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집중호우로 물에 잠겼던 부산 사하구 장림유수지에 조성된 양삼(케나프) 숲과 생태체험장에서 사하구지도자들을 만났다. 복구 작업 이후 현장을 찾았음에도 곳곳에서 침수피해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다.“양삼 숲을 조성하기 위해 발아율을 계산해 5차까지 심었다. 추가 파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쏟아지고 물에 잠겨 다 꺾이고 쓸려 내려간 줄 알았다”며 허망했던 마음을 토로하는 박정훈 장림1동협의회장.
지난 7월 집중호우로 장림유수지가 5차례 물에 완전히 잠겼다. 2미터가 넘는 양삼이 안보일 정도로 흙탕물이 가득했다. 부산 새마을지도자들은 장림천 양삼 소식을 듣고 소통망을 통해 너도나도 걱정하기 바빴다. 흡사 ‘맘카페’(육아하는 부모들의 소통망)를 방불케 했다.새마을지도자들은 양삼 침수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칠전팔기로 ‘침수되면 복구하고’를 9차례 실시했다. 7월 31일 장림유수지를 찾았을 때도 박정훈 협의회장과 지도자들은 쓰러진 양삼 세우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번 침수피해 복구 작업에서 사하구 지도자들은 개인 장화를 구비할 정도로 양삼에 대한 애착과 애정을 보였다.
장림펌프장을 기준으로 왼쪽은 장림유수지, 오른쪽은 장림포구다. 비가 많이 오면 유수지에 빗물을 가뒀다가 일정 수위에 달하면 장림포구로 배출한다. 장림유수지 일대는 산업·공업단지로 이뤄져 고인 물에 오수까지 섞여 악취가 진동하고 벌레천지이다.2014년 오염물질을 줄이는 비점오염저감사업 준공으로 운동시설, 산책로 등을 갖추면서 주민들의 친수공간으로 탈바꿈했지만, 악취는 여전하다.장림유수지 입구는 ‘사하구 내 민원 1번지’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을 정도로 부유물을 가득 채운 채 악취가 코를 찔렀다. 양삼 생태체험장으로 걸어 들어가 보니 양삼을 심은 곳과 심지 않은 곳은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 양삼을 심은 곳에서는 악취가 전혀 나지 않았다.박 회장은 “장림유수지 흙을 파보면 부유물이 섞여 악취가 심하다. 비가 오면 특히 더 심하다”라고 말하며 “여기는 안나죠?”라고 동의를 구했다. 이어 “원래 장림유수지가 악취로 민원이 정말 많은 곳이다. 양삼을 심고 나서는 희한하게 악취가 줄어 산책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라며 “장마가 끝나면 주민들을 대상으로 악취 개선에 관한 설문조사와 전문기관에 의뢰해 악취 개선 효과 검증을 할 예정”이라고 했다.
부산 사하구지회는 2천6백40㎡ 규모의 양삼(케나프) 숲과 4백95㎡의 생태체험장 조성을 완료해 자연학습장이자 주민들의 쉼터로 활용하고, 양삼에서 추출한 실로 뜨개질을 해보는 생태체험교육도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내년에는 침수피해를 줄이고자 복토작업(흙 추가)을 해 지반 자체를 높이고, 배수로를 정비해 양삼을 더 심을 예정이라고 밝혔다.이번 집중호우로 인해 발생한 양삼재배지 피해는 8월 3일 기준, 전국 양삼재배지 3백47개소 중 12곳에서 발생했다. 서울 서대문구, 부산 동래구, 광주 동구, 충북 옥천군, 전북 장수군 등에서 피해를 입었다.서울 강북구새마을회에서 심은 곳은 우이천 범람으로 출입이 통제돼 피해규모 확인이 어렵다. 서대문구지회도 홍제천이 범람해 양삼 일부가 유실됐고, 줄기가 부러졌다. 폭우가 지나는 대로 피해복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부산 동래구지회는 온천천 범람으로 양삼이 쓰러져 지주대를 설치해 복구를 완료했다. 해운대구새마을회는 다행히도 피해가 경미해 고랑을 정비했다.광주 동구새마을회는 침수로 인해 쓰러진 양삼 세우기 작업과 양삼 사이 퇴적물 정리를 실시할 예정이다.충북 옥천군새마을회도 폭우로 양삼 전체가 침수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새마을회는 물이 빠지면 가축사료로 사용할 계획이다.전북 장수군지회는 하천물이 불어나 주변에 심은 양삼이 쓰러지는 피해를 입었다. 지회는 피해복구와 더불어 피해를 입지 않은 다른 지역의 양삼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양삼(케나프)은 1년생 초본으로 생육 기간이 짧다(평균 1백20일). 환경부에서 발표한 ‘친환경작물에 대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산화탄소 분해 능력과 흡수속도가 일반 식물의 5~10배나 된다. 파종시기는 대체로 4월 말에서 5월 전후이며, 나무가 숲이 될 때까지 산림병행 작물로서의 기능도 탁월하다. 기후와 토양에 대한 적응력이 좋아 어디서나 재배가 쉽고, 비료나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도 재배할 수 있다. 광합성이 고속으로 진행되면 성장 속도가 더 빨라져, 탄소 고정성이 높다. 또한, 생명살림국민운동 2식운동의 핵심 효자 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