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페이스북을 하다 간결하지만, 가슴 찡한 여운이 남는 포스팅 하나를 접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랐다는 그 글의 내용은 과제용 사진을 본 뒤 ‘난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설명하라는 선생님의 질문에 대한 어느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의 답변이었다. 사진엔 누더기나 다름없는 옷을 걸치고 굶주림에 시달려 앙상하게 마른 한 아이가 길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빵 부스러기를 주워 먹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이에 학생은 ‘나 자신을 그림(사진) 속 아이와 비교해봅시다. 난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이유를 들어 설명해봅시다’라는 구체적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남의 아픔을 보고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 아는 것은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같이 아픔을 해결해주려 하고 같이 잘 먹고 잘살아야 할 것이다.”상생(相生)이란 게 무엇인지, 어떤 게 진정한 행복인지를 이렇듯 소박한 표현으로 단순 명쾌하게 설파한 학생의 답변에 대해 필자는 ‘공감 백배!’라는 댓글 달기와 ‘좋아요.’ 누르기, ‘공유하기’를 겸하지 않을 수 없었다.박근혜 대통령은 아프리카 3개국을 순방 중이던 지난 5월 27일(현지시각) 에티오피아의 아프리카연합(AU) 본부에서 ‘아프리카의 새로운 미래를 향한 상생의 동반자’라는 제목의 특별연설을 한 바 있다. ‘아프리카와의 포괄적 협력을 위한 청사진’을 새 이니셔티브로 제시한 이 연설에서 박 대통령은 “한국은 아프리카를 생명의 나무로 만드는 상생의 동반자이자 신뢰할 수 있는 친구로서 함께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새마을운동과 아프리카의 ‘우분투(Ubuntu)’ 정신을 언급하면서 자신감과 도전의식도 강조했다.‘우분투’란 ‘네가 있기에 내가 있고, 우리가 있기에 내가 있다’는 뜻을 지닌 남아프리카 반투(bantu)어의 인사말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건국이념이기도 하다.‘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단군의 건국이념이자 우리나라 정치, 교육, 문화의 최고 이념인 ‘홍익인간(弘益人間)’과도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박 대통령의 이번 아프리카 3개국 순방은 아프리카가 기회의 땅이자 미래 상생의 동반자임을 각인시킨 중요한 계기가 됐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눈을 안으로 돌려보면, 우리 사회에 정작 절실한 것 역시 ‘우분투’ 정신 아닐까.대한민국은 승자독식과 무한경쟁이 지배하는 사회다. 입시와 취업이란 좁은 문을 통과하려 치열한 생존경쟁이 벌어지고, 순위에 집착해 남의 성공을 깎아내리며, 더 갖지 못해 갖은 부정과 비리를 저지르고,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해 사회적·신체적 약자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무서운 현실이 판친다. 모두와 함께 가려는 행복한 사회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어느 인류학자가 아프리카 부족 아이들에게 과일 바구니를 놓아둔 지점까지 뛰어가 맨 먼저 도착하는 아이에게 바구니 속 과일 모두를 주겠노라고 제안했다. 그러자 아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 손에 손을 잡고 함께 달려가 똑같이 도착했다. 그러곤 사이좋게 과일을 나눠 먹었다. “너 정도 체력이면 혼자서도 충분히 과일을 차지할 수 있었는데, 왜 다른 아이들과 함께 손을 잡고 달렸니?” 아이들의 행동을 의아스럽게 생각한 인류학자가 가장 체격이 큰아이에게 던진 질문에 아이들은 이구동성으로 답했다. “우분투!”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 또한 이처럼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려 돕고 나누며 배려하고 함께하는 인간애를 지닌 본래의 사람다운 모습일 것이다.“같이 아픔을 해결해주려 하고 같이 잘 먹고 잘살아야 할 것이다.” 페이스북에서 대한 초등학교 3학년생의 답변은 보는 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필자는 거기서 작지만 울림 있는, 우리 사회의 희망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