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의 바쁜 생활 방식과 오염된 환경에 지쳐서 농촌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세대에 상관없이 점점 많은 사람이 농촌으로 가고 있지만, 철저한 준비 없이 귀농·귀어를 했다가 다시 도시로 역 귀농 하는 경우도 있다. 이에 새마을운동신문은 귀농귀어하여 성공한 사례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모두가 안 된다고 말할 때, “나 혼자서도 할 수 있다”라며 당당히 시골 행을 택한 김미정 씨. 그녀가 가진 무기는 엄마라는 이름과 교육자라는 바탕이었다. 음악교사에서 딸기체험전문가가 되기까지, 험난하지만 행복했던 미정 씨의 귀농과정을 만나본다. 딸기, 첫눈에 반하다 딸기를 만나기 전까지 김미정 씨의 삶은 그저 여느 도시인과 비슷했다. 익산에서 피아노학원을 운영하며 세 아이의 엄마로 살던 평범한 날들. 그녀의 1순위는 가족이자 아이들이었기에,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체험을 찾아 함께 놀아주는 일이 미정 씨에겐 삶의 가장 큰 기쁨이었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별 기대 없이 가게 된 딸기체험농장. 그러나 그날 이후 미정 씨의 삶의 방향이 생각지도 못한 곳으로 향하게 됐다. 김 씨는 “딸기에 첫눈에 반한 거다. 조그맣고 하얀 꽃에서 탐스러운 빨간 열매가 열기는 게 마냥 신기했다. 그 다음 날부터 체험장을 매일 찾아갔다”라고 말했다. 딸기에 반해 딸기 체험과 관광을 곁들인 6차산업에 도전키로 한 그녀. 배움이 먼저라 생각하고 매일같이 주변 딸기 농가를 찾아갔지만, 도시에서 평범하게 살던 미정 씨의 결심이 쉽게 받아들여지진 못했다. 그녀는 “왜 오는지 모르겠다고 하더라. 피아노만 치다가 갑자기 딸기농사를 짓고, 체험까지 하겠다니 말도 안 될 만했다. 그 말을 들은 다음 날부터는 몸뻬를 입고 찾아갔다”라고 말했다. 뭐든지 하겠다는 결심만 서면 끝장을 봐야 하는 성격 탓에 주변 농가들은 두 손을 들었고, 미정 씨는 딸기와 동고동락하며 꼬박 2년을 귀농준비에 몰두했다. 2년 동안 미정 씨는 딸기 재배의 전 과정을 배웠다. 육묘부터 딸기 정식, 상토보충까지, 딸기 농가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딸기체험과 관광을 연계한 6차산업의 큰 꿈을 그리게 됐다.
딸기는 나 자신과의 싸움 2015년, 미정 씨는 꿈에도 그리던 귀농에 한 발짝 다가섰다. 본래 고향이 김제인 미정 씨는 김제 벽골제의 좋은 입지조건을 보고 망설임 없이 김제로 정착했다. 벽골제 관광과 체험을 연계한 딸기체험관광을 계획한 것. 그러나 가족들은 그녀의 선택이 영 못마땅한 눈치였다. 그녀는 “친정 부모님은 대학에서 음악교육을 전공한 딸이 농사를 짓겠다니 창피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새벽에 돈다발을 들고 오셔서 말리셨다. 돈이 필요하면 내가 줄 테니 조용히 살림이나 하라면서”라고 말했다. 혼자 귀농 첫해를 맞게 된 미정 씨는 모두에게 인정받고 싶었다. 스스로와의 싸움이라고 생각하니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던 것. 시행착오도 많았다. 귀농 전 배운 이론은 교과서였을 뿐, 현장에선 변수가 더 많았다. 김 씨는 “우스갯소리로 공부보다 교회를 다녀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농사는 하늘에서 도와주어야 하겠더라. 날이 흐리거나 추워지면 작물도 크지 않았다. 이론은 그 피해를 최소화시키는 것일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미정 씨는 깨달은 게 있다. 급하게 서두르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 농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쉬운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이었다. 좋은 육묘를 선정하는 것부터 딸기가 잘 자라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딸기의 성장을 지켜주기까지는 모두 사람과 하늘의 노력이 함께 있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
엄마의 마음으로 딸기코빨강코 김미정 씨는 귀농 후에도 전라북도농업마이스터대학에 입학해 딸기재배의 노하우를 끊임없이 습득하고 있다. 2015년에는 전라북도 농어촌체험지도사 자격증을 따고, 본격적인 체험농장을 이끌기 시작했다. ‘딸기코빨강코’란 체험농장의 이름은, 딸기가 빨간 물이 드는 모습이 인상 깊어 지은 이름. 농장에서는 사계절 딸기체험이 가능한데, 딸기수확부터 딸기잼·딸기컵케이크·딸기 피자·딸기초코퐁듀만들기 등의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다. ‘딸기코빨강코’ 체험농장의 장점은 엄마의 마음으로 체험을 이끈다는 것. 세 아이의 엄마인 미정 씨는 귀농 전 주말마다 아이들이 어디를 가고 싶은지, 어떤 체험을 하고 싶어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알고 실행에 옮겼었다. 그녀는 “주말이면 아이들은 늘 바깥이 궁금하고, 엄마들도 집에서 좀 벗어나고 싶어 한다. 요즘은 SNS가 활성화돼서 사진도 예쁘게 나와야 하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재미있어하는 곳이라야 하는데, 그런 소비자들의 마음이 저와 같았던 것이다”고 전했다.
체험동 5개와 경험을 밑거름 삼아 블로그를 통해 꾸준히 ‘딸기코빨강코’의 체험을 홍보하는 그녀. 덕분에 주말이면 수도권에서까지 체험 객이 찾아오는데, 그녀는 단순한 딸기체험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벽골제 등 인근 관광지와 연계한 딸기관광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그래야 지역과 함께 상생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까닭이다. ‘내 손길 1백번이 가야 딸기가 익는다’고 자부하는 미정 씨의 모성과 야무진 계획이 합해진 ‘딸기코빨강코’의 앞날이 기대되는 이유다. <자료제공:전라북도귀농귀촌지원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