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삼(인삼)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자생하지만, 한반도에서 자란 것을 최상품으로 친다. 흔히 ‘고려 산삼’이라 불리는 것이 그것이다. 물론 인삼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 미주 지역에서도 자란다. 하지만 약효는 한반도에서 자란 게 으뜸이다. 단순히 ‘우리 것이니까 더 좋은 것’이라고 하는 게 아니라 이미 해외에서도 그 약효가 알려져 ‘금보다 귀한 영약’ 대접을 받는 게 사실이다. 최초의 폴란드인 교황으로 전 세계인의 추앙을 받았던 요한 바오로 2세(1920∼2005년)는 생전에 인삼을 애용했다고 하며,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1916∼1996년)의 경우 전립선암으로 3개월 시한부 생명을 선고받았지만, 인삼 덕분에 생명을 더 연장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러시아의 대문호 막심 고리키(1808∼1936년)도 인삼 애용가였던 것으로 전해진다.그렇다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자라지만 유독 한반도에서 자란 인삼의 효능이 월등한 이유는 뭘까. 여러 이유를 댈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기후와 지정학적인 영향이 크지 않나 싶다.우선 기후적인 측면을 보면 우리나라는 극서기와 혹한기의 온도 차가 무려 80도 가까이 나는 지역이다. 한여름에는 섭씨 40대 가까이 오르지만, 혹한기엔 영하 40도까지 내려가는 지역도 있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가장 춥다고 알려진 자강도 중강진은 1933년 1월 12일 기온이 영하 43.6도까지 내려갔다는 기록이 있다. 한반도 전체를 놓고 볼 때 북위 43도 1분에서 북위 33도 11분까지 불과 9도 90분 정도의 차이밖에 안 되는 조그만 나라의 기후가 변화무쌍하다는 사실만 봐도 신비롭기만 하다. 이런 웬만한 동·식물은 견뎌내기 어려운 극한의 기후 상황을 매년 견뎌내는 게 한국의 산삼이다.지정학적 위치를 생각해봐도 매우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된다. 우리 국토는 지구에서 가장 넓은 아시아대륙이 끝나는 지점에서 태평양을 향해 길게 뻗어나온 기다란 형태를 하고 있다. 혹자는 이를 남성의 생식기에 비유한다. 양(陽)의 기운을 상징하는 대륙과 음(陰)의 기운을 상징하는 바다를 연결하는 최고의 명당에 자리 잡고 있는 게 한반도라는 해석이다. 객관적으로 우리 상황을 돌아보자. 일찍이 5천 년 역사를 통틀어 지금처럼 한국이란 나라가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던 적이 있었나. 가수 싸이나 아이돌 그룹 BTS의 춤과 노래에 전 세계인이 열광하고, ‘한강의 기적’을 넘어 세계 10위권에 든 경제력만을 놓고 봐도 이미 한국인의 우수성은 입증된 셈이다.우리는 숙명적으로 대륙의 강대국(중국·러시아)과 해양의 강대국(미국·일본) 사이에 껴 살아야 하는 처지를 비관할 때가 잦았다. 이젠 이를 뒤집어 비관론이 아닌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국력이 약할 땐 강대국의 눈치를 보고 살아야 했지만, 역학관계를 잘 이용하면 전 세계를 쥐고 호령하는 힘의 균형점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최근 미래 기술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 갈등 속에 국내에선 보수와 진보 진영 간 극한 대립과 충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금 현실은 어느 한 쪽이 옳고 그름이 중요한 게 아니다. 좁은 영토에 국력도 약했던 대한민국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이 될 수 있는 단 한 번의 기회를 날려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인터뷰에서 정성헌 새마을운동중앙회 회장은 “우리가 갈 길은 보수도 진보도 아니다. 보수는 ‘자유’를, 진보는 ‘평등’을, 소수자는 ‘권리’를 외치지만 이래선 대한민국이 발전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국민을 서로 갈라놓게 된다”고 했다. 정 회장은 또 그런 이유 때문에 이 시대 우리 사회 최고의 운동으로 ‘생명살림 운동’이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1970년에 제창돼 내년에 50주년을 맞은 새마을운동이 ‘생명살림 운동’이라는 새로운 정신운동을 통해 국운 상승의 기운을 되살려내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