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 세계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 대유행)과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하는 폭염, 혹한, 산불, 허리케인 등의 기상이변으로 위기의 해를 겪고 있다.
특히 중국 내륙지방의 장기간 폭우, 일본 규슈지역의 집중호우, 우리나라의 54일이라는 긴 장마,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끊이지 않는 산불 등 전 세계적인 이상기후 현상은 코로나19 감염병 못지않은 무서운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러한 이상기후를 일으키는 기후변화는 왜 일어날까? 인간의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증가가 주된 원인이다. 인간의 편리한 생활을 위한 과도한 화석연료 사용, 농경 활동과 가축사육으로 인한 자연훼손, 산업화 이후 광범위하고 빠르게 진행되어 온 숲의 파괴, 반도체와 같은 제조공정 등에서 이산화탄소, 메탄과 같은 온실가스 발생, 이것이 지구 온난화를 부채질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사막화, 남극의 빙하 감소, 해수면 상승, 재난·재해 증가, 생물다양성 감소와 같은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 50년간 전 세계 동물의 68%가 사라졌으며, 산거머리, 등검은말벌 등 아열대성 외래종이 최근 우리나라에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고유종인 구상나무의 고사도 급증했으며, 사과의 생육지역이 경상도에서 강원도 지역으로 북상하고 있고, 명태와 정어리 등 한류 어종의 서식지 역시 빠르게 북상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지구생태계 변화와 재난·재해의 다양한 방지책이 나와 있지만, 온난화 줄이기를 위한 행동 주체인 시민의 위기의식은 아직도 부족한 편이다.
그동안 국립생물자원관은 시민이 참여하는 ‘한국 생물다양성 관측 네트워크(K-BON)’를 통해 기후변화에 민감한 생물종을 모니터링 해왔다. 여기서 시민이 직접 생물종 분포 변화상을 관찰한 결과, 주로 남부 지역에 서식하던 남방노랑나비와 무늬박이제비나비는 중부내륙으로 북상, 아열대성 종인 남색이마잠자리, 연분홍실잠자리, 검은이마직박구리 등이 인천, 경기, 서울 등지로 점점 북상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러한 모니터링 참여를 통해 시민이 기후변화를 ‘기후위기’로 인식하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산업화 이후 경제성장 우선 정책과 편리성만을 추구해 왔던 과오가 지금 ‘기후위기’ 상황으로 우리에게 되돌아오는 이때, 과연 우리는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정부와 기업, 시민 간 체계적이고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이 위기에 대응하여야 한다. 정부는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한 강력한 정책을 수립하고 시민을 대상으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는 홍보와 환경교육을 강화해야 하고, 기업은 기업대로 저탄소 그린에너지 사용, 과대포장 제한, 스티로폼 대신 종이 포장재 사용 등 다양하고 책임감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시민들은 일상생활에서 종이컵 대신 텀블러를, 비닐봉지 대신 장바구니 사용을 생활화하고, 원칙적인 재활용 쓰레기 분리배출, 손수건 사용, 나무 한 그루 가꾸기 등 각자가 실천할 방법을 고민하고 찾아서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인간의 활동이나 상품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과정에서 직접 또는 간접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총 발생량을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이라 한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매 순간 탄소발자국을 남긴다. 지역 농산물 구매, 재활용 제품 소비 등 책임감 있는 소비와 구매, 에너지 효율이 높은 가전제품 이용, 환경성적 표지가 있는 제품 구매, 일회성 제품 사용 제한 등 지구에 남기는 각자의 탄소발자국을 최소화하기 위해 과잉 소비를 자제하고 적게 소비하고 절제하는 생활 습관이 절실한 때이다.
우리가 후손에게 물려줄 자산은 훼손되고 황폐해진 지구가 아닌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건강한 지구다. 건강한 자연환경에서 다양한 생물들과 인간이 공존하는 것이 바이러스를 비롯한 각종 질병에서 인간을 지키는 길이며 동시에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지속 가능한 발전의 근간임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의 작은 그린 생활 습관이 쌓여 지구를 살리고 우리의 생명을 살리는 길이다. 이제 방관할 수 없다.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할 마지막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