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스포라(Diaspora)’라는 용어에는 한 민족의 슬픈 역사가 담겨 있다. 이 말은 자신이 살던 땅을 떠나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면서 고유의 문화와 관습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민족 집단, 또는 그 거주지를 지칭할 때 흔히 쓰인다. 본래는 이스라엘 땅에 살다가 앗시리아에 의해 나라를 잃은 뒤, 고향을 떠나 이집트 등 타지로 흩어져 사는 유대인을 말할 때 흔히 사용된다. 우리 역시 일제 강점기에 핍박과 박해를 피해 타국 땅으로 떠나 살아야 했던 민족의 역사적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현재 전 세계 1백75개 국가에 7백만 명 가량의 한민족이 흩어져 산다고 한다. 중국이 1백30여 개 국가, 유대인이 1백여 개 국가에 퍼져 산다고 하는데, 그 보다 훨씬 넓은 지역에 ‘한민족 디아스포라’가 형성돼 있는 셈이다. 실제로 해외여행 등의 목적으로 세계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의외의 곳에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이나 거주지를 발견하곤 깜짝 놀랄 때가 많다.이처럼 세계 각지에 포진한 ‘한민족 디아스포라’를 잘만 조직하고 활용하면, 국력을 키우는 데 큰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보는 이들이 있다. 이른바 ‘한민족 네트워크’의 구축인 셈이다. ‘끈기’로 대변되는 강한 민족성, 5000년의 유구한 역사 속에서 빚어낸 문화적 다양성과 포용력은 ‘세계화 시대’에 더욱 그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다.한국 문화는 근래 들어 여러 방면에서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수천 년 간 억눌려 있던 우리 DNA 속의 ‘흥’과 ‘끼’가 비로소 만개한 듯한 느낌이다. 지구촌을 뜨겁게 달구며, ‘세계적 스타’로 떠오른 방탄소년단. 그들의 등장이 과연 우연일까. 방탄소년단의 미국과 영국 공연에 10만 명에 달하는 외국 팬들이 한국어로 떼창을 불러대는 모습을 보고, 진한 감동을 하지 않은 한국인이 누가 있을까. 얼마 전에는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영화 ‘기생충’이 한국 영화 최초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아 우리 영화도 세계에서 통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줬다. 유튜브 등을 통해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외국인들도 최근 부쩍 늘어난 것을 본다. 한국 문화에 매료돼 한국을 더 알고자 방문했다가 그대로 눌러앉게 됐다는 외국인도 꽤 많다고 한다. TV 프로그램을 보다가 한 미국 흑인 여성이 판소리를 멋지게 부르는 장면을 보고, 미처 우리가 몰랐던 우리 문화의 깊은 멋과 매력을 새삼 깨달았던 적도 있다.지난 과거의 아픈 역사로 인해 고국을 떠나 살아야 했던 이들이 있었지만, 이제는 세계인들이 한국에 반해 스스로 찾아온다. 지난 2017년 기준으로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거의 2백만 명에 육박한다. 일자리를 찾아서 왔든, 한국인과 결혼해서 살고 있던 그들은 이제 큰 범주로 볼 때 한울타리에 모여 사는 한 국민으로 봐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다양한 민족과 인종으로 이뤄진 국민이 살아가는 '다민족 국가'라고 할 수 있다.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이제껏 우리는 다민족 국가로 살아왔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한양 조씨’, ‘덕수 장씨’는 조상이 중국인과 아랍인이다. 가야국 김수로왕의 부인도 인도 공주였다. 문화적으로 포용적이고, 개방적인 다원사회였던 고려 시대에는 중국 등 외국에서 귀화한 이들이 많았다. 우리 성씨 중 연안 인씨는 1275년 몽골에서 충렬왕비 제국대장공주를 따라왔던 인후가 귀화하면서 생겨났다고 한다. 최근에도 귀화한 이들이 적지 않다. 한국관광공사 사장을 역임한 독일계 한국인 이참씨, K리그 최초의 귀화 선수였던 신의 손 코치 등이다.우리 민족이 어쩔 수 없이 해외로 흩어져 나가 그 나라에 적응하면서 받은 설움이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 와서 사는 외국인들도 마찬가지다. 그런 상황에서 외국인과 다문화 가정들이 우리 사회에 잘 적응해 살 수 있도록 도와주고 배려하는 인식이 절실하게 필요할 때다. 거기에는 ‘지구촌 새마을운동’ 확산을 위해 매진해온 새마을운동중앙회가 해야 할 몫도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