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문명역사는 지난 만년의 시간대에 이룩된 것이다. 빙하기가 약화되고 온난화된 간빙기인 신생대 4기 홀로세(충적세)로 불리는 이 기간에 인류는 거친 유목생활을 접고 농업혁명을 통한 정주생활을 시작했으며, 나아가 도시혁명과 산업혁명을 통한 문명적 삶을 누렸다. 100만 년 전에 지구 상에 출현한 현생(現生) 인류가 지난 만 년의 시간대에 와서 비로소 문명의 꽃을 피우게 된 까닭은 생존에 적합한 기후란 지구환경이 조성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지구는 인류가 살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환경으로 변하고 있다. 지구 온도가 오르면서 변한 환경이 그러하다. 지난 1백 년간 지구의 평균 온도는 0.7도 올랐고 해수면은 20-30cm 상승했다. 지구온도는 지난 20여 년 동안 특히 가파르게 오르면서 폭우, 폭설, 가뭄, 사막화, 오존층파괴, 산성비, 생물종 감소, 해수면 상승, 물 부족, 질병 등의 기상이변을 불러왔다. 한반도는 그 속도가 더 빠르다. 지난 1백 년간 우리나라의 평균기온은 1.5도 올라 세계평균의 2배를 넘어섰다. 서울은 무려 2.5도나 올랐다. 그 결과, 태풍, 집중호우, 여름 고온, 겨울 온난, 아열대기후로의 전환, 식물서식지의 북상 등이 현재의 한반도 기후도를 구성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다. 현재의 추세라면 2050년대에 지구온도는 지금보다 2-3도 더 오른다. 이에 따라 동식물의 20-30%가 멸종위기에 처하고 10-20억 인구가 물 부족을 겪게 된다또한, 농작물 수확 감소로 1-3천만 명이 기근에 시달리고 해수면 상승 등으로 3백만 명이 홍수의 위협에 노출된다. 2080년대에 이르면 온도는 3도 이상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인간을 제외한 전 지구 생물이 멸종 위험에 처하고 11억-32억 명이 물 부족을 겪게 된다. 또한 전 세계 인구의 5분의 1이 이상이 홍수의 위협에 노출되고 해안가의 30% 이상이 유실된다. 중․고위도 지역의 수확량 감소로 천2백만 명이 기근 위험에 노출된 채, 영양부족․과다출혈․심장관련 질병에 시달리는 사람이 급속히 늘고, 열파․홍수․가뭄 등으로 사망자가 빠르게 증가하게 된다.지구환경위기가 전면화되고, 이 위기를 극복하면서 생존을 영위해야 하는 시대를 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라 부른다. 네덜란드의 대기화학자로 1995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크뤼천(Paul Crutzen)이 2000년에 제안한 용어다. 시대순으로 보면 신생대 제4기의 홍적세(洪積世)와 지질시대 최후의 시대인 충적세(沖積世)에 이은 전혀 새로운 지질시대이다. 학문적으로 완전히 정립된 개념은 아니지만 인류세는 크뤼천이 제안한 2000년 안팎으로 하여 시작된 것으로 본다. 따라서 인류세는 환경훼손의 대가를 치러야만 하는, 현재 인류 이후의 시대를 가리킨다. 인류로 인해 빚어진 시대란 뜻에서 인류세라 부르는 것이다. 인류세의 가장 큰 특징은 인류에 의한 자연환경 파괴로 지구의 환경체제가 급격하게 변하는 점이다. 문명을 이룩하는 동안 지속적으로 훼손하고 파괴한 결과, 인류는 이제까지 진화해 온 안정적이고 길든 환경과는 전혀 다른 환경을 직면하게 되었다. 엘니뇨, 라니냐, 라마마와 같은 해수의 이상기온 현상, 지구온난화 등 기후 변화 때문에 물리·화학·생물 등 지구의 환경체계가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기후 변화에 따른 전 지구적 재앙을 일으키는 가장 치명적인 지역으로 사하라사막, 아마존 강 유역의 삼림지대, 북대서양 해류, 남극 서부의 빙원, 아시아의 계절풍 지대, 지브롤터해협 등을 꼽고 있다. 우리가 속한 아시아의 대부분 지역은 아시아 계절풍 지대에 속해 있다. 최근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들은 국가 지원으로 ‘인류세 시대 도시전환의 거버넌스’란 대규모 연구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우리도 이제부터 국가적 차원에서 ‘인류세 시대 한반도를 어떻게 안전한 생명 생태적 공간으로 바뀌고 지켜낼 지’를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