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하다시피 새마을정신은 ‘근면, 자조, 협동’이다. 새마을운동을 좀 안다고 하는 사람치고 이 세 단어를 못 외우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심지어 지구촌새마을운동을 하는 외국인들도 새마을정신을 물으면 이 세 단어를 우리말로 정확히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 걸음 더 들어가 새마을정신이 내포한 이 세 단어의 철학적 의미나 역사적 맥락에 관해 물으면 대부분 더듬거리고 무척 당황스러워한다. “근면하면 사회정의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까?” 돌아오는 대답은 “그럴 것 같기도 하네요.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부지런하면 사회정의가 이루어지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그 대답이 확신에 찬 답이 아니라 그럴 수 있을 것 같다는 정도이다. 그럼 다시 묻는다. “부지런하면 정직해집니까?” “글쎄요… 부지런한 것하고 정직한 것은 별 상관없는 것 같기도 하고…. 묻는 것 보면 상관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새마을운동중앙회 홈페이지에는 새마을정신을 설명해 놓은 부분이 있다. ‘근면’은 곧 부지런함을 말하고 부지런함은 곧 성실함을 말하며 성실함은 거짓이 없고 허영과 사치, 낭비를 모르며 이러한 사회는 믿음이 있고, 정의가 살아 있으며, 부정부패가 없는 밝은 사회가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를 요약하면 개인의 근면함이 사회정의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것으로 압축할 수 있다. 개인의 부지런함이 원인 기제라고 본다면 이 부지런함을 실천하는 과정논리는 성실함과 정직함을 수반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부지런함의 밑바탕에 성실과 정직이 자리 잡지 않으면 그 부지런함은 가짜이다. 허영과 사치를 쫓는 부지런함은 가짜 근면이다. 성실과 정직에 바탕을 둔 부지런함, 그 결과로서 얻어지는 산출물, 그것이 사회정의이다. 진정한 근면함에는 부정부패가 자리 잡을 수 없다. 그러기에 근면은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가장 근본적 행동철학이다. 자조는 ‘자기 자신을 알고 자기 위치를 지키고 자기가 해야 할 일을 해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자조 정신은 먼저 ‘자신을 아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굳이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라는 철학적 명제를 떠올리지 않아도 자신의 일을 하려면 우선 내가 누구인지, 어디에 서 있는지를 알아야 자신의 일을 찾아서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자신의 일을 스스로 하면 남에게 의존할 것도 없고 남에게 책임을 씌울 필요도 없다. 내가 내 일을 하지 않을 때, 그 일을 누군가는 해야 하고 그렇게 되면 책임문제가 전이되고 이 때문에 인간관계, 사회적 관계는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 자신의 일을 스스로 하면 사회적 공동선을 이룰 수 있다.협동은 ‘혼자의 힘보다 여럿이 힘을 합칠 때 일에 능률이 오르고 자신감도 생기고 단결심이 강해진다.’고 설명한다. 협동을 통해 ‘우리’ 의식과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공동체 발전이 이루어진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 협동은 개개인의 한계를 공동의 힘으로 뛰어넘는 아주 효율적인 방법이다. 진정한 협동이 되려면 ‘나’와 ‘우리’의 관계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지나치게 ‘나’를 우선하면 개인 만능주의가 되기 쉽다. 지나치게 ‘우리’를 우선하면 전체주의 폐습을 답습하기가 쉽다. 객관적 균형을 통한 우리 일에 같이 협동하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국내 새마을운동의 현주소는 어디에 있는가? 새마을정신이 거울이다. 이 거울에 비춰본 우리의 얼굴이 일그러지고 삐뚜로 비친다면 그만큼 우리는 새마을정신으로부터 멀리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 마을의 문제, 이 사회의 문제, 새마을정신에 비춰보면 그 현주소를 정확히 알 수 있다. 우리는 어디에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