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 중인 스마트농업 정책에 대하여 농민들의 저항이 거세다. 정확히는 ‘스마트팜혁신벨리’사업에 대한 반대다. 스마트팜혁신벨리 사업은 정부의 8대 혁신성장 핵심과제 중 하나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전국4개소에 20헥타르 이상 규모로 창업보육센터, 임대형스마트팜, 실증단지 등 핵심시설과 유통·가공을 연계하여 집적화하여 조성한다는 것이다.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전북 김제와 경북 상주를 스마트팜혁신벨리 조성지역으로 선정한 데 이어 올해 3월 28일 추가로 2개소를 선정할 예정이다. 스마트팜 관련 사업은 애당초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동부 팜한농이나 LG CNS 등 특정 대기업에 대한 지원을 통해 추진했던 대규모의 기업농 육성사업이었다. 그러나 농민들의 대기업 농업생산 진출 반대에 부딪혀 번번이 무산되자 정부가 직접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대규모 스마트팜집적단지를 구축하고, 이를 몇몇 농민들에게 임대해 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스마트농업은 기후변화에 대응한 안정적 생산여건 조성, 영농인력의 감소와 노령화에 따른 인력 대체와 영농 편의 진작, 농산물 생산과 소비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의 예측과 계획을 쉽게 할 수 있다는 점 등 많은 긍정적 요소를 지니고 있다. 또한 먹을거리 생산뿐만 아니라 의약품이나 화장품의 원료를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공급할 수 있어 의료와 미용 등 타 산업의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소위 ‘스마트’ 기술이 1차 산업에 적용되면 정보통신기술(ICT)산업 생태계의 활성화에도 기여하게 된다. 농민의 거센 저항에도 스마트농업을 밀어붙이는 산업관련 정부부처의 속내는 바로 여기에 있다. 관련 전자정보통신기업의 창업이나 성장을 통해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 효과를 거두고 싶은 것이다. 지금까지의 농업정책이 산업화를 위한 농업의 전후방 산업에 대한 지원정책이었던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런데 왜 농민은 스마트농업을 반대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자본에 의한 농업생산부문과 시장의 독과점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대규모 스마트팜이 조성되면 초기에 몇몇 농민 에게 임대해 준다고 하더라도 막대한 시설비와 유지비를 고려하면 결국 소수의 기업농에 돌아갈게 뻔하다는 것이 농민들의 주장이다. 즉 대규모 스마트팜이 조성되면 농민 대부분은 농업생산활동에서도태되거나 배제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아직 우리나라 농업·농촌의 상황이 평균경작면적 1.5헥타르에 농업소득 1천만 원 가량의 영세소농구조를 면치 못하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이해 가는 주장이다. 현재 스마트팜을 통해 생산할 수 있는 품목은 그동안 농민들이 고소득 작목으로 선호해온 파프리카, 토마토, 피망, 오이, 딸기, 수박 등 몇몇 과채류에 한정된다. 이마저도 갈수록 생산량 증가와 소비감소, 열대과일을 비롯한 다양한 수입품목들의 시장 대체 효과로 가격이 계속하여 하락하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대규모 스마트팜 추진에 앞서 정부에서 할 일은 농민의 협동을 조직하는 것이다. 물론 스마트 기술의 장점을 살려 개별농가의 자율적 선택에 따라 스마트팜을 확산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나 이 또한 개별 농가단위 생산체계에서는 결국 수급조절이나 가격안정문제에 봉착할 것이 자명하다. 지금이라도 적극적으로 품목별 협동조합을 육성해 농민 스스로 기술혁신과 수급조절 등을 통해 시장 교섭력을 강화하는 것이 바로 가는 길이다. 대규모 스마트팜 또한 품목별로 튼튼한 생산자협동조합을 결성한 농민들이 스스로 필요에 따라 건설하고 소유와 운영, 통제를 할 수 있게 된다면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농민의 협동과 통제로 운영되는 스마트팜 이것이 ‘사람중심 농정’이다. 기업농이나 몇몇 소수에게 농업생산이 집중되는 스마트팜이 아닌 다수 농민들이 스마트기술을 활용하여 좀 더 편하고 안정적으로 농사 짓는 농촌을 기대한다.