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베트남에서 황등면 율촌리 신기촌마을로 시집 온 팜티꾹, 이수진이다. 한국으로 시집 온 지 11년이 됐고, 애정과 배려가 넘치는 시어머님, 사랑하는 남편과 말썽꾸러기 두 아들, 눈이 유달리 예쁜 딸과 함께 살고 있다. 스무 살에 시집 온 나는 한국말도 못하고, 음식도 맞지 않고, 친구도 없어 무섭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걱정과 서러움에 복받쳐 우는 날이 많았다. 그러나 착한 남편은 나를 무척이나 사랑해주며 늘 함께 했다. 가족과 남편의 도움으로 시간이 갈수록 한국이 친숙해졌고, 고향 베트남처럼 느껴졌다. 음식도 맛있어졌고, 무서움과 두려움은 나도 모르게 사라져 버렸다. 농사일을 열심히 하는 신랑과 함께하다 보니 이제는 농사일도 정말 잘하게 됐다. 남편은 한국말을 배울 수 있도록 학교를 소개해줬고, 시어머님께서는 음식 만드는 법, 한국생활 등을 가르쳐 주셨다.지금은 아이 셋을 키우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 남편과 가족들의 사랑 덕분이기도 하지만 친정 부모님과 결연을 맺은 국영순 새마을부녀회장님의 각별한 사랑이 있기에 더욱 행복할 수 있었다. 회장님은 무조건 내 편이 되어 주시지만, 잘못한 일에 대해서는 조용히 불러 매섭게 훈계해주시고 살포시 안아 주는 고마운 분이다. 6년 전부터 마을 부녀회장으로 선임되면서 더욱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회의나 봉사를 하러 가면 모두 예뻐해 주시고 음식 만드는 것도, 예절과 살아가는 방법도 알려주시고, 당신들의 경험담을 들려주시면서 용기를 북돋아 주신다.또한, 친정 나라 베트남은 새마을운동이 전파되면서 많은 발전이 있었다. 고마운 대한민국, 고마운 새마을운동 덕분이다. 이는 신기촌마을 부녀회장직을 권유받았을 때 스스럼없이 수락한 이유이기도 하다. 보답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여 마을회관 청소, 어르신들 점심 준비, 눈이 오면 마을 길과 마당 쓸어들이기, 시간 날 때마다 혼자 계시는 할머니들을 찾아뵙고 불편한 것이 없는지 살펴본다. 또한, 이제 갓 시집온 후배나 다른 나라 언니 동생들에게 경험담을 들려주고, 아픔을 위로하고 격려해준다. 남편 또한 후배 신랑들에게 부인의 한국생활정착을 도울 수 있는 노하우를 알려준다. 나는 결혼 이주여성 선후배 언니, 동생들이 대한민국에 빨리 적응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새마을부녀회 가입을 적극 권유한다. 아마도 얼마 지나지 않아 많은 다문화 가족들이 새마을운동에 동참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때쯤이면 전국의 새마을지도자들이 우리를 더욱 이해하고, 더욱 사랑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