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육군의 모 부대가 작업수행 과정에서 부모가 동의하지 않는 장병을 제외한 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이 시끄럽다
경기도에 있는 대대급 공병부대의 대대장이 6·25 때 매설된 지뢰를 제거하는 작전에 투입될 병사를 선발하고 나서 부모에게 동의서를 보내, 동의하지 않은 장병은 제외했다는 게 사건의 경위다. 작전의 위험성을 고려해 취해진 조치라는 군 당국의 설명이 왠지 허하고 궁색하게 들린다.
이 소식을 접한 대다수 누리꾼의 반응도 ‘한심하고, 황당하다’는 것이다. 굳이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전쟁이 벌어지면 죽음을 불사하고, 총을 들고 싸워야 하는 게 군인이 소명이다. 그런데 실제상황에서 부모의 동의에 따라 군인의 전쟁 참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면, 이보다 더 기막힌 일이 또 어디있을까.
필자 역시 며칠 후 장남을 군대에보내야 할 처지다. 남들처럼 ‘금이야옥이야’ 하면서 키우진 않았지만 그래도 자식을 군에 입대시키는 날 어쩔 수 없이 마음 한구석이 전해질것 같다. 선생이 학생을 가르치는 일을 등한시한다면 교사라고 할 수 없듯이 전쟁을 회피하는 군인 역시 군인이 아니다.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며 신하는신하다워야 하고, 아버지는 아버지다워야 하며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는 공자의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와 같은 맥락의 얘기다. ‘∼답다’는 원리를 현대의 직업 세계로 더 넓혀 적용하면 ‘선생은 선생다워야 하며 학생은 학생다워야한다. 또 의사는 의사답고, 변호사는 변호사다워야 한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 주변의 현실을 둘러보면 ‘∼답지 못한’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교육부에 따르면 최근 개학 이후 학교에 안 나오는 교사들 때문에 각 지역의 학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전교조 지부장 등 노조활동을 하기 위해 무단 결근을 하거나 ‘개인 사유’ 등을 이유로 연가를 내고 학교에 나가지 않는 교사들때문이다.
‘∼다워진다’는 것은 직업인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인식하고, 소명의 식을 갖게 된다는 의미다. 부모의 소명은 자녀를 양육시키는 것이고, 교사와 학생의 소명은 열심히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다. 군인의 소명은 나라를 지키는 것이며, 경찰의 소명은 국민의 생명과 신체·재산을 보호하는 것이다. 이처럼 사회 구성원 모두가 소명의식을 갖고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면 사회적 갈등이나 충돌이 사라질 것이다.
최근 7대 종단이 주축이 돼 종교계 내에서 전개해온 ‘답게 살기’ 운동이 주목 받기 시작한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일 것이다.
이 운동은 지난 2014년 프란치스코교황 방문을 계기로 천주교 서울대교구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서울평협)가 발의하면서 처음 불이 붙었다. 2015년 4월 천주교 서울평협이 닻을 올린 뒤, 7대 종단의 ‘이웃종교화합대회’를 통해 모든 종단이 동참하기로 선언, 범종단 운동으로 확산됐다. 천주교, 불교, 개신교, 원불교, 천도교, 유교, 민족종교협의회 등 7대종단으로 구성된 ‘답게 살겠습니다’ 범국민추진본부가 발족했고, 오는 6월쯤 이 운동 추진본부의 사단법인창립총회를 열 예정이라고 한다.
비록 종교계가 먼저 시작한 운동이긴 하지만 이 운동이 종교계를 초월하는 범국민운동으로 자라고, 이웃과의 관계 복원을 통한 공동체 회복 운동으로 이어진다면 우리 사회에 미칠 파급효과가 결코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무적인 것은 최근 지방자치단체와 공무원 단체들도 운동에 참여하자는 선포식과 발대식이 줄을 잇고있다는 것이다.‘∼다움’을 회복해 세상의 혼란을 바로잡자는 취지에서 출범한 ‘답게살기’ 운동의 성공을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