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체굴 성형기술을 개발해 해양수산부로부터 ‘신기술인증’을 받은 ‘해금수산’ 이민기(57) 대표. 그는 경남 고성군 하일면 송촌리 자란만 고향바다에서 가리비와 개체굴 양식을 하는 귀어인이다. 이 대표는 삼천포에서 고등학교를 나왔고 경남대학을 나와 부산에서 광고업에 15년간 종사했다. 그 후 자외선 차단 관련 특수 잉크개발 사업을 했지만, 사업을 접고 2011년,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자란만에서 가리비 양식시작
부모님과 친척들은 오래전부터 자란만에서 굴양식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씨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옛날에 배워두었던 스쿠버다이빙뿐이었다. 지인의 소개로 멀리 전남 진도 서남쪽 동거차도, 서거차도에서 전복, 해삼 등을 잡아내는 힘든 물질을 하며 재기를 준비했다.
2013년 1월, 「어업면허의 관리 등에 관한 규칙」이 일부 개정 됐다. 그 동안은 면허받은 양식어업 품종에 한해 양식이 가능했지만, 개정 규칙은 면허받은 양식어업의 종류와 방법 안에서 양식품종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된 것. 패류 수하연승식의 경우, 굴, 홍합, 가리비, 진주조개 중에서 어업인의 자율적 선택이 가능해진 것이다.
2013년 3월, 이 씨는 그 동안 힘들게 모은 자금에 담보대출을 받아 패류 복합양식장(3.35㏊)과 관리선(3.8톤)을 구입하고 가리비 양식을 하기로 했다. 가리비는 단위 면적당 수익성이 굴 보다 1.5배나 높은 데다 입식 후 6개월이면 출하가 가능하기에 선택한 것이다.
자란만은 예로부터 굴양식 적지로 알려져 굴 수하식 양식을 많이 해온 곳이다. 자란만은 다른 해역과 달리 부착생물이 적고 영양염류가 풍부해 질 좋은 굴을 생산해왔다. 굴양식이 잘되는 곳이면 가리비도 잘 될 것이라 생각하고 이 대표가 가리비 양식 준비를 하자, 친형님을 비롯해서 이웃사람들이 말렸다. 하지만 그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2013년 3월에 섶에 부착한 해만가리비 치패를 가져와 그물코가 작은 모기망에서 2개월간 중간육성을 하고, 본망으로 옮겨 육성시키며 분망 과정도 거쳤다. 이웃 사람들의 우려와는 달리 가리비는 잘 자랐고, 그해 11월부터 출하를 시작해 이듬해 3월까지 했다. 매출실적은 1억 5천만 원, 생각대로 가리비 양식은 대성공이었다. 고정관념이 있었던 마을 사람들도 그제야 생각이 달라져 가리비 양식을 해보겠다는 사람들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고수익 개체굴 양식
자란만에 가리비 양식 붐을 일으킨 이민기 대표는 개체굴 양식 기술 개발에도 앞장섰다.
개체굴 양식은 수하식 굴 양식처럼 수하연 하나에 수백 개의 굴이 한데 붙어 자라게 하는 것이 아니고 망 속에서 굴 하나 하나를 따로 키우는 방식이다.
개체굴은 수하식 굴에 비해 품질이 뛰어나고 성장속도도 빠르다. 또 판매가격이 기존 수하식 굴에 비해 최소 다섯 배에서 최고 열 배가 높다. 따라서 개체굴로 양식을 하면 현재의 수하식 굴양식장 면적을 절반으로 줄여도 소득은 오히려 7~8배로 늘어난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민기 대표는 한려수도 연안에 촘촘하게 들어선 수하식 굴양식시설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면 깨끗한 바다, 청정해역을 유지하는 데에도 큰 몫을 할 것이라 강조한다.
수하식 굴양식은 태풍이라도 불면 시설물이 바다 밑으로 떨어지기 일쑤고, 작업 도중에도 폐기물이 많이 생겨 바다 오염의 원인이 되고 있다. 개체굴은 채롱망 속에서 굴을 키우고, 출하 할 때 굴만 빼내고 다시 망을 사용하는 방법이어서 폐기물이 생기지 않는다.
친환경적이며 지속가능한 양식방법이다. 뿐만 아니라 기존의 수하식 굴 생산 방식은 굴을 까는 작업에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만 개체굴은 각굴로 판매하기 때문에 갈수록 노령화돼가는 어촌에서 부족한 일손문제를 해결하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
신기술 개체굴 양식방법 개발
이 대표는 고품질의 개체굴 양식방법 개발에도 나섰다. 굴양식 현장에서 굴의 생태와 성장과정을 자세히 살피며 연구한 끝에 개체굴을 양식 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했다.
요철형 채롱판과 채롱회전장치가 바로 그것이다. 이 장치를 이용해 2016년 8월 개체굴 시험양식을 시작했다. 채롱하나에 7~10단으로 채롱판에 굴을 넣고, 1미터 간격으로 채롱 360개를 달아 수하했다. 육성기간 동안 채롱회전장치를 이용해 굴 껍데기 성형 작업도 했다. 양식은 성공적이었다. 지난 2016년 10월, 부산국제수산무역엑스포에서 한국형 개체굴 양식생산시스템 워크숍에 왔던 수입업체가 정보를 듣고 이 대표를 찾아와서 굴양식 현장을 둘러보고 갔고, 그 후 중국으로 개체굴 1톤을 수출했다.
이 기술로 2017년 해양수산부로부터 신기술(NET)인증을 받았다. 기술명은 ‘요철형 채롱판과 채롱회전장치를 이용한 개체굴 성형기술’이다. 크레인으로 바다 속 채롱망을 들어 올려 채롱망에 붙은 해조류나 기타 해적생물을 고압세척기로 제거하고, 채롱판에 층층이 들어있는 굴은 성장상태를 살펴가며 점검한 다음, 채롱을 통째로 개체굴 성형장치에 45도 각도로 올려 회전시키면 채롱 속 굴이 서로 부딪히면서 굴 가장자리가 연마되고, 껍데기에 붙은 잡물도 떨어져 굴 형태가 둥글고 매끈해진다. 이것이 바로 개체굴 성형 과정이다. 이 작업을 한 해 3~4차례 반복하면 길쭉한 일반 굴과는 달리 타원형에 가까운 매끈한 최상품의 개체굴이 만들어진다.
이 대표는 개체굴용 치패를 직접 생산하는 방법도 연구했다. 어릴 때 모양이 좋은 굴은 커서도 형태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굴채묘에는 가리비를 이용하는데, 이 대표는 팜사에 패각분을 특수 가공 처리해 굴 채묘기질로 이용했다. 여기서 채묘된 굴 치패는 채묘시 부터 개체로 자라기 때문에 일일이 떼어내는 작업이 필요 없어 시간과 인건비를 크게 줄여줄 뿐 아니라 모양도 둥글게 나와 상품가치가 높아진다. 2017년 5월, 1.25㏊에 개체굴 채롱 2천5백망을 시설해 놨으며, 이 중 4백개는 3배체 굴이다.
3배체 개체굴 굴양식
이민기 대표는 세계시장은 이제 3배체(triploid) 참굴로 가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3배체 굴은 2배체에 비해 질병에 강하며, 생식소가 없어 생식소 발달에 필요한 에너지가 성장과 육질부 비만에 이용되기 때문에 성장이 빠르고, 독소가 없어 굴의 산란철인 여름철에도 식용이 가능하다.
대신 관리가 힘들고 전문 업체에서 구입해야 하는 치패가 비싼 것이 흠이다. 3배체 치패 2~3mm크기 한 마리 값은 60원, 최근 양식업자가 많아지면서 30원까지 내려갔다. 이 대표는 "앞으로 고부가가치의 개체굴, 특히 3배체 개체굴의 생산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옛날의 관습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마을 어업인들에게 가리비 양식을 유도하고, 친환경 개체굴 양식법 보급에도 큰 힘을 기울이고 있는 이민기 대표는 개체굴 양식을 위해 귀어를 하는 사람들에게 멘토가 되고 기술이전도 하겠다고 밝혔다.
<자료제공 : 귀어귀촌종합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