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은 걸음마를 떼기도 전에 스마트폰에 매료되는데, 그 즐거움이 워낙 커서 웬만한 장난감에는 흥미를 보이지 않는 아이들이 많다. 아이를 돌보는 부모들에게 스마트폰은 고마운 기기다.
버튼만 누르면 옛날이야기나 동화들을 생생한 음성으로 들려주고, 흥미진진한 구경거리들을 끊임없이 보여준다. 그래서 육아와 돌봄으로 지쳐 있을 때 아이를 스마트폰에 맡기고 잠깐 쉴 수 있다. 원래 텔레비전이 그 역할을 했었지만, 스마트폰은 시공간의 구애를 받지 않고 켤 수 있다. 공공장소나 식당에서 아이가 칭얼대고 떼쓰며 엄마를 성가시게 하거나 심하게 장난을 쳐서 주변에 폐를 끼칠 때, 스마트폰을 쥐여주면 곧바로 얌전해진다.
그런데 스마트폰의 폐해는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다. 소아청소년 정신보건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미디어 노출이 많은 영유아들은 또래보다 어휘력 및 표현력과 같은 언어능력이 뒤쳐진다. 미디어 노출을 조사한 것이므로 텔레비전이나 PC도 포함한 것이겠지만, 스마트폰이 그런 미디어보다 흡입력이 강한 만큼 따로 떼어 분석한다면 차이가 더 분명하게 나타날 것이다. 언어의 습득은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하면서 서로의 감정을 읽어내고 반응하는 과정 속에서 이뤄지는데, 영상 매체는 그 핵심이 빠져 있다. 아무리 좋은 내용일지라도 일방적으로 퍼붓는 자극은 인지 발달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이다.
행동 면에서도 부작용이 나타나는데, 공격성의 증가, 충동 조절 장애, 주의력 결핍, 학습 부진, 대인관계의 어려움 등이 있다. 물론 이러한 증상은 어른들에게도 나타날 수 있지만, 두뇌 발달의 초기 단계에 있는 아이들은 훨씬 취약하다. 그 핵심은 한 마디로 ‘불균형’이다. 인간의 뇌는 영역에 따라 성장하는 속도가 다른데, 아이들은 전두엽이 늦게 발달한다. 계획, 의사결정, 운동, 선택적 주의, 워킹 메모리 등 두뇌의 사령부 역할을 하는 전두엽이 미성숙한 상태에서 영상 자극에 너무 노출되면 어떻게 될까. 시각 중추만 활성화되면서 전두엽은 방치되기 때문에 균형 있는 뇌의 성장이 어려워진다.
인간의 지능 발달에 정보는 필수적인 요소지만, 지나치면 두뇌의 회로 형성에 방해된다. 어른조차도 디지털 신호에 너무 노출되면 생각하는 힘이 떨어지고 자극에 대한 내성이 생기고 매사에 쉽게 싫증과 짜증을 낸다. 성장기의 아이들은 영상을 스펀지처럼 강력하게 빨아들이는데, 얼핏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는 듯 보이지만 그냥 수동적으로 홀리는 것뿐이다. 시선은 일방적으로 끌려다니고 두뇌는 단순한 반사 작용만 거듭한다. 그 결과 신경회로가 왜곡되기 쉽고, 선정적인 자극에만 반응하는 이른바 ‘팝콘 브레인’으로 악화될 가능성도 높다.
건강한 지성이 자라나려면 타인이나 세계와 연결되는 회로가 다양해야 한다. 표정, 시선, 몸짓 등을 다채롭게 구사하면서 이뤄지는 상호작용 속에서 마음이 비옥해진다. 시청각만이 아니라 촉각, 후각, 미각을 통해서도 외부와 접속할 수 있을 때 존재가 풍요로워진다. 인지적 역량의 토대가 된다고 여겨지는 정서적 지능, 감정을 조절하고 상대방을 깊이 경청하며 자신을 표현하는 소통 능력도 거기에서 배양된다. 과도한 스마트폰 노출은 그런 성장을 가로막는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디지털 화면을 완전히 없애거나 금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이들이 이용하도록 하면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는 만 1세 이하 어린이는 스마트폰, 텔레비전, 게임기, 컴퓨터 등 전자기기 화면에 노출되는 것을 삼가야 하고, 2~4세 어린이는 하루 1시간 미만으로 사용 시간 조정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바 있다.
아이들의 발육과 성장에 필요한 것은 유기적인 경험이다. 살아 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마주하고 표정을 읽으면서 상호작용하는 것, 울퉁불퉁한 물건들을 만지작거리면서 그 질감을 느끼는 것, 이러저러한 공간을 탐색하면서 신체 감각을 익히는 것, 자연의 알록달록한 풍경을 자유롭게 관찰하면서 상상의 나래를 펴는 것… 이 모든 것이 이른바 인성교육의 필수 아미노산이다. 창의성을 증진시키는 바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