 천 씨는 “사과는 가장 소비가 많은 과일 중 하나다. 흔하지만 그만큼 찾는 분들이 많다”라며 “1백% 직거래로만 사과를 판매하는데 단골손님 분들은 거의 매일 사과를 드시는 분들이다. 그저 후식의 개념을 떠나 식사대용이 되니 꾸준한 판매처 확보가 더 쉬웠다. 재배하기는 굉장히 어렵고 까다롭지만, 그게 또 하나의 매력이 됐다”라고 전했다. 쉽게 생각한 것이 실수사실 선미 씨 부부의 농사 첫해는 꽤 힘들었다. 대학에서 배운 게 있으니 쉽게 생각하고 시작했던 것이 실수였다. “처음 밭에 나간 날, 가지 하나 손도 못 대고 집으로 돌아왔다. 책으로 공부한 것과 밭에서 직접 농사짓는 것은 천지 차이”라며 “겨우 이웃농장에서 농사짓는 법을 다시 배웠다. 그런데 더 큰 함정은 따로 있었다.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으니 한없이 게을러진 것. 농사를 모르는 것보다 게으름을 못 버린 게 가장 큰 실수였다.”결과는 90% 이상 파지사과였다. 그때부터 부부는 철저히 다시 공부했고 미리 계획을 세워 일하게 됐다. 계획 수립 후, 재배기술에 주력실패를 맛본 부부는 농사에도 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무엇보다 초보 귀농인이 소득을 내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직접 몸으로 체감한 것이다. 천 씨는 “농촌에 들어오면서부터 과수원을 사서 들어왔으니 큰 빚을 지고 들어왔다. 농사에 집중하고 싶은데 목적이 돈이 되는 것 같아 힘들었다. 사실 작년까지는 먹고 살고자 농사를 지었던 것 같다”라며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농사 한 번 끝내주게 잘 해보자’ 라고!”돈에 대한 미련을 버리니 재배기술에 더 신경을 쓰게 됐고 그만큼 사과의 품질은 좋아졌다. 사과수확이 끝날 때쯤이면 부부의 직종은 서비스업으로 바뀐다. 사과 판매원이 되는 것. 인터넷 카페와 지인들을 중심으로 천천히 판로를 늘려 갔다. 그녀는 “소비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가격과 우리 사과에 대한 충분한 소개가 필요했다. 물론 내 농산물에 대한 자부심이 기본적으로 들어가야 했다. 최대한 거짓 없이 당당하게 판매하고 싶어서 어쩔 수 없이 농약이 들어간 사과는 솔직히 말했다. 건강한 먹을거리를 찾는 소비자들의 경향에 맞게 재배해야 안정적인 직거래를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농촌 지킴이로 남을 것지난해부터 부부는 미생물을 이용한 친환경농법을 공부하고 있다. 과일의 외모보다는 맛과 건강함에 중점을 두려는 것. 더 건강한 사과를 수확한다면 그만큼 부부의 사과에 대한 신뢰도도 높아질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녀는 “미생물농법을 시작하면서 과수원의 흙도 살려낼 것이다. 건강한 흙에서 농사를 짓고 싶다. 남편과 예취기로 풀을 치고, 토착미생물을 매일같이 배양해서 보관해주고 있다. 오염된 흙을 살리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힘들지만 부부가 선택한 농사는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이다. 가장 기본이 되는 일. 예쁜 옷, 스마트폰, 컴퓨터 없이는 살 수 있지만, 식량은 다르기 때문이다. ‘농사를 짓는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는 선미 씨 부부는 앞으로도 우리 농촌을 지켜내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할 생각이다. <자료제공:전북귀농귀촌지원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