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는 공간적 거리감을 줄여주는 대표적인 사회간접자본(SOC)이다. 일단 개통되면 이용자들은 고속도로 요금을 대가로 이동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여간 편리한 시설이 아닐 수 없다. 편리함은 수요를 유발하지만, 수요가 적정 공급을 초과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도로에서 공급을 웃도는 수요가 생길 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현상이 병목(bottleneck)이다. 최근에 개통된 고속도로를 보자. 주말에 이용하려면 이른 새벽에 길을 나서야 한다. 조금만 늦으면 낭패다. 서울 양양고속도로는 덕소 삼패~서종 부근에서 거북이 운행이 불가피하다. 제2영동고속도로는 진입 구간인 광주~곤지암을 지나는데 수십 분이 걸린다. 주말에 조금이라도 출발이 늦으면 편리한 시설인 고속도로는 짜증 유발 공간으로 변질되기 마련이다.최근의 주말 나들이는 고속도로의 편리와 불편을 새삼 깨닫도록 하는데 충분했다. 벌초 행렬과 주말 나들이객이 얽힌 도로는 또 다른 유혹으로 다가왔다. 국도로 우회해 볼까 하는 생각 말이다. 썩 잘 뚫리는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풍경은 고속도로보다 좋지 않은가’라고 위안을 삼았다. 이 지역 국도를 이용해 보면 알겠지만, 도로변에서 촌부(村婦)들이 파는 강원도 찰옥수수는 별미다. 한 곳에 들러 옥수수 몇 개를 사고는 지나가는 말로 “올해도 많이 파셨느냐?”고 물었다. “농사지은 물건을 팔지 못해 큰일”이라는 푸념이 돌아왔다.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국도로 운행하는 차들이 크게 줄어 판매량이 예년만 크게 못하다는 하소연이었다. 고속도로 얘기를 꺼낸 것은 올해 추석 연휴를 짚어보자는 취지에서다. 정부는 내수 진작 차원에서 추석 연후 하루 전날인 10월 2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했다. 쉬는 기간은 9월 30일부터 10월 9일까지 징검다리 없는 10일이 됐다. 말 그대로 황금의 추석 연휴다. 정기적인 여름휴가나 겨울휴가보다 훨씬 길다. 시간이 넉넉한 탓에 북적이는 국내보다는 긴 시간을 이용해 해외로 나가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관광 업계는 이번 연휴 기간 해외 여행객은 110만여 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항공권은 일찍이 동났고, 상대적으로 여유롭던 부산~일본 국제여객선도 만선이라고 한다. 여행사, 항공사, 호텔 업체들은 다양한 행사와 혜택으로 해외여행을 끌어들이고 있다. 급속한 산업화를 거쳐 온 우리나라는 부의 형성과 축적도 빠르게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나타난 양극화나 일부 계층으로의 부의 쏠림은 한국 사회의 대표적 불만 요소로 꼽힌다. 불만은 나보다 사정이 나은 다른 사람과 비교할 때 더욱 두드러진다. 사상 최대의 해외 여행객에 들지 못한 사람들은 어떤 심정일까. 싫어서 가지 않았다면야 그렇다고 치자. 가고 싶은데도 갈 수가 없다면…. 지금 우리 주변에는 업황이 나빠 구조조정에 내몰린 이웃들이 적지 않다. 특정 업종의 불황은 관련 대기업은 물론이려니와 부품을 납품하는 중견-중소기업의 직원들까지 한계 상황으로 내몬다. 해외여행은 언감생심인 3D 업종의 중소기업 근로자들도 적지 않다. 연휴 기간 혹시라도 찾아올지 모르는 단골들을 위해 문을 여는 자영업자들도 황금연휴는 남의 집 잔치일 수 있다. 더불어 사는 삶이란 타인을 이해하고 보듬어줌으로써 상대적 박탈감을 덜어주는 일과 다름없다. 이런 삶이 널리 퍼져야 우리 사회는 더욱 건강해지고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발판도 마련할 수 있다. 더불어 사는 삶은 지역 간, 계층 간, 보수와 혁신 간에 나타나는 다양한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는 처방이기도 하다. 연휴를 즐기되 주변을 돌아보고 보살펴 주는 지혜로운 노력이 필요한 때다.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한가위라고 했다. 한가위의 의미처럼 모자란 것은 보태고, 더한 것은 덜어서 이지러짐이 없는 추석 연휴가 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