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말 중 하나가 ‘공유경제’다. 이미 생산된 제품을 여럿이 함께 공유해서 사용하는 협력소비를 기본으로 하는 대안 경제를 공유경제라 일컫는다.2008년 하버드대학교 로렌스 레식(Lawrence Lessig)교수가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는 이미 그 이전에도 사회경제란 말 등과 함께 널리 쓰였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에 의해 서로 함께 나누어 쓰는 활동이란 점에서 혹자는 공유경제가 아니라 공용경제라 말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저성장, 실업, 소득감소로 경제적 삶의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데서 공유경제가 등장하는 계기가 생겼다. 최근엔 신자유주의 시대 시장만능주의가 가져온 각종 폐해를 협력적이고 공동체적 경제활동으로 넘어서려는 사회운동으로 공유경제에 접근하는 흐름이 두드러지고 있다. 정확히는, 시장경제를 대신 하기보다 시장경제 내에서 시장원리에 적용받지 않는 방식으로 경제적 삶을 함께 나누는 틈새를 만드는 것을 지향한다. 공유경제의 구축을 그래서 21세기 ‘공유지(commons)’를 만드는 것으로 비유된다. 공유지는 영국 농촌의 공동초지를 말하지만,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지주들이 울타리 치고(enclosure) 사유화하면서 사라졌다. 공유경제는 여러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널리 이용되는 방식을 보면 셰어링(함께 나누기), 물물교환, 협력적 커뮤니티 등이 있다.셰어링은 사용자들이 제품 혹은 서비스를 소유하지 않고 공동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카셰어링을 예로 들 수 있다. 물물교환은 필요로 하지 않는 제품을 필요한 사람이 서로 바꾸어 사용하는 것으로 중고매매를 예로 꼽을 수 있다. 협력적 커뮤니티는 특정 커뮤니티 내부 이용자(회원) 사이에 소유한 자원을 함께 사용하는 것으로 지식공유 플랫폼 위즈돔이나 에어비엔비(AirB&B)가 예에 속한다. 공유경제는 동아리에 참여하는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다줄 뿐만 아니라 동아리 밖 전체사회의 이익까지 실현해준다. 소비절약으로 말미암은 자원 재순환 및 환경오염의 감소, 공동체 의식의 고취 및 참여 자치의 구현 등은 공유경제가 만들어내는 전체사회의 이익에 해당한다.서울시는 2012년에 세계최초로 ‘공유도시’를 선언했다. ‘공유도시 서울’은 시민이 보유하고 있지만 사용하지 않는 각종 물건뿐만 아니라 시간, 정보, 공간 등을 나누어 쓰는 체계를 구축해 자원의 활용성 극대화, 공동체 복원, 도시경제 활성화 추구 등을 목표로 한다. 자동차를 공유하는 카셰어링, 사무실 공간을 공유하는 코업, 저작권 있는 콘텐츠를 공유하는 크레이티브 커먼즈 코리아, 정장(옷)을 공유하는 열린 옷장, 여행체험을 공유하는 플레이 플래넷, 작업장 및 공구를 공유하는 문화로놀이짱, 주거공간을 공유하는 우주, 아동의류를 공유하는 키플 등 수많은 공유경제활동이 공유기업의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홍콩, 타이베이, 도쿄 같은 아시아의 주요 도시들에서도 유사한 공유도시 운동이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공유경제는 단순히 물건을 나누어 쓰는 것에 머무는 게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유·무형의 터전으로써 공유지를 만드는 걸 궁극적으로 지향한다. 자원을 함께 공유하고, 이를 통해 소통하고 협력하는 인간관계를 복원하며, 나아가 자율적으로 관리하고 다스리는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담는 게 공유경제다. 따라서 공유경제는 특정 장소나 지역에 기반을 두어 ‘공통하기(commoning)’의 실천으로 이루어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말하자면 공유경제는 공동체 마을이란 사회공간적 형태로 추진될 때 가장 효과적이라는 뜻이다. 이것이 뜻하는바, 글로벌 신자유주의 시대 마을운동은 이젠 21세기형 공유지를 만드는 공유경제운동으로 접근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