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8일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 양평수도원에서 정성헌 중앙회장과 윤종일 신부가 만났다. 두 사람은 봄이 오는 길목에 나란한 자리를 잡고 두물머리 대화를 시작했다. 두물머리는 금강산에서 흘러내린 북한강과 강원도 기슭에서 발원한 남한강의 두 물이 합쳐지는 곳이라는 의미이며, 한자로는 兩水里(양수리)로 쓴다. 또한 많은 생명이 살아가는 곳이며, 생명과 가치를 생각하게 하는 곳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생명평화운동에 힘써온 윤종일 신부는 두물머리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실학과 서학이 만나고, 그 이념인 실용과 평등이 만나며, 보존과 개발의 가치가 충돌했지만, 상생을 경험하며 두 개가 하나가 되어 생명과 평화를 이룬 곳. 이 장소의 의미와 가치를 새기며, 생명평화 공경운동을 펼치는 정성헌 회장과 두물머리 대화를 통해 한국사회 모순점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지혜를 찾고자 한다고 덧붙였다.'코로나바이러스19 교훈, 자연생명력 복원 위한 실천으로 이어져야' '국가적 위기마다 앞장선 새마을…생명위기 극복에도 힘 발휘할 것' '생명 가치 중심되는 새로운 대한민국 만드는 생명살림 국민운동'윤종일 : 20여 년 전, 강원도 인제 DMZ 평화생명동산에서 생명평화통일운동을 시작하게 된 배경과 진행과정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정성헌 : DMZ 민간인통제선 이북지역 에 농사를 짓는 것이 당시 지역민들의 숙원이었습니다. 인제군수님이 어떤 농사를 지으면 좋을지 조언을 구하셔서 생명을 이롭게 하고, 평화에 도움이 되는 곳으로 만들자고 건의했습니다. 평화생명동산을 만들고, 평화, 생명, 통일, 교육운동을 시작 했습니다. 지역주민들이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중심 가치로 받아들여야만 DMZ 생명가치가 복원되고, 보존되는 것입니다. 평화생명동산이 만들어지고 10년 동안 1백 개 이상의 국가에서 다녀갔습니다. 생명의 가치를 지키려는 모임도 생기고, 작은 도서관도 생기고, 농사도 그렇게 짓다 보니 작은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윤종일 : DMZ평화생명동산의 실천적인 가치를 통해 사회적 현안으로 떠오른 코로나 19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코로나19는 자 연파괴와 기후변화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 습니다. 그 극복 방법도 원인을 치유하면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정 회장님이 환경운동 차원에서 슬기롭게 대처하고 극복할 수 있는 말씀을 해주시죠. 정성헌 : 자연파괴가 근본적인 원인입니다. 당연히 그 해답은 자연복원이겠죠. 사람들은 자연복원 방법이나 자연의 가치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다만 가장 근본적이고 절실하다고까지 생각하지 않는 것이 문제입니다. 근본적인 대전환 없이는 자연복원이 안 된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절실히 깨닫기 바랍니다. 제가 새마을운동중앙회에 온 지도 3년째 입니다. 처음에는 작은 밭을 만들고, 나무를 심었습니다. 비료와 농약을 쓰지 않으니 새마을운동 중앙연수원 잔디 마당에 새가 엄청나게 많 이 늘었습니다. 거미집과 벌레도 많아졌습니다. 인제에서도 3년간 비료 농약을 안 쓰니 반딧불이가 수 십 마리 돌아오고, 고슴도치, 작은 뱀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7년 만에 구렁이가 수 십 마리로 늘었습 니다. 인간이 노력하면 복원은 가능합니다. 연수원에 아스팔트 5백 평을 걷어내고 유기농 밭과 태양광발전소를 만들었습니다. 첫해에 마늘과 양파를 심었는데, 크기가 탁구공만 했죠. 다음 해에는 화학농법에서 생산하는 크기의 40% 정도가 됐습니다. 아스팔트로 죽어가던 땅도 살아나는 것입니다. 정성을 기울이면 회복되는 속도가 빨라집니다. 10년의 정성을 들이면, 생명은 다시 응답합니다. 지역주민들과 계곡 복원에 힘썼더니, 산양이 새끼를 데리고 나타났습니다. 이번 코로나19 교훈을 쉽게 버리지 말아야 합니다. 자연이 파괴돼 인간과 야생동물의 완충지대가 없어져서 발생한 것입니다. 이를 깨닫고 10년만 노력하고 실천하면 생명력이 복원될 것입니다. 윤종일 : 최근에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친서를 주고받았습니다. 이를 통해 남북보건협력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일부 전문가는 남과 북, 중국, 일본과 검역 및 방역분야에서 힘을 모으는 동북아 보건의료체계 구상도 이야기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남북보건협력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군사위협에 치우친 전통안보 개념에서 벗어나 감염병 등 신안보개념이 힘을 얻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과거 신종인플루엔자, 사스, 메르스 등 새로운 감염병이 등장할 때마다 국제사회는 단순한 공정보건차원이 아닌 새로운 안보위협 차원에서 대처해 왔습니다. 정 회장님께서는 신안보개념차원에서 코로나 대처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성헌 : 바람과 물에 국경이 없듯이 바이러스도 다 연결돼 있습니다. 전문가의 말을 들어보면 북한의 질병과 남한의 질병은 30년 정도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남북관계가 좋아져 문을 개방하면 북한주민들이 병에 걸리기 쉬워서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합니다. 결국, 모든 생명은 연결되어 있습니다. 아주 상식적인 인식 위에서 평화롭게 서로 도우면 됩니다. 그래서 한반도생명공동체, 생 태공동체 토대 위에서 평화가 논의돼야 합 니다. 이것을 계기로 남북이 진정한 생명(생태) 공동체를 논의할 수 있는 보건방역의료 연대를 하고, 중국, 일본과 동북아 보건방역 연대 체제를 만든다면 이것이 바로 생태공동체의 계기가 될 것입니다. 그 토대에서 진정한 평화공동체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신부님께서 말씀하신 접근방법은 건강하 게 사는 게 제일 중요하니 남과 북이 그것을 직시하고 논의를 시작하면 됩니다. 그래야만 일본과 중국도 외면하지 않습니다. 남북이 좋은 의도를 가지고 함께 주도해서 동북아 생명평화, 건강연대를 만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윤종일 : 코로나19 극복 이후 어떤 새로운 사회사상이 자리 잡을지 깊이 생각해 볼 필요 가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큰 사건이 일어난 이후 새로운 사상이 출현했습니다. 페스트가 유럽을 휩쓸어 많은 사람이 죽고, 유럽 전체가 공황에 빠진 절망 속에서 르네상 스라는 사조가 나타났습니다. 인간의 대표적인 가치인 자유, 평등, 박애 사상도 이런 토대에서 만들어졌습니다. 2차 대전 이후 인간의 지성과 문명이 만들어낸 무기로 대량 살상을 일삼아 세계를 파괴했습니다. 실존적 허무 속에서 다시 새로운 사조로 실존주의 철학이 나 타났습니다. 이런 선상에서 코로나19 사태를 바라볼 때, 모든 것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절실 히 느낍니다. 하나의 사상이 파괴되면 전체가 고통받고 혼란이 온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지금 필요한 것은 코로나 19 극복을 위한 생명사상, 생태운동입니다. 새마을운동중앙회와 새마을운동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습니까? 정성헌 : 새마을지도자들이 현장에서 너 무 애쓰는 것을 보며 스스로 반성도 하고, 많이 배우기도 합니다. 2월 24일부터 3월 17일까지 7만 5천 명의 새마을지도자들이 자발적으로 2만 5천 개 지역에서 방역을 실시했습니다. 대구가 고생이 많은데 방역 물품이 부족해 전남에서 보내주었습니다. 마스크가 부족하니 2천5백 명의 부녀회 지도자들이 25 만 장 가량을 직접 만들었습니다. 제주도의 종이 마스크까지 더하면 30만 개가 넘습니다. 청도는 미나리 철인데 안 팔리니 새마을회원들이 십시일반으로 6천kg 이상을 구입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새마을지도자들을 지켜보니 그들은 봉사가 버릇처럼 몸에 배어 있더군요. 강원도 산불 때 바로 생수를 전달했던 것처럼 일단 무슨 일이 벌어지면, 바로 몸부터 움직입니다. 봉사정신이 높은 분들이 진짜 세상을 바꿉니다. 이분들이 시작하면 생태계 파괴도 금방 되돌릴 수 있습니다. 재작년 취임 이후 1백여 일 동안 3천여 명의 지도들과 만나 많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운동이란 가장 근본적이고 절실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인데 지금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생명입니다. 기후변화를 넘어 이제는 기후위기입니다. 대한민국은 그동안 불을 많이 쓴 나라이니 더 빨리 망가질 것입니 다. 생명은 절대가치, 근본가치이니 두말할 필요가 없지요. 평등을 넘어 평화로 갈 때 평등이 실현됩니다. 한 차원 더 높은 것을 추구해야 그 아래 단계가 실현됩니다. 공경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권을 넘어 공경으로 갈 때 인권이 실현됩니다. 생명·평화·공경을 중심 가치로 두고, 평화와 공경을 양 날개로 생명살림운동을 실천해야 합니다. 실제 생활운동으로 실천해야 생활이 바뀝니다. 새마을운동은 생명살림운동으로 대전환해 이제 읍면동 행사에서는 일회용품을 절대 사용하지 않습니다. 생각을 바꾸면 생활이 바뀌고, 생활이 바뀌면 세상이 바뀌어 문명을 바꿀 수 있습니다. 우리가 실천으로 옮길 때 세상을 바꾸는 힘이 자연스럽게 나오고, 거대문명을 바꾸는 원동력이 나오는 것입니다. 올해부터 3년간 5백만 명의 국민을 직접 만나 설명하고, 국민과 함께 생명살림 운동을 펼쳐 나갈 것입니다. 생명가치가 중심이 되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바람직한 운동이 현장에서부터 시작될 것 입니다. 이제 10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2040년 대 기후 이탈이 오기 전까지 집중해서 노력할 시간은 고작 10년입니다. 우리 스스로, 함께, 실망하지 않고 끈질기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힘이 세상을 바꿀 것입니다. 윤종일 : 정회장님을 중심으로 새마을운동 중앙회가 새로운 시대정신에 맞게 생명·평화· 공경운동을 펼쳐나가는 것이 참 좋습니다.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현장에서 헌신 하는 자세도 훌륭합니다. 책상머리에 앉아 입으로만 진보를 이야기하며 새마을운동을 비판해왔던 이들이 반성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코로나19로 국민이 한마음으로 단결돼 있습니다. 이후에도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생명살림운동에 동참하는 통 합의 운동으로 승화되기를 바랍니다.
두물머리 대화1편 동영상은 새마을운동중앙회 홈페이지와 페이스북, 유튜브(두물머리대화로 검색)에서 시청 가능하며, 526호를 시작으로 월1회 연재합니다.
정리:이현주 기자 hjlee@saemaul.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