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음식물 쓰레기에 대한 문제가 심각하다. 매년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의 양이 무려 16억 톤이다.
먹을거리 생산량의 1/3이 버려진다. 음식물 쓰레기는 악취뿐 아니라 처리과정에서 대량의 온실가스를 내뿜어 기후위기를 가속화시킨다. 최근 다소 생소한 파리목 곤충 ‘동애등에’가 음식물 쓰레기 처리는 물론 인간의 삶에 유용한 산물을 만들어 주목받고 있다. 동애등에의 장점과 음식물 쓰레기의 심각성을 알아보자.<편집자 주>
연수원에 동애등에가?
지난해 12월 2030형 생명사회교육장에 ‘동애등에 사육장’이 설치됐다. 실무운동가들이 직접 설계·제작한 사육장은 약 100㎡ 규모의 축열식 온실로 지면보다 약 70cm 아래로 지어졌다.
이는 비교적 여름에는 시원, 겨울에는 따뜻하다. 또한 토양의 수분기로 내부 온·습도를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내장재는 왕겨를 사용했다. 지난달 20일에는 번데기 15kg이 입고됐다. 연수원은 지난 2일 동애등에 성충이 산란목에 알을 낳은 것을 확인하고, 유충으로 부화시키기 위해 유기성 폐기물을 공급하고 어두운 환경을 조성했다.
동애등에는 연수원에서 발생되는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고 분변토는 생명사회교육장의 퇴비로 활용된다.
신이 내린 선물, 동애등에
신이 내린 선물이라고도 불리는 곤충의 이름은 ‘동애등에’. 음식물 쓰레기를 친환경적으로 처리하고 사료로도 활용할 수 있는 곤충이다.
동애등에는 남은 음식물과 식품 가공물의 유기성 폐기물을 먹고 자라 음식물 쓰레기의 친환경적인 생물처리 방법으로 사용 가능하다. 동애등에 유충 1마리가 음식물 쓰레기 2~3g을 분해·섭취해 부피 약 58%, 무게 30% 정도를 감소시킨다. 음식물 쓰레기 10kg에 유충 약 5천 마리를 투입할 경우 3~5일이면 80%이상이 분해된다.
동애등에는 파리목 동애등에과에 속하는 곤충으로 알(4~5일)-유충(15일 내외)-번데기(15일 내외)-성충(10일 내외)의 생활사를 거친다. 유충(애벌레)은 물이나 유기물질, 야채 등에 서식하는 육식 또는 초식성이다.
성충은 일반 파리류와 달리 인간에게 해를 주지 않는다. 동애등에의 입 구조는 먹이를 씹어 먹는 형태가 아닌 변형된 긁어 먹는 구조(저작형)로 섭식 후 역류시키지 않아 병 매개가 없다. 성충 1마리는 보통 500~1000개의 알을 낳는다.
알-유충-번데기-성충 관리
동애등에의 생활사는 사람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알은 신생아, 유충은 청소년, 번데기는 대학생(청년), 성충은 임산부(노약자).
유충과 번데기는 비교적 관리가 쉬운 반면 알과 성충은 관리 조건을 철저하게 잘 지켜줘야 한다.
동애등에를 사육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온도, 습도, 조명이다. 신생아와 같은 알은 사육에 가장 취약한 상태이다. 알은 유막으로 쌓여있는데 습도가 낮으면 유막이 사라져 사망한다. 때문에 습도는 항상 40% 이상을 유지해줘야 하며, 28~32℃에서 빛이 없어야 한다.
유충은 야행성으로 빛이 있으면 활동성이 낮아져 암실에서 사육해야 한다.
수분이 많은 유기물을 먹기 때문에 음식물을 덩어리로 주는 것 보다 파쇄해 주는 것이 좋고, 한 번에 많은 양을 주는 것보다 썩지 않도록 조금씩 자주 주는 것이 좋다. 번데기는 사육하기 가장 쉬운 상태로 15일간 빛이 없는 공간에서 32~34℃를 유지해주면 된다.
냉장고에 보관해도 자가 동면해 4개월 이상 생존하기도 한다. 성충은 고온다습의 동남아 기후조건이 최적의 생육환경이다. 빛을 쫓아 양지로 가는 습성이 있어 생활사 중 유일하게 빛이 필요하다.
빛은 자외선과 적외선이 적절하게 있어야 하며 자외선은 교미하는데, 적외선은 활동성을 늘리는데 도움을 준다.
동애등에 먹이는 부패되지 않도록 저온 보관해야 한다. 사육실 내에는 악취를 줄이기 위해 반드시 수시로 환기시켜 청결을 잘 유지해야 한다.
동애등에의 다양한 쓰임새
동애등에는 음식물 처리뿐만 아니라 유충과 번데기의 쓰임이 다양하다. 지방을 정제해 기름을 짜낸 동애등에는 어류사료로, 생체·건조한 동애등에는 낚시미끼, 닭 먹이, 분쇄해 가축사료로 사용된다.
말린 애벌레를 분쇄해 만든 사료는 대장균과 살모넬라균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어 가축 면역력 강화에 효과가 있다. 유기성 폐기물을 처리하고 나온 분변토는 퇴비로 활용이 가능하다.
2018년 전까지만 해도 동애등에를 이용해 음식물 쓰레기를 대량으로 처리할 수 있는 먹이저장시설, 사육시설 등의 검사기준이 없어 산업화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2018년 10월 농촌진흥청은 대표적인 환경정화곤충인 ‘동애등에’를 활용해 대량의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도록 기술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규제 개선을 통해 동애등에분 생산시설기준 및 검사기준을 마련했고, 동애등에분 생산시설이 폐기물 처리시설의 종류에 신설·추가돼 제도적 울타리 안에서 음식물쓰레기 처리 및 부산물 활용이 가능하게 됐다.
1일 음식물쓰레기 1만6000톤
환경부의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현황’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하루에 약 1만6000톤, 연간 570만 톤의 음식물 쓰레기가 버려진다.
전체 음식물 쓰레기 중 대형음식점에서는 16%, 집단 급식소에서는 10%, 유통단계에서는 4%정도가 발생한다. 그렇다면 약 70%에 달하는 음식물 쓰레기는 어디서 나올까? 바로 가정과 소형 음식점에서 발생된다. 현재 생활쓰레기 전체 발생량의 약 29%를 차지하고 경제적 낭비, 환경부담 및 처리 비용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로 인한 경제적 손실 약 20조 원
버려진 음식물 쓰레기는 동물 사료(39%), 농작물 퇴비(26%), 바이오가스(9%) 등으로 재활용되고, 재활용이 불가한 3%는 소각·매립한다.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4인 가족 기준, 음식물 쓰레기로 인한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724kgCO₂e로 148그루의 나무가 1년 동안 흡수하는 양과 동일하다. 이를 연간 경제적 손실로 산출하면 20조 원 이상이며,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으로 1톤당 15만 원 이상, 연간 무려 8000억 원에서 1조 원이 투입된다.
박성신 기자 pssin1214@saemaul.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