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새마을지도자들의 연례행사가 막을 내렸다. 10월 25일부터 수원에서 열린 ‘2019년 전국 지구촌 새마을지도자대회’가 29일 끝났다. 새마을운동 3주년이 되던 해인 1973년 시작돼 거의 반세기를 꾸준하게 지속해온 새마을 지도자들의 ‘잔치’다.강산이 다섯 번이나 바뀐 기간 ‘새마을’은 어떻게 변화했는지 되돌아 볼 일이다. 과거가 없이는 현재도 미래도 없는 까닭이다. 과거를 제대로 성찰해야 계획을 세울 수 있고, 청사진도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새’는 ‘새롭다’는 상태와 ‘새롭게 만들다’는 움직임을 함께 아우른다. 현상과 변화가 함께 녹아 있다. 마을에 ‘새’가 붙은 말이 바로 새마을이다. 끊임없이 새롭게 만들고, 새로움을 고스란히 유지하는 마을이다.새마을을 만드는 주체는 당연히 마을 주민들이다. 마을 주민들은 근면·자조·협동정신으로 무장하고 새마을을 일궈냈다. 그러나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인 법. 주민들에게 새마을을 널리 알리고, 마을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 낸 이들이 바로 새마을지도자들이다. 현재 전국에서 2백여만 명이 활동하고 있으니 새마을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셈이다.전국새마을지도자 대회가 처음 열린 1973년, 11월 19일부터 1주일 동안 편지봉투에 붙인 우표에 찍은 날짜도장의 디자인을 보자. 한 사람이 한 손에는 삽을, 다른 한 손에는 새마을 기를 들고 서 있다. 깃발 아래에는 단정하게 정리된 농경지, 초가집이 아닌 신식풍의 집과 나무, 공동우물이 자리 잡고 있다. 새마을노래 2절을 떠올리면 디자인의 내용이 고스란히 이해된다. ‘초가집도 없애고, 마을길도 넓히고, 푸른 동산 만들어 알뜰살뜰 다듬세. 살기 좋은 내 마을, 우리 힘으로 만드세.’ 이렇게 만든 내 마을이 바로 새마을이다. 새마을은 소득이 증대된 부자 마을이다. 우리 힘으로 만든 새마을, 싸우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싸워 만든 결실의 총합은 바로 새 조국이다. 새마을과 새조국은 선진국들의 모임인 OECD 회원국이자 세계 7위 무역대국이면서 세계경제포럼(WEF)의 2019년 세계경쟁력 보고서에서 13위를 차지한 한국에는 맞지 않는 옷이라는 느낌을 줄 수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이 더 많은 책임과 부담을 져야한다고 요구하는 터다.브랜드나 이름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브랜드와 이름이 붙은 존재의 개념을 규정하고, 지향점까지도 담기 때문이다. 마을의 새로움을 의미하는 새마을이라면 이제 지나간 것이 됐다. 물질적 풍요로움과 각종 경제지표를 기준으로 한다면 이미 달성한 목표에 다름 아니다. ‘잘 살아보세’라는 염원도 이미 현실이 됐다. 새마을은 이제 물질보다는 정신으로, 마을과 조국보다는 지구촌 차원에서 새로움을 유지하고 혁신하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좌표 없이 무작정 쏘아 올린 우주선 처지에 놓일 따름이다. 2018년은 ‘새마을’의 새로운 좌표를 설정한 해다. 새 좌표는 생명 살림, 평화 나눔, 공경 문화다. 내 생명은 물론 뭇 생명과 지구 생명에 닥친 위기를 10년 안에 극복해야 한다는 구체적 청사진도 제시됐다. 전국 2백28개 시군구 가운데 2백12곳이 참여해 보수 진보 중도를 아울러 뜻과 돈을 모아 고장 일을 스스로 하는 ‘이제 우리는’ 운동도 시작했다. ‘잘 사는 나라’를 넘어 ‘함께 잘 사는 나라’를 향해 새로운 길을 가는 지금 새마을운동이 조직 내부의 충분한 합의와 민주적 절차를 통해 ‘생명·평화·공경운동’으로 역사적인 대전환에 나선 것은 참으로 반갑다(문재인 대통령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 축사)는 평가가 가슴에 와 닿는 이유다.새마을은 ‘내 조국’에서 ‘지구촌 일원’으로도 지평을 넓혔다. 2014년 처음 열린 지구촌새마을지도자대회가 계기다. 올해 대회에도 46개 나라에서 새마을을 배우기 위해 수 백 명이 참가했다. 단순 지원이 아니라 잘 사는 법을 가르치는 것으로 호평받고 있다.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중견국가로서 지구촌이 함께 잘 살 수 있는 노하우를 전파하는 것이 바로 ‘새마을’이다. 새마을은 앞으로도 계속돼야 한다. 소득과 복지와 국민 의식이 모두 일류인 국가로 거듭나는 발판이어야 한다. 50주년을 맞는 2020년의 ‘새마을’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