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은 한국전쟁 발발 70년, 2000년 6·15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된 지 20년이 되는 해이다. 2018년과 2019년을 거치며 한반도에서는 평화체제로의 전환에 대한 기대가 한껏 부풀었으나 거기까지였다.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남북미 정상회동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우리 모두의 간절한 염원과는 달리 북한과 미국은 서로의 견해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남과 북은 과연 2020년을 변곡점으로 평화와 생명의 관점에서 더욱 진전된 새로운 시대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인가?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미국은 일제의 강점과 해방, 식민주의의 재편, 분단과 한국전쟁, 냉전과 신냉전을 거치면서 한반도의 역사에서 가장 강력한 행위자였다. 올해 11월로 예정된 미국의 대통령 선거 결과는 세계정세는 물론 남북 관계에도 중차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공화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고, 민주당은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주자로 나섰다. 문제는 트럼프와 바이든의 한반도 관련 정책과 공약이 거의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협상 방식에서만 트럼프는 정상이 합의하고 나서 실무자들이 후속 협의 및 이행에 참여하는 톱다운 방식을, 바이든은 단계적 실무협상을 거쳐 정상회담에서 합의하는 보텀업 방식을 우선시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둘 다 모두 대북제재를 유지 또는 강화하고, 중국과의 패권경쟁을 공식화하며 동맹의 강화를 통해 중국을 압박하는 전략을 방법론으로 제시하고 있다. 지난번 사드사태에서 경험했듯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우리가 받는 압박은 아주 클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제재의 단계적 해소가 아닌 유지와 강화라는 방법은 핵협상을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할 가능성이 매우 큰 과거의 실패한 전략이라는 점도 우려스럽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진지하게 과연 미국이 진정으로 한반도에서 전쟁위협의 완전한 종식, 평화적 공존과 번영, 평화체제로의 이행을 원하는지 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주류사회, 군산복합체는 전 지구적으로 북한과 같은 악당(?)국가가 필요하며,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의 완화나 해소보다는 대치가 지속되는 것을 원한다는 많은 증거가 존재한다. 2019년을 기준으로 한국은 지난 10년 동안 전 세계에서 미국의 무기를 세 번째로 많이 구입한 나라이다. 무려 67억 3천1백만 달러,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7조 6천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금액이다. 미국은 한국에 무기도 팔고, 매년 1조 원이 넘는 미군의 주둔비용도 받아 내고, 지금은 이 분담금을 5배나 인상하라는 압력을 가하고 있다. 분단된 한반도는 미국의 봉이자 꽃놀이패다. 전쟁으로 먹고사는 나라 미국은 세계에서 군사비를 가장 많이 지출하는 나라다. 스톡홀름국제평화문제연구소(SIPRI)의 보고서를 보면 2019년 전 세계의 군사비는 1조 9천1백70억 달러, 이중 미국은 7천3백20억 달러로 전 세계 군사비의 38.2%를 차지했다. 이것은 2위 중국(2천6백10억 달러)부터 10위 한국의 군사비(4백39억 달러)를 모두 합한 금액(6천9백87억 달러)보다 더 큰 규모이다. 1961년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고별 연설에서 미국에서 군산복합체의 영향력 확대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중대한 요소라고 지적한 바 있다. 군산복합체가 지배하는 전쟁국가 미국의 존재는 전 세계의 민주주의와 안정을 위협하는 가장 주요한 축의 하나이다. 민주·공화 양당 대통령 후보의 대한반도 정책과 공약이 지금까지의 실패한 전략을 고수하는 정책이라면 새로운 대통령이 등장한다고 해도 남북 관계의 진전을 바라는 민족구성원 모두는 비관적 전망과 희망고문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갈등과 전쟁을 부추기는 세력들을 고립시키고, 평화와 생명의 인류공동체를 구현하기 위한 전 세계 평화애호시민의 연대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