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양 수
디지털타임즈
수석논설위원 |
코로나19는 인종과 문화, 직업, 지위
고하를 불문하고 그동안 익숙했던 모든
것들로부터의 단절을 가져왔다. 먹고, 마시고, 일하고, 소통하는 방식도 이전과
180도로 달라졌다.
코로나 사태가 만들어낸 새로운 표준
(뉴노멀)이 지배하게 된 세상의 모습이다.
자연이 주는 거대한 공포 앞에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의 존재도 미미할 뿐이란 걸 새삼 깨닫는다.
과학은 우주공간에 무인 우주선을 보낼 정도로 눈부신
발전을 했으나, 6개월이 넘도록 백신·치
료제조차 만들지 못했다. 변종까지 등장했다니 이러다간 매년 앓는 감기처럼 코
로나와 동행하며 살아야 할지 모른다는
불길한 생각이 문득 든다.
한 가지 위안이랄까. 요즘 집 밖으로 나서면 공기가
예전보다 몰라보게 맑아졌음을 느낀다.
출퇴근길 또는 점심 후 산책길에 무심코 올려다본 하늘은 언제부터 그토록 푸
르고 투명했을까. 봄이면 황사와 미세먼지로 시야가 뿌옇게 흐렸는데, 올핸 그런 현상을 보기 어려워졌다.
중국이 공장가동을 중단하고, 비행기와 자동차 이동이 확 줄어서일까. 코로나는 인류 전체에겐 엄청난 고통과 시련이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자동차 시
동을 끄고 공장 문을 닫으면서, 지구로
하여금 숨 쉴 시간적 여유를 준 셈이 됐다. 덕분에 우린 맑고 푸른 하늘과 신선한 공기를 되찾지 않았는가.
코로나 사태도 결국 다른 자연재해처럼 인간의 끝없는 탐욕의 결과물이다. 산업화 시대 이후 인간은 더 많은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지구 곳곳을 파괴해왔다.
대표적인 게 ‘지구의 허파’라고 불리는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지구 산소 공급량의 60%를
담당한다. 이곳에 개발업자와 벌목 업체들이 밀고 들어오면서 급격히 파괴되고
있다.
브라질 국립 우주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4월 아마존 파괴 면적은 4백5.6㎢
에 달한다. 전년도 4월보다 63%가량 증가한 면적이다. 올해 1분기에 파괴된 아
마존 열대우림 면적은 미국 뉴욕과 거의
맞먹는 크기라고 한다.
생태학자들은 아마존 생태계의 파괴는
동물에서 사람으로 전염되는 또 다른 바
이러스의 출현을 예고한다고 말한다.
아마존이 차기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발원지가 될 것이란 주장이다.
지난 1월 초 미국과 중국 공동연구진은 1만5천년 전 형성된 티베트 고원 빙하에서 고대 바이러스를 발견했다. 얼음
속에서 확인된 33종의 바이러스 중 28개가 미지의 바이러스였다.
빙하기 때 만
년설에 갇혔던 바이러스가 얼음이 녹으면서 드러난 것이다. 지난 2016년에는 시베리아 아말로네네츠 자치구에서 탄저균이 퍼져 12살 목동 한 명이 숨졌다.
수사
결과 영구동토가 녹으면서 외부로 노출
된 탄저균에 의한 참사였다.
중국 남부 양쯔강 유역을 중심으로 한
달 넘게 이어지며 인명·재산 피해를 내는 폭우도 홍수도 인재에 가깝다고 전문가들은 얘기한다.
많은 호수가 농경지 또는 주거지역으로 개발되면서 홍수에 취약해진 게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무분별하게 자연을 훼손하고, 토지를 개발한 인간의 이기적 행동이 기후
온난화를 통해 재앙으로 돌아온 것이다.
최근 수년간 에이즈(AIDS), 사스
(SARS), 신종플루, 그리고 메르스(MERS)
에 이어 코로나19 등 바이러스의 공격이
부쩍 잦아졌다. 횟수도 그렇지만 더 독해지고 극성스러워진 건 왜일까. 인류는 다가오는 바이러스와의 대전쟁을 준비해야
하는 걸까.
이번 코로나 사태를 통해 배워야 할 교훈은 인간은 결국 자연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올해 새마을운동 50주년을 맞은 새마을운동중앙회가 지난 6월 생명살림국민운동 선포대회를 한 건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후세에게 더 평화롭고 안전한 세상을 물려주자는 취지가 최근 코로나 사태와 맞물려 시의적절한 평가를 받을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