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진광 새마을운동중앙회장은 지난 9일 새마을운동중앙회에서 김학수 전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UN ESCAP) 사무총장과 특별대담을 가졌다. 이번 대담은 지구촌새마을운동의 기반을 마련한 배경에 대해 듣고, 발전방안에 대해 의견을 듣고자 마련됐다. 본지는 김학수 전 사무총장과의 대담 내용을 요약해 정리한다. <편집자 주>
소진광 : 김학수 전 사무총장님께서 지구촌새마을운동에 끼친 공로는 대단하다. 새마을운동을 지구촌 사회, 국제사회에서 열광하게 한 기폭제를 만드셨다. 지구촌 사회에서 새마을운동을 하나의 지구촌 공동 번영의 기개로 만드신 배경을 정리하기 위해 이번 대담을 마련했다. 2000년부터 2007년까지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ESCAP, Economic and Social Commission for Asia and the Pacific) 사무총장 재임 시, 제56차 연차회의에서“한국의 새마을운동은 빈곤퇴치의 최고의 방법이다(Best Practice in Poverty Reduction)”라고 선언했다. 이 선언에 기초해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UN ESCAP)가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캄보디아, 라오스, 네팔을 지정해 농촌빈곤퇴치운동의 시범사업을 전개했다.이런 맥락에서 우리 새마을운동중앙회가 현재 추진하는 지구촌새마을 운동의 원류가 김학수 전 사무총장님의 혜안으로부터 출발했다는 것을 전국의 새마을지도자들에게 알릴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지난해 새마을운동글로벌리그(SGL, SaemaulUndong Global League) 국제기구를 만들었다. 성격은 민관협력(PPP, Public Private Partnership)이다. 민관협력(PPP)으로서 국제기구가 만들어진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김학수 전 사무총장님께서 지구촌새마을운동 배경을 설명해 준신다면 SGL 회원국에서 새마을운동이 활성화될 필요성에 대해 소명의식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소진광 : 30대 후반의 젊은 시기에 대기업의 임원이 되셨고, 40대 초반에 미국 현지법인 사장을 역임했다. 이렇듯 공기업과 사기업에서 역량을 발휘하시다가 1981년부터 유엔개발계획(UNDP) 수석경제기획관을 시작으로 경제관련 국제기구에서 활동했다. 그 배경은 무엇인가?김학수 : 한국은행을 그만두고 대우에 입사해 해외사업본부장, 철강본부장 등을 맡았다. 그러던 중 UN의 구인공고를 우연히 보고 지원하게 됐다. 자격조건은 첫째, 경제학박사. 둘째, 정부부문 5년 이상. 경력 셋째, 개인 부문 3년 이상 경력이었다. 내 조건이 여기에 딱 맞았다. UN에 들어간 이후부터 바누아트, 솔로몬군도 등 해외생활을 30여 년 했고, 20여 년을 아시아 최빈개도국가를 위해 일했다. 그 중 상당 부분이 새마을사업과 관련이 있다. 소진광 : 2000년 유엔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UN ESCAP) 사무총장에 취임했다. 직원이 6~7백여 명이나 되고 당시 높은 위상의 조직을 총괄하는 사무총장에 오르게 된 배경에 대해 소개를 부탁드린다. 당시 새마을운동 보급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은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김학수 : 2000년 4월 5일 유엔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UN ESCAP) 사무총장으로 임명된 이후 2000년 9월 새천년개발목표(MDGs, Millennium Development Goals) 발표가 있었다. 새천년개발목표는 당시 UN에서 채택된 의제로, 2015년까지 빈곤을 반으로 감소시키자는 범세계적인 약속이다.빈곤퇴치를 위해서 이론뿐만 아니라 증명된 빈곤퇴치 사례가 있어야 했다. 그 중 가장 좋은 방법이 ‘새마을운동’이라고 생각했다. 그 후 빈곤퇴치센터(poverty reduction center)를 만들어 새마을운동 시범사업을 추진했고 코이카(KOICA)에서 자금과 인력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특히, 새마을운동은 한국인·한국환경·한국의 문화로 성공을 이뤘기 때문에 개발도상국에서 새마을운동을 ‘사회적 동원(social mobilization) 또는 사회적 변화(social transformation)’라고 강조했다. 소진광 : 라오스, 캄보디아, 네팔, 부탄 등 여러 나라에 새마을운동을 보급하셨는데, 나라마다 새마을운동을 받아들이는 방식에도 차이가 있고, 초기 반응도 달랐을 것 같다. 이와 관련해서 인상 깊었던 기억이 있다면 소개해 주시기 바란다.김학수 : 캄보디아, 네팔, 라오스 등 여러 나라에서 새마을운동을 도입했다. 캄보디아는 원조(돈)를 지원하길 기대했고 정치적으로 엮여 실패했다. 네팔에서도 정치적 혼란이 있어 실패했다. 반면 라오스가 성공적으로 사업을 진행했다. 성공의 원인은 주민 스스로 사업을 추진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라오스는 새마을운동을 국가사회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포함할 정도였다. 라오스의 성공사례가 전파되어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에서 새마을운동을 도입했다. 남태평양 사람들은 타겟 인컴(target income)이라는 것이 있다. 2백 달러를 벌면 더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새마을교육을 받게 한 후에는, 2백 달러 이상의 돈을 벌어도 성실히 근무하는 모습을 보았다. 새마을운동이 주민들의 정신을 일깨워 주고 인식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사례다. 소진광 : 새마을운동은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한 면이 있으며, 시대 변화와 함께 진화, 발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새마을운동의 미래지향적 발전방향에 대해 고견을 들려주시기 바란다. 김학수 : 현재 세계적으로 지진, 기후변화, 태풍, 홍수 등 재난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다. 녹색기후기금(GCF, Green Climate Fund), 재해감소를 위한 국제전략기구(ISDR, International Strategy for Disaster Reduction) 등 국제기구와 관계를 맺어 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한 도시화와 노령화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데, 새마을운동도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초점을 변화시켜야 한다.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또한 유네스코(UNESCO) 세계기록유산에 새마을운동기록물이 등재되어있는 만큼, 새마을운동을 계승, 발전시켜 위상을 높여 주시기를 기대한다. 소진광 : 우리나라 정부와 새마을운동중앙회, 그리고 국민에게 바라는 바가 있다면 이 기회에 충분히 말씀해 주시기 바란다. 김학수 : 새마을운동을 정권에 따라 흔들리지 않는, 또는 멀리 떨어진, 오래가는 새마을운동이 되었으면 한다. 기본 정신은 살리면서 개도국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을 짚어내 연구하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에너지나 물 관련 문제들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에 공동 이슈를 새마을운동과 접목해 해결하길 기대한다. 소진광 : 중요한 말씀 잘 들었다.‘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를 새마을운동 방식으로 활용하고, 과감하게 도전해 새마을운동을 전개한다면, 국가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성공사례를 보면서 벤치마킹하는 개도국이 많다면 지구촌 공동번영과 평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말씀이다. 이런 조언들이 후배들에게 큰 교훈으로 남을 것이다. 현재까지 김학수 전 사무총장님께서 했던 일들은 새로운 이정표로 다음 세대에게 좌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김학수 전 유엔 에스캅 사무총장>△ 1938년 강원도 원주 출생△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 영국 에든버러 대학교 경제학 석사△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교 경제학 박사△ 1960년 한국은행 조사부 조사역△ 1981년 대우그룹 미국현지법인 사장△ 유엔개발계획 수석경제기획관△ 외교통상부 국제경제담당 대사 △ 2000년-2007년 UN 아시아 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ESCAP) 사무총장△ 2015년 KOICA(한국국제협력단)의‘지구촌 새마을운동 자문위원’으로 위촉△ 현) 아시아경제공동체재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