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소득자들은 연말이 되면 그 해 근로소득에 대한 연말정산을 하게 된다. 소득보다 원천징수한 세금이 많아지면 환급을 받아 소위 ‘13월’의 월급이 되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세금을 더 내야 하는 때도 있다. 어쨌거나 소득과 과세의 득실을 따져보는 것이 연말정산이다. 5년 전부터 어떤 계기가 있어 매년 연말 ‘내 인생의 연말정산’이란 걸 하고 있다. 처음 시작은 연말정산이 아니라 ‘내 인생의 10대 뉴스’였다. 한 해 동안 나와 내 주변에서 벌어졌던 일 가운데 중요한 열 개의 사건을 꼽아보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언론사에서 하는 ‘올해의 10대 뉴스’와 같이 큰 사건 사고 위주로 정리하게 되어 한 해를 회고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만 잘잘못을 가리고 성찰하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한 해 읽었던 책 중에서 10권을 뽑아 ‘xxxx년도 내 인생의 책’이란 걸 해 보았다. 읽었던 책의 내용을 되새기면서 지식을 정리하는 데는 도움이 되었지만 한 해 동안의 삶 자체를 평가하고 성찰하는 데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작년부터 시작해본 것이 ‘내 인생의 연말정산’이다. 연말정산이 1월 소득부터 따져나가듯이 인생의 연말정산도 1월부터 시작된다. 한 해를 맞이하면서 ‘할 일’과 ‘하지 않아야 할 일’을 메모하였다. 나 개인의 사생활이기 때문에 모든 계획을 다 공개할 수는 없지만, 그중에서 밝혀도 무방한 한두 가지만 공개하자면, ‘할 일’에는 하루 평균 8km 걷기, ‘책 저술’ 등이 포함되어 있었고, ‘하지 않아야 할 일’에는 야식 않기, 술 이틀 연속 마시지 않기 등 주로 평소의 나쁜 습관이나 생활 방식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12월이 되면 일정수첩과 메모장을 들춰보면서 하나하나를 점검해 본다. 8km 걷는 일은 주 단위, 월 단위로 계산해서 모자라면 곧바로 더 걷곤 했기 때문에 1월에 세웠던 목표를 웃돌고 있었지만 야식이나 연속 음주 등은 일정수첩 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만 꼽더라도 각기 15회 35회 이상 ‘위반’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올 2020년 1월에 신년 계획을 생각하면서 어떤 일들은 현실에 맞게 완화하기도 하고 또 더 엄격하게 강화하기도 하면서 2020 한 해 동안의 생활 목표를 정하였다.지금 이 글을 쓰고 나면 2020 내 인생의 연말정산을 시작할 생각이다. 아직 수첩을 뒤져보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또 마이너스의 한해일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내 삶을 돌이켜보면 매일매일 12월의 연말정산을 생각하면서 살았던 것 같다. 어제 덜 걸었으면 오늘 더 걷고,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연속 음주를 하게 되면 한 두 주 동안 술 약속을 미루거나 취소하면서 1월의 ‘초지’를 염두에 두고 살아왔다. 그렇다고 스스로를 옭아매는 강박을 가졌던 것은 아니었다. 원칙과 기준이 생활의 방향타 역할을 해주었고 그래서 더 자유로움을 느꼈던 것 같다. 방황을 두고 자유라고 하지 않는 것은 방향이 없기 때문이다. 내 인생의 연말정산을 한 이래 내 일상은 크게 달라졌다. 신중해지고 매사에 여유가 더 생긴 것 같다. 그래서 친한 친구들에게도 권하고 있는데, 해본 친구들은 그 효과가 좋다고들 한다. 이 글을 여기에 쓰게 된 것도 새마을 식구 여러분께서도 한번 해보시길 바라는 마음에서다.이제 내 나이도 60대 중반에 접어들고 있다. 이제 한 해의 연말정산만이 아니라 내 인생 전체를 두고 생애정산을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내 삶의 잘잘못을 따져 삶의 득실을 정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식 내 후배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내 인생의 시행착오’가 무엇인지 정산하고 싶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