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지구촌 곳곳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왔다. 정치·경제·사회·문화·체육 모든 분야가 그렇다. 지금까지 그랬고, 지금도 그러하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한국 주식시장에서는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을 촉발시켰다. 동학개미운동은 동학농민운동을 본 따 만든 신조어다. 코로나19 사태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규모로 주식을 팔아치우자 국내 개인투자자(개미)가 보여주는 적극 매수세를 일컫는다. 외국인에 의한 주가 하락을 막고자 하는 개미들의 움직임이 봉건체제와 외세에 대항하려는 동학 농민들을 닮았다는 점이 신조어의 배경이다. 개미들이 ‘사자’ 행렬에 너도나도 공격적으로 합류한 것은 학습효과 때문이라는 분석이 재미있다. 1998년의 외환 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주가가 크게 떨어졌지만, 곧 회복됐다는 경험칙이 적용됐다는 것이다. 주가 하락폭이 컸던 위기 때 반등세를 이끈 것은 경쟁력과 재무 상태와 수익 구조라는 삼박자를 모두 갖춘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이었다. 코로나19 사태에서 동학개미들이 사들인 종목도 엇비슷하다.한국거래소가 집계한 결과 올해 코스피지수가 가장 낮았던 3월 19일~6월 5일 개인들은 7조7천2백72억 원의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올해 연간 기준으로 매수 우위 규모는 25조7천3백53억 원에 달한다. 반면 외국인들은 3월 5일~4월 16일 30거래일 연속으로 주식을 내다 팔아 역대 최대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은 주식을 사기도 하고 팔기도 하는데, 매수액이 매도액보다 많으면 매수 우위, 또는 순매수라고 표현한다. 반대는 매도 우위, 또는 순매도라고 부른다. 개미들은 지금까지는 승리를 거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3월 19일에서 6월 5일 사이 순매수 상위 종목들의 주가 움직임은 대승을 웅변적으로 보여준다. SK는 10만7천원에서 25만7천원으로 1백40.2% 뛰었다. 삼성SDI는 18만3천원에서 37만1천5백원으로 103%의 상승률을 보였다. 소비자와 판매자가 직접 만나지 않는 이른바 ‘언택트’가 크게 늘어 비대면 산업이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카카오(87.3%)와 네이버(60.4%)의 주가를 밀어올렸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존재를 드러낸 동학개미는 기존의 개미들과는 다르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투자지식과 정보력을 바탕으로 주가가 많이 내려가 싸 보이는 종목보다는 우량주나 업종 주도주를 대상으로 사들이는 ‘스마트 개미’라는 것이다. 물론 ‘하락장에서 투자 수익을 겨냥한 단순 투자’라거나 ‘반외세 반봉건을 기치로 내세운 동학농민운동에 빗대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시각도 있다. 늘 그랬듯이 피가 철철 흐르는 상처를 부여안고 시장을 떠날 것이라는 비관론이 나오기도 한다. 무릇 무언가를 취하려면 ‘퍼스트 무버’가 아니면 ‘얼리 무버’, 그것도 아니면 ‘패스트 팔로워’라야 유리하다. 동학개미운동을 어떻게 봐야 할까. 지금이라도 주식시장에 뛰어들어야 하나. 평가나 판단의 실마리는 동학개미가 만든 시장의 흐름에서 찾을 수 있을 듯하다. 올해 들어 한국 증시에서 투자 중심은 하락폭이 큰 종목의 단기매매가 아닌 우량주 장기 투자로 옮겨가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여유 자금으로 좋은 기업에 오랫동안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원칙론이 강조되고 있다. 우량주 장기 보유는 기업 성장에 도움이 되고, 투자자도 기업 성장의 과실을 나눠 가질 수 있다. 말 그대로 기업과 투자자가 윈-윈하는 구도다.주식 투자는 ‘매도 타이밍의 예술’이라고도 한다. 제대로 매수하는 것만큼 잘 파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월급에 손 한번 대지 않고 주식투자로 용돈을 충당했다는 한 증권사 대표는 이렇게 얘기한다. “오전에 두 번, 오후에 두 번, 하루에 적어도 네 번 이상 시장을 확인하기 어렵다면 직접 투자해서는 안 된다. 매도 타이밍을 제대로 잡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