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프랑크푸르트 시내에 있는 한 호텔의 객실. 오전 방송시간 가운데 시청자가 상대적으로 많이 몰리는 8시~9시쯤. 객실에서 리모컨 스위치를 눌러 켠 TV 속에 등장한 인물이 매우 낯익다. 어디서 봤었는데 하고 생각한 바로 그 순간 “아하”하며 무릎을 쳤다. 종합편성채널(종편)의 한 프로그램에서 봤던 독일인이다. 이름이 뭐였었더라? 데이터 로밍 서비스를 등에 업은 스마트폰은 어김없이 위력을 발휘했다. 프로그램 이름과 독일인을 입력하자마자 뜨는 이름, 다니엘 린데만이다. 방송을 시청하면서 합리적인 독일식 사고(思考)로 꽤 주목했던 출연자였는데…. 떨어진 기억력을 탓하며 TV를 계속 지켜봤다. 화면에 비치는 모습으로 미루어 짐작할 때 평창 동계올림픽과 관련된 것은 분명했다. 동계올림픽 기간이던 지난달 하순 독일 출장 첫날 아침에 맞닥뜨린 장면이다.그날 출장 일정을 소화하면서 만난 현지 교민들에게 물어봤다. “독일 아침 방송에 다니엘이 나오던데요?”라고. 교민들은 칭찬 일색이었다. “어떤 한국 사람도 해내지 못할 정도로 ‘브랜드 코리아’의 위상을 높였다”거나 “한국을 새롭게 평가하는 계기가 됐다는 독일 지인들이 부쩍 늘었다”는 등의 반응이었다. 교민들이 이렇게 평가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다니엘은 독일의 공영 방송 ARD의 전국 방송채널인 다스 에어스터(Das Erste)가 생방송으로 중계한 평창 동계 올림픽 개막식에 해설자로 출연했다. 여기서 그는 개막식에 등장한 단군신화 속의 동물과 남북 단일팀의 역사 등을 상세하게 설명했다고 한다. 교민들은 “준비를 많이 했더라. 독일인이 독일식 사고를 바탕으로 한국인으로서 설명을 해주니 많은 공감을 이끌어 냈다. 짧고 쉬운 설명이 더욱 좋았다”고 입을 모았다. 다니엘은 동계올림픽 기간에 ARD의 지역방송인 서부독일방송(WDR)이 아침 시간에 방송하는 오랜 전통의 Sportschau(스포츠쇼) 등에 출연해 한국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출장 첫날 접한 방송이 바로 이 프로그램이었다. 한 교민은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차이, 유교 사상에서 생겨나는 사고의 이질감, 분단국이라는 사실에서 생겨나는 막연한 불안감, 단기간 급속 발전 때문인 후유증 등 독일에서 접했던 한국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니엘’이 많으면 많을수록 코리아 위상이 올라갈 것임은 자명하다. 제2, 제3의 다니엘은 우리 주변에 얼마든지 있다. 한국에 거주하거나, 방문하는 외국인들은 누구라도 잠재적 ‘다니엘’이다. 자기 나라로 돌아가 매스컴이 됐던, 아니면 구전(口傳)이 됐던 자기가 겪은 한국에서의 좋은 경험과 추억을 전한다면 ‘브랜드 코리아’는 쑥쑥 자라게 마련이다. 관광 문턱을 낮추고, 주변에 사는 외국인이나 거리에서 만나는 외국 관광객에게 친근감을 보여주는 습관을 갖는 것은 생각보다 효과가 크다. 관광 수입 증대에 이바지하는 것은 물론 ‘브랜드 코리아’의 긍정적 이미지를 세계에 확산할 수 있는 좋은 계기다.한 걸음 더 나아가 다문화 가정으로도 눈을 돌려보자. 2016년 11월 기준 결혼을 하면서 한국에 이민 온 숫자는 남녀를 합쳐서 15만9천500여명이다. 귀화자(15만9천400여명) 가운데 많은 사람은 귀사 사유가 결혼이라고 한다. 수십만 명에 이르는 이들이 자주는 아니더라도 몇 년에 한 번씩 자녀와 함께 고국을 찾아가 사는 얘기를 들려준다면 ‘브랜드 코리아’의 위상은 더욱 높아지지 않을까. 관광객이라고 젠체하며 돈 뿌리고 가는 존재가 아니라 정서적으로 친근한 나라로 인식하면 더욱 그럴 것이다. 지구촌 곳곳에 코리아가 자리매김하려면 신흥 갑부가 이웃 친구로서 그들이 피부로 느끼도록 다가가야 한다. 친한파도 중요하지만 양쪽을 편안하게 이어주는 가교인 지한파를 늘려야 한다. 다니엘은 이미 좋은 본보기를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