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꿈이 이루어지는 곳” 디즈니랜드의 홍보 문구 가운데 하나다. 인간은 지금 이곳이 아닌 다른 세계를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 덕분에 주어진 현실의 한계를 넘어 또 다른 가능성을 탐색하고 실험할 수 있었다. 바로 그것이 문명의 핵심이다. 창조성이라는 것도 결국 꿈을 꿀 수 있는 능력과 직결된다. 똑같은 사물이나 현상을 보아도 어떤 관점과 문제의식으로 접근하느냐에 따라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그 실체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바로 그런 맥락에서 관찰력이 강조되는데, 그것은 그냥 하염없이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대상에게 적극적으로 말을 거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안목이 새로운 세상을 빚어내는 비결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철학자 가스통 바슐라르는 [꿈꿀 권리]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세계는 보여지기를 꿈꾸고 있다. 그리고 보는 자에 의해 사물은 다시 태어난다.’ 지금 살고 있지 않은 또 다른 세상을 꿈꾸는 정신적 능력은 인간의 생존 조건을 계속 바꾸어가는 토대가 되었다. 그리고 혹독한 고난을 견디는 힘이 되기도 했다. 아우슈비츠 등 강제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을 연구한 결과로는, 그들은 절망과 공포 속에서 전혀 다른 세상으로 옮겨 다녔다는 공통점이 있다. 어린 시절의 즐거운 추억을 되새기거나, 아름다운 자연을 자유롭게 여행하거나, 음악가라면 큰 무대에서 멋진 연주를 한다거나, 학자라면 강연을 통해서 청중들을 사로잡는 등의 상상을 하면서 고통을 견디어냈다는 것이다. 그러나 꿈이 늘 그렇게 긍정적으로만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자칫 허황한 길로 마음을 이끌어갈 수 있다. ‘일장춘몽’이라는 말에서처럼 망상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그것이 잠깐의 달콤한 상상이라면 생활의 청량제가 될 수도 있지만, 때로 현실과의 구분을 명확하기 짓지 못해서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실제로 역사 속에서 그리고 오늘의 현실에서 그런 사례들은 너무나 많다. 그럴 때 가까운 사람들이 정신 차리라고 하는 말이 “꿈 깨!”다. 꿈은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게 하는 근원이지만, 자칫 마약 또는 독약이 될 수 있다. “여기에서 빠져나가자!" 할리우드 영화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대사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암울한 현실로부터 탈출을 염원하는 목소리와 몸부림은 절박하다. 우리가 꿈꾸거나 감행하는 탈출은 해방인가 아니면 도피인가. 오로지 벗어나고자 하는 열망에만 사로잡히면 자칫 도피로 귀결될 수 있다. 그 극단적인 행태 가운데 하나가 IS로 집결하는 젊은이들이다. 현실과 자아를 정직하게 대면하지 않고 고통을 회피하고 헛된 욕망을 충족시키는 장치는 그 외에도 참으로 많다. 순간적인 스릴과 자극을 제공하면서 몰아지경으로 이끄는 프로그램들이 넘쳐난다. 삶의 다양한 가능성에 대한 건강한 상상력이 없을 때, 절망적인 상황에서 벗어나는 길은 환각과 퇴행으로 이어지기 쉽다. 디즈니랜드가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설레게 하는 것은 동심의 꿈에 잠시 탐닉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어린아이다움이 남아 있다는 것은 다행이다. 자유롭게 펼쳐지는 상상은 기쁨의 샘이 된다. 그러나 어른의 성숙이 수반되지 않은 어린아이다움은 위험할 수 있다. 그 핵심은 성찰이 아닐까. [서준식 옥중서한]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깊은 사색 없이 단순 소박하기는 쉽다. 그러나 깊이 사색하면서 단순 소박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자신을 기만하면서 낙천적이기는 쉽다. 그러나 자신을 기만하지 않으면서 낙천적이기란 얼마나 어려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