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이석화(70) 충남 청양군수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청양군은 청정 자연환경을 간직한 대표적 농촌마을. 매운맛의 대명사 ‘청양 고추’와 대중가요 ‘칠갑산’으로 널리 알려졌음에도 충남도 내 15개 시․군 중 면적과 인구가 가장 작고 적어 전국적으론 좀체 주목받지 못하는 곳이다.그런 청양군이 ‘매운맛’을 내고 있었다. 민선 5기 때인 2010년 7월부터 군정을 이끄는 이 군수가 ‘부자 농촌 만들기’와 함께 군정 최고 목표로 삼은 ‘인구 증가’ 노력을 통해서다. 그가 인구 증가에 특히 역점을 둔 까닭은 지방자치단체의 존립 근거가 바로 인구 증가에 있기 때문이다. 일제 강점기 때 시작된 구봉광산(금광) 개발이 한창 활기를 띠던 1964년 당시 청양군 인구는 10만7228명. 정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탄광산업 쇠퇴로 인구 유출이 거듭돼 2012년엔 3만2537명으로 최저점을 찍었다. 48년 동안 무려 7만4691명이 줄어든 것이다.인구 3만 명 수준이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였다. 이 때문에 이 군수는 2012년부터 다양한 인구 증가 시책을 추진해왔다. 2020년까지 3만5000명을 목표로 한 ‘인구 증가 2020 프로젝트’와 인구 증가 6대 전략인 △귀농·귀촌 원-스톱 지원시스템 구축 △출산장려금 지원 △기업 유치 △보육복지 시행 △학생 외지 유출 방지를 위한 군민·출향인의 ‘청양사랑 인재육성장학금’ 200억 원 조성 △일자리 창출사업 등이 그것이다. 단 한 명이라도 늘리려 갖은 수단과 역량을 쏟아 부은 결과, 청양군 인구는 2013년 64명, 2014년 160명, 2015년 277명, 지난해 286명으로 4년 연속 증가하는 결과를 얻어냈다.이런 노력 덕분에 청양군은 ‘2017년 마을정비형 공공주택 공모사업’에 선정돼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2021년까지 160억 원을 투입하는 공공임대주택 120세대 건립사업 유치에 성공했다. 홍성·예산군과 유치 경쟁을 벌였던 충남소방복합시설 조성사업 대상지로 선정되는 성과도 일궜다. 인구를 한층 늘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청양군 사례를 끄집어낸 이유는 각 가정의 집합체인 마을공동체들이 소리 소문 없이 소멸할 위기에 처해서다.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 보고서를 보면, 앞으로 30년 내에 전국 228개 시·군·구 중 37%에 해당하는 84곳이, 3,482개 읍·면·동 중 40%인 1,383곳이 사라질 것으로 전망됐다. 청양군 역시 여기에 포함됐지만, 적극적인 자구책 마련을 통해 ‘위기 탈출’을 꾀하고 있다. 지자체 소멸의 가장 큰 원인은 두말할 것 없이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 및 유출이다. 더욱이 올해는 신생아 수 40만 명 붕괴 가능성, 생산 가능 인구(15~64세) 사상 첫 감소,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14%(외국인 제외)를 넘어서는 고령사회 진입 등 ‘대한민국 인구 3대 재앙’이 겹치는 해다. 잇단 인구 감소 및 유출과 중앙의 도시 과밀화에 따라 갈수록 공동화(空洞化)하고 소멸 위기에 내몰리는 지방을 재생하는 건 시급한 국가적 과제다. 급격한 인구구조의 변화는 국가의 성장 잠재력을 약화시킨다. 지역의 사회적·경제적 활력을 떨어뜨려 주민 삶의 질까지 악화된다. 최근 (가칭)‘지역활력위원회’를 구성하고, 행정·재정적 지원을 뒷받침할 (가칭)‘지방소멸 대응 지역활력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건 그래서 반갑다. 새 정부의 정책적 의지를 기대한다.아울러 5월 17일 ‘새마을운동 제창 47주년, 제7회 새마을의 날 기념식’을 통해 다시 뛰는 새마을운동으로 도약하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다짐한 새마을운동중앙회도 고향마을 되살리기에 힘써주길 바란다. ‘새마을운동 50년의 성과와 새로운 50년의 준비’라는 비전은 행정단위 구실을 못하고 사라져가는 ‘유령 마을’엔 어울리지 않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